중국 법원이 고인이 생전에 보유했던 온라인 게임 계정과 이에 수반된 재산적 이익을 상속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중국 공산당 중앙정법위원회가 운영하는 공식 매체 ‘중국장안망(中国长安网)’은 지난 5일 ‘인민법원보’의 3일 보도를 인용해 베이징시 스징산구 인민법원이 온라인 게임 계정 87개의 상속을 둘러싼 분쟁을 종결했다고 전했다. 해당 판결은 양측이 항소하지 않으면서 법적 효력이 발생했다.
사건은 2025년 5월 36세의 구모 씨가 지병으로 사망하면서 시작됐다. 구씨는 20대 초반부터 10여 년 동안 한 게임회사에서 자신의 명의로 계정 87개를 개설하고, 게임을 플레이하며 캐릭터와 아이템 등을 육성했다.
구씨의 아버지가 이미 사망한 상황에서 어머니 천모 씨는 아들이 남긴 게임 계정을 자신의 명의로 변경해 생활비를 마련하려 했다. 하지만 게임회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천씨는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게임회사 측은 이용약관에 따라 계정과 계정 내 가상 아이템의 소유권은 회사에 있고, 이용자에게는 제한적인 사용권만 제공된다고 주장했다. 실명 인증 계정은 특정 개인에게 귀속되는 성격을 지녀 상속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도 밝혔다.
법원은 게임회사가 계정 데이터와 가상 아이템 등의 소유권을 가진다는 이용약관 자체는 인정했다. 다만 이용자가 보유한 계정 사용권에는 시간과 노력, 비용을 투입해 형성한 재산적 이익이 포함돼 있으므로 상속 가능한 민사상 권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온라인 게임 계정과 캐릭터 데이터, 가상 아이템, 장비, 게임 화폐 등이 온라인 데이터 형태로 존재하면서도 이용가치와 양도가치를 지닌 만큼 중국 민법이 보호하는 온라인 가상재산에 포함된다는 설명이다.
실명 인증 역시 플랫폼을 이용하기 위한 신원 확인 절차일 뿐, 해당 계정을 고인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양도 불가능한 인격권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률과 해당 게임의 이용약관에도 이용자 사망 후 상속인이 계정 사용권을 승계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었다.
구씨에게는 전처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 있었지만, 딸은 소송 과정에서 계정에 대한 상속권을 포기한다는 서면을 제출했다. 이에 법원은 천씨를 계정 사용권의 유일한 법정 상속인으로 인정했다.
법원은 구씨 명의의 게임 계정 87개에 대한 사용권이 천씨에게 상속됐다고 확인하고, 게임회사에 판결이 효력을 얻은 날부터 15일 이내에 계정의 실명 인증 정보를 천씨 명의로 변경할 수 있도록 협조하라고 명령했다.
한편, 이번 판결에는 중국 민법 제127조와 제1122조가 주요 법적 근거로 활용됐다. 민법 제127조는 법률이 데이터와 온라인 가상재산의 보호에 관해 별도의 규정을 둔 경우 해당 규정을 따르도록 명시하고 있다. 온라인상의 데이터와 가상재산도 법률의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근거를 민법에 마련한 조항이다.
민법 제1122조는 상속재산을 자연인이 사망할 당시 남긴 합법적인 개인 재산으로 규정한다. 다만 법률 규정이나 재산의 성질상 상속할 수 없는 것은 상속 대상에서 제외한다. 이번 사건에서는 게임 계정 이용권이 고인에게만 전속되는 인격적 권리인지, 재산적 가치가 있어 승계할 수 있는 권리인지가 핵심 쟁점이 됐다.
다만 법원은 상속인이 게임 계정과 서버상 데이터의 소유권 자체를 취득한다고 판단하지는 않았다. 계정 식별자와 서버 데이터, 가상 아이템 등의 소유권은 이용약관에 따라 게임회사에 남지만, 이용자가 계약에 따라 보유하던 계정 사용권과 이에 수반된 재산적 이익은 상속할 수 있다고 구분했다. 사업자의 소유권과 상속인의 사용권이 동시에 성립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