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0일 출시된 데브시스터즈의 신작 방치형 게임 ‘쿠키런: 크럼블’의 초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쿠키런: 크럼블은 출시 당일 국내 애플 앱스토어 인기 순위 1위와 매출 순위 상위권에 오른 것은 물론, 대만과 태국에서 인기 순위 2위, 미국에서 8위를 기록하는 등 기존 쿠키런 지식재산권(IP)이 강세를 보였던 주요 국가에서 좋은 출발을 보였다.
또한 센서타워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쿠키런: 크럼블은 국내 구글플레이 인기 순위 1위를 기록했고, 미국과 대만에서도 각각 4위와 6위에 오르며 비교적 안정적인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쿠키런: 크럼블이 이용자들의 관심을 끌어낸 비결은 무엇일까? 직접 게임을 플레이해봤다.
직접 플레이해본 쿠키런: 크럼블의 시스템 자체는 상당히 평범했다. 이 게임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독창적인 콘텐츠도 눈에 띄지는 않았다.
게임은 방치형 장르답게 간단한 구조를 갖췄다. 최대 12종의 쿠키를 편성하면 쿠키들이 알아서 적을 공격하고 스킬과 강화 효과를 사용하며 전투를 진행한다. 각 쿠키는 편성된 다른 쿠키에게 시너지를 제공하거나 특정 시너지를 받을 수 있다.
장비 획득 방식도 기존 방치형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뽑기 구조다. 화면 하단에 위치한 오븐을 누르면 ‘행운 반죽’을 소비해 장비를 계속 만들어낼 수 있다. 오븐의 레벨을 3 이상으로 높이면 장비를 자동으로 제작하는 기능도 열린다. 이용자는 자동으로 만들어지는 장비를 지켜보다가 기존 장비보다 성능이 좋은 장비가 나오면 교체하면 된다.
성장 재화를 획득할 수 있는 콘텐츠들도 있다. ‘일일 던전’에서는 서로 다른 스테이지에 등장하는 몬스터를 처치하고 각종 인게임 재화를 획득할 수 있다. 아울러 PVP 콘텐츠인 '아레나', 층별 전투를 거치며 보상을 획득하는 ‘임플란트 타워’ 등의 콘텐츠가 마련되어 있다.
방치형 게임에 필요한 콘텐츠는 전부 들어있지만,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다른 게임에서도 느낄 수 있는 익숙한 문법들로 가득하다. 긍정적으로 표현하면 검증된 방치형 게임의 재미를 충실하게 구현했다고 볼 수 있지만, 새로운 시스템을 기대했다면 다소 아쉬울 수 있다.
그렇다고 쿠키런: 크럼블이 재미없는 게임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쿠키런: 크럼블은 높은 그래픽 완성도와 수집 요소, 최근 콘텐츠 소비 방식에 어울리는 ‘숏폼형’ 스토리 연출로 게임만의 강점을 알리고 있었다.
게임에는 출시 시점을 기준으로 해도 총 69종의 쿠키와 54종의 펫이 등장한다. 기존 쿠키런 IP 게임에서 만날 수 있었던 친숙한 쿠키뿐 아니라 쿠키런: 크럼블에서 처음 등장하는 오리지널 펫도 포함됐다.
특히 쿠키런 특유의 단순하고 아기자기한 데포르메 디자인은 방치형 게임과 좋은 궁합을 보여준다. 방치형 게임은 작은 캐릭터들이 자동으로 전투하는 모습을 오랫동안 바라보게 되는데, 쿠키런 캐릭터들은 작은 화면에서도 각자의 외형과 움직임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기존 쿠키런 캐릭터를 잘 모르는 이용자라도 여러 쿠키와 펫을 수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캐릭터 수집욕을 자극하는 연출도 준수하다. 쿠키를 뽑는 과정의 연출은 동종 장르 게임 가운데서도 상당히 공들여 만든 편이고, 높은 등급의 쿠키가 등장할 때의 기대감도 잘 살렸다.
출석 보상과 초반 가이드를 충실하게 따라가면 뽑기 기회도 제법 많이 제공돼서 방치형 수집 게임에서 중요한 캐릭터를 모으는 재미만큼은 착실하게 확보했다는 감상이다.
스토리를 전달하는 방식도 영리하다. 지역이 변경되거나 주요 사건이 발생하는 장면은 별도의 컷신으로 보여주지만, 일반적인 대화는 게임 화면 왼쪽에 표시되는 말풍선으로 처리한다. 스토리를 보고 싶은 이용자는 전투를 지켜보면서 자연스럽게 대사를 읽을 수 있고, 게임 진행에만 집중하고 싶은 이용자는 대화를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넘어갈 수 있다.
대사도 짧고 유머러스하게 구성됐다. 긴 설명이나 무거운 설정을 전달하기보다 짧은 대화를 연속적으로 보여주면서 캐릭터의 성격과 현재 상황을 알린다. 짧은 영상을 연속해서 소비하는 최근의 콘텐츠 이용 방식과 비슷한 ‘숏폼형’ 구성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방치형 게임에서 무겁고 긴 이야기를 기대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쿠키런: 크럼블은 스토리를 보여주는 것과 게임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것 사이의 적정선을 잘 지킨 것 같다.
물론 출시 초기인 만큼 다듬어야 할 부분도 보인다. 대표적인 부분이 장비 관리다. 현재 장착한 장비보다 전투력이 낮은 장비를 착용하려고 하면 경고창이 나타나지만, 성능이 높은 장비를 실수로 판매할 때는 별도의 경고가 표시되지 않는다. 후반으로 갈수록 높은 등급의 장비를 얻기 어려운 만큼, 좋은 장비는 판매하기 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해 보인다.
쿠키 시너지에 대한 설명도 부족하다. 초반 덱 구성 과정에서 시너지 시스템을 간단하게 소개하지만, 어떤 시너지가 유용한지, 동일한 시너지가 중복으로 적용되는지 등을 충분히 알려주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이 게임에서는 동일한 시너지를 제공하는 쿠키를 여러 명 편성해도 효과가 중첩되지 않는다. 때문에 같은 시너지의 쿠키 대신 다른 효과를 가진 쿠키를 넣는 것이 유리하다. 그러나 현재 인 게임 설명만으로는 초보 이용자가 이러한 구조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쿠키런: 크럼블은 다른 방치형 게임과 비교해 콘텐츠나 시스템이 월등하게 독창적인 작품은 아니다. 전투와 장비 획득, 일일 던전, 경쟁 콘텐츠 등 전반적인 구조는 이미 여러 게임을 통해 검증된 방치형 장르의 문법을 충실하게 따른다.
대신 아기자기한 쿠키런 특유의 그래픽과 캐릭터 수집의 재미, 짧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스토리 연출, 초보 이용자도 쉽게 적응할 수 있는 간결한 진행 방식에서 확실한 강점을 보인다.
쿠키런 IP에 애정이 있는 이용자라면 친숙한 캐릭터를 수집하고 성장시키는 과정만으로도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고, 쿠키런을 잘 모르는 이용자에게도 귀여운 캐릭터와 부담 없는 게임 진행 방식으로 쉽게 다가갈 수 있으리라 본다.
쿠키런: 크럼블이 초기의 좋은 흐름을 이어가면서 콘텐츠와 편의성을 꾸준히 보강하고, 위기에 놓인 데브시스터즈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