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오늘 ChatGPT한테 물어봤더니 답 바로 나왔어.” 대견한 건지 불안한 건지 모를 그 한마디에, 당신은 뭐라고 답하는가. “잘했네”로 끝나는 대화가 있고, “근데 그 답이 맞는지는 어떻게 알아?”로 이어지는 대화가 있다. 이 차이가 사소해 보이지만, 나는 이 차이가 AI 시대에 아이를 가르는 가장 결정적인 갈림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부모들의 고민은 비슷하다. AI를 가르쳐야 하는 건지, 인성을 길러야 하는 건지. 그런데 지금 AI 산업의 최전선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재 전쟁을 들여다보면, 의외의 힌트를 발견할 수 있다.
◇ 기업들이 실제로 비싸게 사는 역량
최근 대한상의가 500개 기업에 물었다. “어떤 인재를 뽑겠습니까?”라는 질문에 예상한 대로 1위는 AI 역량(69.2%)이었다. 하지만 그 다음으로 나온 응답은 소통·협업(55.4%), 직무 전문성(54.9%), 문제해결력(25.8%), 창의성(25.0%)으로 전부 인간적인 부분에 대한 부분이다. AI를 다룰 줄은 알되, 결국 사람으로서의 힘이 있는 사람을 원한다는 것이다.
치열한 인재전쟁이 한창인 AI 업계의 현장에서도 다양한 변화의 흐름을 엿볼 수 있다. OpenAI의 공동창업자 존 슐먼은 ChatGPT를 만든 핵심 인물이었는데, 경쟁사 Anthropic으로 이직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AI 얼라인먼트에 대한 집중을 더 깊이 하고 싶었다.” 더 좋은 기술을 만들려고 옮긴 게 아니라, 기술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더 깊이 고민하려고 옮긴 것이다. 세계경제포럼(WEF)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2025~2030년에 가장 수요가 높아질 역량으로 분석적 사고, 회복탄력성, 리더십을 꼽았다.
AI가 실행을 맡기 시작하면서, 사람에게 남는 일은 ‘무엇을 만들까’가 아니라 ‘이걸 만들어야 하는가, 만들지 말아야 하는가’를 판단하는 것이 되고 있다.
◇ 판단력은 어디서 자라는가
판단력은 판단해본 경험에서 온다. 그리고 아이가 가장 먼저, 가장 자주 판단을 연습하는 장소는 교실이 아니라 가정이다.
아이가 ChatGPT에게 숙제 답을 받아왔다. “왜 AI한테 시키냐”고 혼내면 아이는 부모 몰래 AI를 활용하게 된다. 대신 이렇게 물어보면 어떨까. “이 답이 진짜 맞는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을 일상적인 장면에서 많이 받아본 아이라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역할을 검증과 판단하는 사람으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발달심리학에서 피아제가 말한 ‘형식적 조작기'(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능력이 발달하는 시기)의 핵심이 바로 이것이다. 정답을 빨리 찾는 게 아니라, 좋은 질문을 던지는 힘 말이다. 그런데 AI가 모든 질문에 즉각 답해주는 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질문을 던지기도 전에 답을 받아버린다.
그래서 아이와의 대화는 더욱더 중요해진다. 특히 아이와 마주앉아 밥을 먹는 식탁에서의 대화는 골든타임이라고 본다.
아이가 유튜브에서 본 이야기를 신나게 풀어놓을 때, “재밌었겠다” 다음에 “그 사람은 왜 그렇게 말했을까?”를 한마디 얹는 것. 뉴스를 같이 보다가 “이 기사 쓴 사람은 어떤 입장일까?”를 물어보는 것. 아이가 받아들인 정보에 ‘왜’를 하나 더 붙여주는 것이야말로 아이의 비판적 사고를 키워주는 중요한 시간이 되는 것이다. 이게 반복되면 아이 머릿속에 한 단계가 자동으로 추가된다. 받아들이기 전에 한 번 생각하는 단계. 그게 판단력이다.
AI가 그럴듯하게 틀리는 이른바 ‘할루시네이션’을 아이가 직접 찾아보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AI한테 일부러 어려운 질문 해봐. 틀리는 거 찾으면 네가 이긴 거야.” 아이한테는 게임이지만, 그 게임을 하는 동안 정보를 무조건 믿지 않는 법을 몸으로 익힌다.
그리고 어쩌면 가장 강력한 교육은, 부모가 모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엄마도 이건 잘 모르겠는데, 같이 찾아볼까?” 이 한마디가 아이에게 심어주는 감각은 생각보다 크다. 모르는 것은 부끄러운 게 아니라 찾아보면 되는 것이라는 감각. AI 시대에 부모가 모든 답을 알 수는 없다. 알 필요도 없다. 하지만 답을 찾아가는 태도는 보여줄 수 있다.
◇ 가장 값싼, 그리고 가장 값비싼 교육
존 슐먼이 자리를 옮기면서까지 더 깊이 고민하겠다고 한 AI가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도록 판단하는 일은 “이 기술을 써도 되는가, 안 되는가”를 구분하는 능력이다. 그 능력은 컴퓨터 앞에서 길러지지 않는다. 친구와 싸웠을 때 사과할지 고민하는 것, 용돈을 지금 쓸지 모을지 정하는 것, 시험 공부를 얼마나 할지 스스로 결정하는 것. 사소하지만, 이 모든 것이 판단의 연습이다.
저녁 식탁에서 “왜?”를 하나 더 물어보는 것이 어쩌면 더 비싼 교육이 아닐까. 오늘 저녁, 아이에게 물어보자. “오늘 제일 궁금했던 거 뭐야?”
이미지 출처: AI 생성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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