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세대 아반떼가 공개됐습니다. 1990년 10월에 등장한 엘란트라(Elantra; J1) 이후에 1995년에 나온 2세대 모델 J2부터는 국내시장에서는 아반떼라는 이름으로 팔렸지만, 1세대부터 이번에 등장한 8세대까지 모두 아반떼의 역사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차체 크기는 전장ⅹ전폭ⅹ전고 4,675ⅹ1,855ⅹ1,425(mm), 휠베이스 2,750mm입니다. 이건 거의 D-세그먼트 중형 승용차에 필적하는 크기입니다. 게다가 신형 아반떼는 엔진도 이제 2.0 가솔린과 1.6 하이브리드를 탑재하고 있으니, 실질적으로 중형급에 다가서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의 전륜 구동 방식의 첫 고유모델 중형 승용차였던 1988년 Y2 쏘나타 제원을 보면 전장ⅹ전폭ⅹ전고는 4,680ⅹ1,750ⅹ1,410(mm)이고, 휠 베이스는 2,650mm로, 준중형 8세대 아반떼보다 길이는 단지 5mm 길고, 폭은 오히려 105mm 좁고, 높이는 15mm 낮으며 휠 베이스는 무려 100mm나 짧았으니, 오늘날의 준중형, 또는 C-세그먼트 차체는 실질적으로 38년 전의 D-세그먼트 중형 승용차보다 커진 것입니다.
게다가 2016년의 6세대 아반떼 MD부터 2020년의 7세대와 오늘의 8세대를 비교해 봐도 차체와 휠 베이스가 점점 커져 왔음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체로 C-세그먼트 승용차는 북미와 유럽 등에서는 패밀리 카 이기보다는 젊은 부부나 결혼 전의 청년층이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서, 유아용 시트를 놓을 크기의 뒷좌석 공간 정도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널찍한 뒷좌석과 다리공간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가족 문화가 중심이어서 세그먼트와 상관없이 모든 종류의 승용차에서 뒷좌석의 거주성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걸 반영한 것이 그동안 8세대에 걸친 아반떼의 진화이고, 이제는 우리나라 승용차의 뛰어난 거주성이 해외 시장에서도 대표적 특징이자 장점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확실히 세상은 변하는 것 같습니다.
8세대 아반떼의 차체 디자인의 전면 인상은 슬림 수평, 수직 LED 바가 직교하는 주간주행등이 강렬한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이 주간주행등 이미지는 지난 4월에 현대자동차가 북경에서 발표한 아이오닉 V 콘셉트 카에서도 선보였던 것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LED 헤드램프는 앞 범퍼의 가장 앞으로 돌출된 모서리보다 더 아래에 배치돼서 전면부 인상은 마치 팝업 헤드램프를 닫은 납작한 스포츠 쿠페의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테일 램프의 이미지 역시 각진 차체 조형에 수직과 수평선 형태의 LED 광원이 직각방향으로 교차하는 구성으로 강렬한 인상입니다. 여기에 뒤 범퍼는 레이싱 머신의 디퓨저 형태를 응용한 디테일이 만들어져서 트렁크 리드의 스포일러 이미지와 결합돼 전반적으로 고성능 레이싱 머신 같은 인상을 풍기고 있습니다.
앞 펜더 측면에서는 휠 아치를 감싸 부풀린 이미지를 쓰면서 면의 수직 분할선을 앞 도어 분할선보다 뒤로 설정해서 펜더의 볼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볼륨과 분할선으로 인해서 전륜구동 방식의 짧은 대시 패널의 이미지보다는 얼핏 후륜구동 방식의 긴 대시 패널의 펜더와 차체 같은 인상이 들기도 합니다.
이와 같이 팽팽한 곡면과 곡면이 교차하고 샤프한 각을 세우는 조형 언어는 최근에 현대자동차가 제시하고 있는 ‘아트 오브 스틸(Art of Steel)’ 이라는 조형 철학이 바탕이 된 기계적 정교함을 강조해 보여주는 감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측면에서 또 눈에 띄는 것은 C-필러의 디자인입니다. 이미 그랜저에서 선보였던 차체 색 C-필러에 이어지는 삼각형의 6-라이트 글래스(A-필러와 B-필러를 거쳐 C-필러까지 옆 면에 각각 세 개씩 양쪽으로 모두 여섯 개의 유리창이 있다는 의미입니다)의 조합으로 C-필러의 존재감을 나타내면서 3박스 구조 세단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디자인 테마가 아반떼 세단에도 사용됐습니다.
나중에 아반떼 해치백도 개발된다면 이 디자인 요소를 그대로 활용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41년 전이었던 1985년에 나왔던 현대자동차의 첫번째 전륜구동 승용차였던 엑셀의 해치백 역시 이런 형식의 C-필러 디자인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아니면 차별성을 위해 8세대 아반떼는 세단과 해치백을 다르게 디자인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실내에서도 많은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현대자동차의 독자적 인터페이스 시스템 플레오스가 적용된 대형 센터 디스플레이 패널을 비롯해 다양한 물리 버튼을 설치해서 오히려 운전 중의 조작성은 더 편리하고 직관적일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운전자를 위한 장방형 소형 디스플레이 패널은 운전 중의 시야 확보에 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요즘 많이 볼 수 있는 헤드 업 디스플레이는 오히려 운전 중에 전방 시야를 방해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지만, 저와 같은 소형 디스플레이 패널은 차라리 전방 시야가 명확히 정리되는 장점이 있을 걸로 보입니다.
이제 8세대가 된 아반떼는 35년의 역사도 가지게 됐습니다. 여기에 품질과 디자인이 더해져 세계 시장에서 실용적인 세단으로 널리 팔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8세대 아반떼가 해외에서 스테디 셀러로 자리잡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라게 됩니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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