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원, 바스 BATH
어떤 시선으로 봐도 바스는 특별하다. 이유는 명확하다. 전 세계에서 매우 드물게 두 차례에 걸쳐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정도로 문화적 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1987년에는 고대 로마의 온천 문화와 18세기 조지 왕조 시대(Georgian Era)의 건축 등이 어우러진 점을 인정받아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고, 2021년에는 바스를 포함한 유럽 7개국 11개 유명 온천 도시가 ‘유럽의 대온천 도시들(The Great Spa Towns of Europe)’로 이름을 올렸다. 여행도 그 발자국만 따라가면 되는데, 고대 로마인들이 몸을 담갔던 곳과 조지안 건축물들을 중심으로 구경하면 된다.
By Train: 런던 패딩턴역→바스 스파역 1시간 15~25분
Things to do in Bath
바스에서 열린 건축 박람회
밝고 따스한 날의 바스는 한층 더 매혹적인 민낯을 드러낸다. 바스를 쭉 훑어보면 도시 전체가 거대한 야외 갤러리처럼 느껴진다. 건물 대부분이 특유의 베이지색을 띠는 바스 스톤(Bath Stone)으로 지어져서 그렇다. 좀 더 깊이 들어가면 바스의 건축미를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인 ‘조지안(Georgian) 건축’에 닿는다. 비례와 대칭, 통일된 석조 외관 등을 특징으로 하는 18세기 영국 조지 시대의 우아한 문화가 바스 전체를 감싸고 있다. 특히 이 건물들은 도시에 시각적인 쾌감과 통일성을 부여한다.
조지안 건축의 진수를 보여 주는 대표적인 공간이 로열 크레센트(Royal Crescent)와 더 서커스(The Circus)다. 1770년대에 지어진 로열 크레센트는 152m 길이의 거대한 초승달 모양을 따라 30채의 테라스 하우스가 유려하게 늘어서 있다. 내부는 시대에 맞춰 변화해 왔지만, 완벽한 대칭을 이루는 압도적인 석조 외관은 처음 지어졌을 때의 웅장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묘한 안정감을 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근에 자리한 더 서커스 역시 원형으로 둘러싸인 타운하우스 건물인데, 건축가 존 우드(John Wood)가 고대 유적인 스톤헨지의 외곽 둑과 비슷한 지름 길이(약 97m)로 설계했다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 밖에도 홀번 뮤지엄(The Holburne Museum), 시어터 로열(Theatre Royal), 그랜드 펌프 룸(Grand Pump Room) 등 도시 곳곳에서 조지안 양식의 건축물을 마주할 수 있다. 특히 강 위를 가로지르는 풀트니 브리지(Pulteney Bridge)는 1769년 건축가 로버트 아담이 설계한 곳으로, 이탈리아 피렌체의 베키오 다리처럼 다리 양옆으로 상점들이 빼곡히 들어선 독특한 형태를 자랑한다.
아름다운 건축물만큼이나 바스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랜드마크는 로만 바스(Roman Baths)다. 약 1,950년 전(서기 70년경) 고대 로마인들이 세운 이 거대한 목욕 및 사교 시설에는 여전히 46도에 달하는 뜨거운 천연 온천수가 끊임없이 뿜어져 나온다. 비록 지금은 유적 보호를 위해 직접 몸을 담글 수는 없지만, 고대 로마인들의 대형 목욕탕과 수천 점의 유물들을 통해 그들의 화려했던 삶을 엿볼 수 있다. 참, 우리가 흔히 쓰는 ‘목욕(Bath)’이라는 영어 단어 역시 이곳의 지명에서 유래했다.
역사와 현대적 감각이 교차하는 곳
프랜시스 호텔
18세기 조지안 양식의 타운하우스로 지어진 프랜시스 호텔(Francis Hotel)은 1884년부터 숙박 시설로 운영된 유서 깊은 공간이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탁월한 관광지 접근성이다. 바스의 중심부인 퀸 스퀘어(Queen Square)에 자리하고 있어, 바스 수도원과 로만 바스, 풀트니 브리지, 더 서커스 등 도시의 주요 명소를 도보로 가볍게 둘러볼 수 있다.
객실 내부는 클래식한 건축 유산에 모던한 감각을 더해 기품 있게 다가오며, 가이아 스킨케어(GAIA Skincare)와 협업한 스파도 눈여겨볼 만하다. 게다가 호텔 1층에 자리한 엠버우드(Emberwood)는 영국 음식이 맛없다는 편견을 깨 주는 브리티시 브라세리다. 시그니처 메뉴는 숯불에서 직접 조리해 불맛이 제대로 입혀진 소고기 스테이크와 각종 그릴 요리(생선·닭고기 등)다.
바스가 생각하는 럭셔리
로열 크레센트 호텔 & 스파
역사적 건축물인 로열 크레센트에 자리한 하이엔드 호텔이다. 1950년부터 영업한 곳이지만, 호텔의 둥지가 되는 곳의 영향으로 전체적으로 클래식한 인상을 준다. 특히, 1908년부터 영국 숙박업소를 평가한 기관 AA로부터 최고 등급인 별 5개를 획득할 정도로 객실과 F&B, 스파 등 시설 대부분이 잘 운영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여행자라면 호텔 뒤편의 고즈넉한 정원과 다이닝 공간을 주목하자. 로컬 재료를 활용하는 몬테규스 뮤스(Montagu’s Mews)에서는 파인다이닝 수준의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날이 좋을 땐 이곳 정원에서 애프터눈 티를 즐겨 보는 것도 추천한다. 아이비 하우스 팜(Ivy House Farm)의 진한 클로티드 크림과 딸기 잼을 듬뿍 바른 수제 스콘은 몇 개라도 먹고 싶을 정도로 한 끗이 다르다.
고대 로마인처럼
서메 바스 스파
바스에 온 만큼 천연 온천수에 몸을 담그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일정이다. 당일치기 여행이라면 서메 바스 스파(Thermae Bath Spa)만 한 곳이 없다. 이 지역의 온천수는 약 1만 년 전 내린 빗물이 지하 깊은 곳에서 자연적으로 데워져 솟아올랐고, 고대 로마인들도 치료와 휴식을 위해 찾았다고 한다.
서메 바스 스파의 하이라이트는 야외 루프톱 풀이다. 적당한 온도의 온천수에 몸을 담근 채 바스 수도원의 웅장한 실루엣과 바스 도심을 360도 뷰로 감상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로마식 아로마 스팀룸, 대형 실내 풀 미네르바 바스, 카페 등의 웰니스 시설을 갖추고 있다. 참, 이곳은 16세 이상만 입장할 수 있는 ‘노키즈존’으로 운영되고 있다.
글·사진 이성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