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2026년 9월 18일, 한국의 에너지 법률에서 오랫동안 익숙했던 단어 하나가 사라진다.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이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신에너지’가 빠지는 것이다. 법 이름을 조금 고치는 일처럼 보이지만 의미는 작지 않다. 한국은 그동안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와 수소·연료전지처럼 성격이 다른 기술을 ‘신·재생에너지’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묶어왔다. 이번 개정은 그 오랜 묶음을 풀고 ‘새로운 에너지’와 ‘재생되는 에너지’를 구분하기 시작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수소의 이름보다 ‘어디서 왔는가’를 보라
태양광은 햇빛을 이용하고 풍력은 바람을 이용한다. 수력 역시 자연의 물순환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형태는 다르지만 자연적으로 다시 공급되는 에너지원을 이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 수소는 다르다. 수소는 석탄이나 석유처럼 채굴해 바로 사용하는 1차에너지원이 아니라 다른 에너지를 투입해 만들어야 하는 에너지 운반체다. 따라서 ‘수소’라는 이름만으로 그것이 친환경적인지, 재생에너지인지 판단할 수 없다.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만든다고 생각해보자. 태양광이나 풍력으로 생산한 전기를 사용한다면 재생에너지에서 유래한 수소가 된다. 반대로 같은 전기분해 장치를 사용하더라도 전기가 화석연료 발전에서 왔다면 환경적 의미는 전혀 달라진다. 수소는 같아도 출생지가 다른 셈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역시 수소의 환경적 의미는 생산방식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고 본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수소인가 아닌가”가 아니라 “무엇으로 수소를 만들었는가”다.
연료전지는 이 차이를 더욱 분명하게 보여준다. 연료전지는 에너지원이 아니라 연료의 화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변환장치다. 천연가스에서 얻은 수소를 사용하는 연료전지와 재생전력으로 만든 수소를 사용하는 연료전지는 겉으로 같은 장치를 사용하더라도 기후적 의미가 같을 수 없다. 유럽연합 역시 재생에너지를 풍력·태양광·수력·지열·바이오매스 등 재생가능한 비화석 에너지원에서 얻는 에너지를 중심으로 정의한다. ‘어떤 장치를 썼느냐’보다 결국 ‘에너지가 어디에서 왔느냐’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름이 달라지면 정책의 기준도 달라진다
그렇다면 이런 구분이 꼭 필요할까. 발전소가 전기를 만들고 수소가 에너지를 운반한다면 무엇이라고 부르든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에너지정책에서 이름은 단순한 언어가 아니다. 이름은 분류가 되고, 분류는 통계와 지원정책의 기준이 된다. 성격이 다른 에너지를 같은 범주에 넣으면 재생에너지 보급 실적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워지고,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이나 국가 간 성과를 비교할 때도 혼선이 생긴다. 정부가 어떤 기술을 왜 지원하는지도 모호해질 수 있다.
법제처가 이번 개정 이유로 신에너지와 재생에너지가 혼용되면서 공급인증서 발급과 통계 산출 등에 혼란이 발생했다고 밝힌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26년 개정법은 수소와 연료전지, 석탄가스화복합발전 등 기존 신에너지에 관한 사항을 재생에너지 법체계에서 분리하고, 관련 내용을 별도의 수소 법체계로 옮기는 방향으로 정리했다. 한국 에너지정책이 뒤늦게나마 ‘새롭다’는 것과 ‘재생가능하다’는 것을 구분하기 시작한 셈이다.
재생에너지와 저탄소에너지는 같은 말이 아니다
여기서 또 하나의 오해를 피해야 한다. 수소나 연료전지가 재생에너지에서 빠진다고 해서 기후변화 대응에 가치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반대로 재생에너지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해서 어떤 에너지가 모든 면에서 자동으로 친환경적인 것도 아니다. 재생에너지는 주로 에너지가 어디에서 왔는가에 관한 개념이고, 저탄소 여부는 그 에너지를 생산하고 사용하는 과정에서 실제로 얼마나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가에 관한 문제다. 둘은 자주 겹치지만 같은 개념은 아니다.
이 차이를 구분해야 정책도 정교해질 수 있다. 태양광과 풍력은 재생가능한 에너지원인지 평가하고, 수소는 무엇으로 어떻게 생산했는지와 탄소집약도를 따지며, 연료전지는 어떤 연료를 사용하는지를 살펴보는 식이다. 기술의 이름 하나로 환경적 가치를 판정하는 대신 에너지의 기원과 실제 탄소성과를 함께 보는 것이다.
그래서 9월 18일 법률 제목에서 ‘신에너지’라는 네 글자가 사라지는 것은 단순한 명칭 변경이 아니다. 무엇을 지원할 것인가를 결정하기에 앞서 우리가 무엇을 재생에너지라고 부르고 있는지부터 정확히 하자는 변화에 가깝다. 에너지전환에서는 발전소를 얼마나 많이 짓느냐 못지않게 무엇을 재생에너지로 셀 것인지도 중요하다. 분류가 흔들리면 통계가 흔들리고, 통계가 흔들리면 정책과 투자의 방향도 흐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제 ‘무엇이 재생에너지인가’라는 질문에 조금 더 정확한 답을 내놓기 시작했다. 그러나 더 어려운 문제는 그 다음에 기다리고 있다. 무엇이 재생에너지인지 구분했다면, 이제 그것을 어디에, 어떻게, 얼마나 빠르게 설치할 것인가.
한국 에너지전환의 진짜 시험은 바로 그 질문에 답하는 데 있다.
글 / 정석희 전남대학교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
정석희 박사는 전남대학교 교수이자 에페트솔루션(EFET Solutions) 창업자 겸 CEO로, 미생물 전기화학 시스템 기반 그린 하·폐수처리 및 에너지 전환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국가 장학 지원을 받아 해당 분야의 세계적 연구기관인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환경·에너지 분야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3년 연속 스탠퍼드대학교 ‘세계 상위 2% 과학자’ 리스트에 선정되었으며, 학계와 산업계를 연결하는 기후·에너지 솔루션 개발에 힘쓰고 있다. 현재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광주녹색환경지원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으며, 환경보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6년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정리 / IT동아 김영우 기자 (pengo@itdonga.com)
※본 콘텐츠의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