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김영우 기자] 해외 여행이나 출장을 준비하다 보면 "우리 집 운전면허증 뒷면에 영어로 다 적혀 있던데, 이거면 되지 않나?"라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실제로 요즘 발급되는 국내 운전면허증 뒷면을 보면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 면허 종류 같은 정보가 영문으로 병기돼 있고, 지구본 모양의 홀로그램에 알파벳 약자까지 새겨져 있어 그럴듯한 '해외용 서류'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건 국제운전면허증이 아니다. 국제협약에 따라 별도로 발급받아야 하는 정식 문서와는 전혀 다른 물건이다.
문제는 이걸 국제운전면허증으로 착각한 채 해외에 나갔다가 렌터카 업체에서 대여를 거절당하거나, 자칫 무면허 운전으로 몰려 곤란을 겪는 경우가 생긴다는 점이다. 뒷면만 보고 넘겨짚기 전에, 국제운전면허증이 정확히 무엇이고 어떻게 발급받는지 짚어보자.
영문 표기 운전면허증과 국제운전면허증은 전혀 다른 것
2019년 하반기 이후 발급된 운전면허증은 뒷면에 성명과 면허 종류 등이 영문으로 함께 기재된다. 그래서 여권과 이 새 면허증만 챙기면 뉴질랜드, 호주, 영국, 필리핀, 싱가포르, 캐나다와 미국의 일부 주(州, 캘리포니아는 제외) 등 전 세계 60여개 국가, 100여개 지역에서 별도 시험 없이 단기간 운전이 허용된다. '단기간'의 기준은 나라마다 다른데, 대체로 입국 후 3개월 이내로 보는 경우가 많고, 짧게는 30일 정도만 인정하는 지역도 있다. 반대로 하와이처럼 제네바 협약 가입국 면허 소지자에게 입국일로부터 1년까지 운전을 허용하는 예외적인 지역도 있다. 다만 이는 해당 국가가 별도의 시험 없이 편의상 봐주는 조치일 뿐, 상대국이 한국 면허를 자국 면허와 동등하게 인정하는 '운전면허 상호인정'은 아니다. 인정 기간이나 조건도 국가·지역마다 다르고 언제든 바뀔 수 있어, 국제운전면허증을 별도로 챙겨가는 쪽이 훨씬 확실하다.
여기서 "짧게 다녀올 거면 이 정도로 충분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정작 한국인이 자주 찾는 일본이나 유럽 주요국, 중국 등은 이 69개국 목록에 들어있지 않아 국제운전면허증 없이는 운전이 막힌다. 목록에 있는 나라라 해도 이는 법적으로 봐주는 것일 뿐이라, 렌터카 업체가 내부 정책상 국제운전면허증을 별도로 요구하는 경우도 흔하다. 출장이든 여행이든 일정이 짧다는 이유로 우습게 여겼다가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정식 국제운전면허증은 표지에 'International Driving Permit'이라는 문구가 적힌 완전히 별개의 문서다. 비엔나·제네바 협약을 체결한 95개 국가에서 한국 면허와 같은 수준으로 인정받을 수 있고, 해외에서 렌터카를 빌리려면 대부분 이 문서를 요구한다. 유효기간은 발급일로부터 1년이며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효력을 잃는다. 결국 뒷면에 영어가 적혀 있다는 것과 '해외에서 이 한 장으로 운전할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그럼 비대면으로, 즉 집에서 클릭 몇 번으로 이 정식 문서를 받는 방법을 알아보자.
비대면 발급, 이렇게 진행된다
국제운전면허증은 한국도로교통공단이 운영하는 '안전운전 통합민원' 사이트에서 100% 비대면으로 신청할 수 있다. 별도로 설치하는 앱은 없다. 한때는 PC로만 신청이 가능하고 모바일에서는 막혀 있었지만, 현재는 스마트폰 브라우저로 접속해도 로그인부터 사진 등록, 결제, 신청 완료까지 끝까지 진행할 수 있어 굳이 시험장이나 경찰서를 찾아갈 필요가 없다.
절차는 간단하다. 사이트에 접속해 '국제운전면허증' 발급 메뉴로 들어간 뒤, 여권 정보와 운전면허 정보를 입력한다. 이어 6개월 이내에 찍은 여권용 사진(3.5×4.5cm)을 이미지 파일로 올리고, 국제운전면허증을 받을 주소와 수령 방법을 지정하면 신청이 끝난다. 대한민국 여권을 가진 내국인이라면 행정정보공동이용에 동의할 경우 여권 사본 첨부 자체를 생략할 수 있어 더 간단하다.
접수는 매일 07:30부터 22:00까지 가능하지만, 하루 처리 건수가 450건으로 제한돼 있다는 점은 기억해두자. 출국이 임박했다면 신청이 몰려 순서가 밀릴 수 있으니 최소 며칠 전, 오전에 미리 접수하는 게 안전하다. 신청을 마치면 별도로 시험장을 방문할 일 없이, 최소 5일에서 최장 2주 안에 지정한 주소로 국제운전면허증이 등기우편으로 발송된다. 수수료는 9000원이며, 등기우편으로 받는 만큼 우편료가 별도로 붙는다는 점도 참고하자.
온라인 신청이 번거롭거나 당장 급하게 필요하다면 전국 운전면허시험장·경찰서, 인천·김해국제공항의 국제운전면허 발급센터에서 즉시 발급받는 방법도 있다. 준비물은 온라인과 거의 같다. 본인이 직접 갈 경우 여권(사본 가능), 운전면허증, 6개월 이내 촬영한 여권용 사진 1매면 되고, 대리인이 갈 경우엔 본인 여권·운전면허증 원본, 대리인 신분증, 위임장이 추가로 필요하다. 창구에서 신청서를 내고 사진을 붙인 뒤 카드로 수수료를 내면 그 자리에서 카드가 나오는 식이라 발급 자체는 5분 안팎이면 끝나지만, 신청자가 몰리면 대기시간이 늘어날 수 있다.
다만 운영시간은 기관마다 달라 미리 확인해야 한다. 인천공항(제1터미널 3층 경찰치안센터, 제2터미널 2층 정부종합센터)과 김해공항(국제선 1층) 발급센터는 평일 09:00~18:00(점심시간 제외)만 운영하고 주말·공휴일은 쉰다. 경찰서는 발급 가능 여부가 지점마다 달라 방문 전 전화로 확인하는 게 안전하다. 수수료는 공항 발급센터가 8500원으로, 등기우편이 필요 없는 만큼 온라인 신청(9000원+우편료)보다 오히려 조금 저렴하다.
발급 전에 확인해야 할 것들
국제운전면허증을 손에 넣었다고 끝이 아니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는 국제운전면허증만 들고 운전하면 무면허로 처벌받을 수 있다. 반드시 한국 운전면허증과 여권을 함께 지참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국제운전면허증에 적힌 영문 이름 철자가 여권과 한 글자라도 다르면 현지에서 효력을 인정받지 못할 수 있으니 발급 전에 반드시 대조해봐야 한다.
국가마다 국제운전면허증의 인정 범위와 실제 운전 가능 기간이 다르게 적용되는 경우도 있다. 미국이나 캐나다처럼 주(州)나 지역별로 규정이 다른 나라라면, 방문할 지역에서 국제운전면허증으로 운전이 가능한지 출국 전에 대사관이나 현지 렌터카 업체를 통해 한 번 더 확인해두는 편이 낫다. 국내 면허가 정지·취소된 상태라면 국제운전면허증 발급 자체가 제한되거나, 정지가 끝난 다음 날부터 유효기간이 새로 계산된다는 점도 알아두자.
결국 뒷면에 영어가 적혀 있다는 이유만으로 국제운전면허증이라 여기고 짐을 싸는 건 위험하다. 출국 전 안전운전 통합민원 사이트에서 며칠 전 미리 5분 정도만 투자하면 정식 국제운전면허증을 손에 넣을 수 있으니, 미리 챙겨 두고 마음 편히 떠나는 쪽을 권한다.
IT동아 김영우 기자 (pengo@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