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 캐주얼 장르의 모바일 게임을 출시하니 숫자만 보면서 게임을 고치게 되더라고요. 우리가 원했던 방향이 아닌데도 각종 지표 등 숫자가 올라가고, 정말 잘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을 넣었는데 숫자가 내려가기도 했습니다. 계속 숫자에 휘둘리는 것이 저희에게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는 포레누아게임즈 김연주 대표가 모바일 게임에서 인디게임으로 방향을 틀게 된 이유다. 이용자 유입과 잔존율 등 각종 지표에 맞춰 게임을 끊임없이 수정하는 대신, 자신이 가장 자신 있고 좋아했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고 한다.
포레누아게임즈는 데브시스터즈에서 ‘브릭시티’를 개발했던 동료들을 중심으로 출발했다. 처음에는 5명이 모여 모바일 게임을 개발했고, 회사 운영을 위해 하이퍼 캐주얼 게임에도 도전했다. 하지만 시장에 뛰어들면서 좋은 게임을 만드는 것만으로 이용자를 확보할 수 없고, 마케팅과 지표 관리 역시 게임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현실을 마주했다.
결국 팀은 인디게임에 도전하는 방향을 택했다. 이후 다른 구성원들이 생업을 위해 자리를 옮기면서 현재는 김 대표가 사실상 혼자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스토리 기획자였던 그는 기획과 시나리오는 물론 도트 그래픽과 각종 리소스 제작까지 직접 맡고 있으며, 필요한 리소스는 구입해 활용하고 있다.
김 대표는 “모바일에서는 기본 게임 플레이 루프가 있고 스토리가 곁다리에 소스처럼 들어가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사람들이 스토리를 보기 위해 게임을 플레이하는 작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또 저는 원래 스토리를 담당했던 사람이어서 이야기를 좀 더 제대로 만들어보고 싶었다는 생각이 컸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개발 중인 ‘룰더던전’은 익숙한 헌터물에 한국적인 관공서 분위기를 결합한 어드벤처 RPG다. 이용자가 직접 헌터가 되는 대신 던전을 관리하는 공무원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헌터들을 이끌고 사건과 민원을 해결한다.
김 대표는 게임을 개발하면서 탐험에서는 과거 ‘포켓몬스터’, 이야기의 분위기에서는 ‘역전재판’, 어반 판타지 분위기에서는 ‘페르소나’, 선택에 따른 이야기 변화에서는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등 자신이 좋아했던 작품들의 요소를 참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신경 쓰는 부분은 이용자의 ‘선택’이다. 개발 과정에서는 한때 CRPG 방식도 시도했지만, 자유도와 확률 요소를 지나치게 높일 경우 김 대표가 반드시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와 캐릭터성이 오히려 희석되는 문제가 나타났다. 이에 현재는 캐릭터와 이야기의 밀도를 유지하면서 선택에 따라 서로 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어드벤처 RPG로 방향을 잡았다.
김 대표는 “선택을 너무 많이 할 수 있게 만들면 제가 이 캐릭터가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 알 수 없게 되고, 결국 캐릭터성과 이야기의 품질이 떨어졌다”며 “캐릭터성을 확실하게 살린 재미있는 이야기를 주면서도 선택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를 경험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김 대표 자신의 게임 경험도 반영됐다. 그는 과거 선택을 기억한다고 강조한 게임을 플레이하며 신중하게 결정을 내렸지만, 결과적으로 이야기에는 큰 변화가 없는 모습을 보고 아쉬움을 느꼈다고 했다. 김 대표는 당시 느낀 배신감 때문에 자신의 게임만큼은 그렇게 만들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실제로 작품에서는 이용자가 누구를 먼저 만났는지, 어떤 물건을 갖고 있는지, 어떤 대답을 했는지가 로그에 기록된다. 이전 행동에 따라 NPC의 대사가 달라지고, 작은 반응 변화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크게는 두세 갈래의 주요 이야기까지 달라지는 구조를 구상하고 있다.
캐릭터와의 상호작용 역시 단순 대화에서 벗어난다. NPC에게 접근하면 ‘관찰하기’, ‘대화하기’, ‘제시하기’ 등을 선택할 수 있고, 먼저 관찰했는지 또는 특정 물건을 제시했는지에 따라 새로운 대화가 열린다. 인사를 하기 전에는 이름을 알 수 없지만 대화를 나눈 뒤 관찰하면 이름이 표시되는 식의 세세한 변화도 준비하고 있다.
사건 해결 방식도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다. 예를 들어 데모에 등장하는 자판기 형태의 보스와 정면으로 싸울 수도 있지만, 동전을 넣어 멈추게 하거나 가지고 있는 물건이나 동료를 활용해 전투 자체를 피하는 식의 해결 방법도 있다.
대화와 탐색을 성장으로 연결하는 ‘로고스 시스템’도 이러한 스토리 중심 설계의 연장선이다. 이용자가 인물과 대화하거나 이벤트를 경험하며 키워드를 획득하고, 이를 조합해 새로운 스킬을 만드는 방식이다. 키워드 조합에 따라 다양한 스킬도 준비된다.
김 대표는 “대화와 이벤트를 많이 해야 하는 이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그 과정에서 얻은 키워드가 새로운 스킬과 헌터의 성장으로 이어지도록 만들고 있다”고 설명을 더했다.
김 대표가 밝힌 게임 완성판의 목표 플레이 시간은 약 5~10시간이다. 모든 이야기를 한 번의 플레이로 확인하는 구조는 아니다. 김 대표는 개발 여력이 된다면 이용자들이 추후 선택지 시점으로 돌아가 해당 부분부터 다시 플레이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울러 포레누아게임즈는 오는 14일부터 오프라인 전시가 진행되는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 2026(BIC 2026)에도 참가한다. 이 자리에서 기존 CRPG 데모와 달라진 어드벤처 RPG 빌드를 선보인 뒤 이용자 피드백을 바탕으로 계속 완성도를 높여갈 예정이다. 출시 목표는 27년 3분기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룰더던전’을 IP화하고 다른 작품들을 출시해 각 작품이 하나의 이야기로 완결되면서도 세계와 캐릭터를 이어가는 시리즈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김 대표는 “포레누아의 뜻은 프랑스로 검은 숲이다. 마치 두근 두근한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곳이다. 게임을 하면서 힘든 일상에서 벗어나 행복과 즐거움을 얻는 것처럼, 우리 게임도 그런 즐거움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