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가 고객경험(Customer Experience·CX)을 차별화하기 위한 핵심 공간으로 공항 라운지를 주목하고 있다. 항공 서비스를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과정에 한정하지 않고, 승객이 공항에 도착한 순간부터 기내에 탑승할 때까지 경험하는 모든 접점으로 확장하는 흐름이다.
과거 공항 라운지는 탑승 전 시간을 보내는 대기 공간에 가까웠지만, 최근에는 각 항공사의 브랜드 철학과 서비스 역량을 집약한 공간으로 역할이 바뀌고 있다. 국가의 문화유산과 지역 정체성을 반영한 인테리어, 유명 셰프가 참여한 미식 서비스, 시각·청각·후각을 아우르는 오감 브랜딩까지 경쟁 방식도 다양해졌다.
같은 대기 시간이라도 이를 얼마나 특별한 경험으로 전환하느냐가 항공사의 새로운 경쟁력이 된 셈이다.
에어프랑스, 프렌치 럭셔리를 오감으로 구현
에어프랑스는 공항 라운지를 프랑스 문화와 브랜드 미학을 오감으로 경험하는 공간으로 설계하고 있다. 파리 샤를 드 골 공항을 비롯해 로스앤젤레스, 뉴욕, 런던 히드로 등 주요 거점 공항의 라운지를 새로 열거나 재단장하며 프리미엄 고객을 위한 브랜드 경험을 강화했다.
에어프랑스 런던 히드로 공항 라운지
라운지 내부에는 에어프랑스 로고와 역사적 상징인 ‘날개 달린 해마’, 브랜드 포스터와 시그니처 색상을 적용했다. 파리와 런던, 로스앤젤레스 라운지에는 피에르 폴랭, 파트리크 주앙 등 프랑스 디자이너의 가구를 배치해 시각적인 품격과 편안함을 함께 고려했다.
파리 라운지 전역에서는 조향사 프란시스 커정이 만든 시그니처 향수 ‘AF001’을 활용한다. 공간의 디자인뿐 아니라 향기까지 일관된 브랜드 요소로 구성해 에어프랑스만의 프렌치 럭셔리를 전달한다.
다이닝 서비스에는 프랑스 고메 문화를 반영했다. 파리의 브라세리와 카페에서 영감을 얻은 공간에서 신선한 요리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며, 지역 생산물과 제철 식재료를 우선 활용한다.
에어프랑스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 라운지 (좌), 파리 샤를 드 골 공항 장거리 노선 라운지 메뉴 (우)
로스앤젤레스 라운지는 오픈 키친을 통해 프라이팬에 볶은 대하 요리와 오리 콩피를 넣은 카술레 등 주문 즉시 조리한 메뉴를 선보인다. 파리 샤를 드 골 공항 2E 터미널 K·L·M 홀의 장거리 라운지에서는 ‘프렌치 비스트로노미’의 선구자로 알려진 이브 캉드보르드가 구성한 프랑스 특선 요리를 제공한다.
에어프랑스는 20년 파트너사인 클라랑스와 함께 파리와 런던, 뉴욕, 로스앤젤레스 라운지에 스파 공간도 마련했다. 프라이빗 트리트먼트 룸에서 ‘Anti jetlag’, ‘Instant detox’, ‘Focus regard’ 등 세 가지 무료 서비스를 운영하며 식물 추출물 기반 제품을 활용한 맞춤형 케어를 제공한다.
에어프랑스 클라랑스(Clarins) 스파 공간
지난 7월에는 파리 샤를 드 골 공항의 일등석 전용 ‘라 프리미에르’ 라운지를 1,000㎡ 규모로 확장해 다시 열었다. 알랭 뒤카스 셰프의 파인다이닝과 확장된 시슬리 스파, 독립적인 휴식·업무 공간, 대형 미술 작품 등을 갖췄다.
침실과 욕실, 개별 파티오, 업무 공간을 갖춘 최대 4인 규모의 ‘라 프리미에르 스위트’도 추가 옵션으로 운영한다. 파리와 런던, 뉴욕, 로스앤젤레스 라운지에는 ‘플라잉 블루 얼티밋’ 회원을 위한 별도 공간을 마련해 회원 등급과 이용 목적에 따라 서비스를 세분화했다.
대한항공, LA에 담아낸 ‘모던 코리안 럭셔리’
대한항공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에 해외 직영 라운지 가운데 최대 규모인 차세대 플래그십 라운지를 열었다. 라운지는 6층 일등석 라운지와 5층 마일러 클럽·프레스티지 라운지로 구성됐으며, 전체 면적은 기존보다 1.27배 넓어진 1,675㎡다.
대한항공 미국 LA 국제공항 차세대 플래그십 라운지
인테리어에는 동서양의 아름다움을 결합한 ‘모던 코리안 럭셔리’를 적용했다. 자연광이 깊숙이 들어오는 구조를 통해 ‘천사의 도시’로 불리는 로스앤젤레스의 밝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표현하고, 따뜻한 질감의 목재와 고급 석재를 조화롭게 배치했다. 분청사기와 달항아리 등 한국적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예술 작품도 곳곳에 설치했다.
일등석 라운지에는 독립적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별실 2곳을 마련했다. 이용객이 기호에 따라 일품요리를 주문할 수 있는 ‘아라카르트’ 방식의 퍼스널 다이닝 서비스도 제공한다.
마일러 클럽·프레스티지 라운지에는 셰프가 현장에서 음식을 조리하는 오픈 키친 방식의 라이브 스테이션을 도입했다.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특색을 담은 로컬 크래프트 맥주와 현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시그니처 블렌드 커피도 준비했다. 비즈니스 존과 패밀리 존, 샤워실 등 이용 목적에 따라 공간을 세밀하게 분리한 점도 특징이다.
델타항공, 유타의 자연과 디지털 기술 결합
델타항공은 솔트레이크시티 국제공항 B 콩코스에 네트워크 내 두 번째로 큰 ‘델타 스카이 클럽’을 새롭게 열었다. 최대 6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3만4,000제곱피트, 약 955평 규모로 조성됐으며 이착륙장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파노라마 전망을 갖췄다.
델타항공 솔트레이크시티 국제공항 B 콩코스 ‘델타 스카이 클럽’
라운지 디자인은 유타주의 자연경관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했다. 입구층의 기하학적 천장과 테라초 모자이크 바닥은 눈 위에 반사되는 겨울 햇살을 표현했으며, 위층에는 목재와 보석빛 장식, 구리 마감재를 사용해 유타주의 산과 호수, 동굴을 연상하도록 구성했다.
공간에 전시된 작품은 현지 예술가들에게 의뢰해 제작했다. 유타 지역의 다양한 질감과 색채를 담아 라운지와 지역의 연결성을 높였다.
델타항공이 처음 선보인 ‘디지털 이머전스 월’도 설치됐다. 유타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를 담은 파노라마 영상에 자연의 소리를 결합해 몰입형 4D 경험을 제공한다. 벨벳 커튼과 방음벽, 어두운 색조를 적용한 별도 공간에서는 외부 소음을 줄이고 편안하게 휴식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프리미엄 원형 바와 9개의 방음 전화 부스, 현장에서 조리한 음식을 제공하는 푸드 뷔페, 2곳의 음료 스테이션 등을 갖췄다.
항공사들의 라운지 경쟁은 넓은 좌석과 식음료를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브랜드 문화와 지역성, 미식, 웰니스, 디지털 기술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공항에서 보내는 대기 시간이 여행의 일부로 자리 잡으면서 라운지는 각 항공사의 프리미엄 서비스 역량을 보여주는 핵심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준문 기자/jun@newsta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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