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스마트 안경으로 찍은 사진·영상에는 촬영 시각과 위치가 남고, 연결 앱에는 AI 어시스턴트 질의가 저장된다. 웹브라우저에는 생성형 AI와 주고받은 대화, 업로드·다운로드 파일, 생성 이미지와 문서의 흔적이 쌓인다. 완성된 딥페이크나 조작 문서만 판별해서는 누가 어떤 의도로 AI에 질문했고, 어느 서비스를 거쳐 결과물을 만들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새 포렌식 기술은 흩어진 기록을 하나의 사건으로 묶는 데 초점을 둔다.
마에스트로 포렌식은 1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차세대 포렌식 솔루션 ‘AI 스마트 안경 포렌식(MAESTRO WiSDOM AI Glasses)’과 ‘생성형 AI 포렌식(MAESTRO WiSDOM GenAI)’을 공개했다. 기존 통합 디지털 포렌식·침해사고 대응 플랫폼 ‘마에스트로 위즈덤(MAESTRO WiSDOM)’의 분석 범위를 PC와 스마트폰에서 AI 스마트 안경과 생성형 AI 서비스로 넓힌 제품이다.
두 솔루션은 여러 기기와 서비스에 흩어진 증거를 하나의 사건 안에서 연결한다. 스마트 안경에서는 촬영·녹화 이력과 위치, 기기 연결 정보, AI 어시스턴트 질의 기록을 찾고, 생성형 AI에서는 대화와 계정 활동, 업로드·다운로드·생성 파일을 수집한다. Windows·macOS·Linux·Android·iOS와 클라우드에서 확보한 자료도 같은 사건에 넣어 시간순으로 배열하거나 상호 관계를 분석할 수 있다.
김종광 마에스트로 포렌식 대표(좌), 채준혁 팀장(우)
결과물만으로는 부족하다…AI에 묻고 만든 전 과정을 증거로
마에스트로 포렌식이 두 제품을 개발한 배경에는 디지털 범죄의 제작 과정이 달라졌다는 판단이 있다. 허위 이미지와 딥페이크 영상, 위·변조 문서, 피싱 메일, 가짜 SNS 게시물은 여러 AI 서비스를 번갈아 사용해 만드는 경우가 있다. 결과물만 확보하면 어느 계정이 어떤 명령을 내렸는지, 원본으로 무엇을 사용했는지, 생성물을 다른 서비스에 다시 넣어 가공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AI 스마트 안경도 기존 PC·스마트폰 중심 분석에서 빈틈으로 남을 수 있다. 제품에 따라 카메라와 마이크, 스피커, 디스플레이, AI 어시스턴트를 갖추며 사진·영상 촬영과 음성 질의, 장면 인식, 길 안내 등을 지원한다. 시각장애인의 이동을 돕거나 산업 현장에서 원격 전문가의 지시를 받는 용도로 쓸 수 있지만, 시험 부정행위와 불법 촬영, 도청, 개인정보·기업 기밀 유출에 악용될 여지도 있다.
간담회 시연에는 지난 5월 25일 국내 출시된 레이밴 메타 젠2(Ray-Ban Meta Gen2)가 쓰였다. 메타에 따르면 이 제품은 촬영 콘텐츠를 Meta AI 앱과 연동하고, 사진·영상 촬영 때 LED 표시등을 켠다. 7월에는 한국어 실시간 번역 기능이 추가됐으며, 같은 달 22일부터 국내 이동통신 3사 매장 등으로 판매처가 확대됐다.
레이밴 메타 젠2(Ray-Ban Meta Gen2)
김종광 마에스트로 포렌식 대표는 AI 스마트 안경이 향후 AI 서비스를 이용하는 주요 폼팩터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손을 쓰지 않고 눈앞의 장면을 AI가 인식하며, 사용자의 질문에 곧바로 답할 수 있어서다. 그는 촬영 표시등과 같은 현재의 안전장치만으로 오남용을 충분히 막기 어려울 수 있다며 제조사와 서비스 사업자의 보안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짜 인물에서 홍보 PDF까지…세 가지 AI를 엮은 모의 범죄 시연
간담회 현장에서는 생성형 AI를 이용한 투자 사기 준비 과정을 가정해 증거를 수집·분석하는 시연이 진행됐다. 회사 측은 테스트용 PC에서 챗GPT(ChatGPT), 제미나이(Gemini), 클로드(Claude)를 차례로 사용했다. 한 서비스에서 가상의 인물 이미지를 만들고, 다른 서비스에서 실제 행사장에 인물이 서 있는 듯한 이미지를 생성한 뒤, 또 다른 서비스로 이미지와 문구를 넣은 홍보용 PDF를 제작하는 흐름이었다.
회사 측은 범죄자가 하나의 AI에만 의존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시연에서 강조했다. 이미지 생성과 문서 작성 등 서비스별 기능 차이를 고려해 여러 AI를 오가며 결과물을 조합할 수 있어서다. 안전장치가 작동하더라도 표현을 바꾼 반복적인 우회 요청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수사기관이 최종 PDF만 분석해서는 각 이미지의 출처와 제작 의도, 서비스 사이의 이동 경로를 놓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현재 WiSDOM GenAI가 분석을 지원하는 서비스는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다. 마에스트로 포렌식은 나머지 생성형 AI 서비스도 개발 대상에 올려놓고, 범죄 양상과 수사기관의 수요에 따라 지원 순서를 조정할 방침이다. 이미지·동영상과 AI 생성 콘텐츠, 질의·응답, 파일 생성·수정 이력을 묶어 제작 과정을 재구성하는 것이 분석의 골자다.
채준혁 팀장
현장에서 흔적 수집, 포렌식센터에서 로그인 상태와 대화 재현
생성형 AI 포렌식은 현장 수집과 포렌식센터 분석으로 이어진다. 수사관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확보한 용의자 PC에서 ‘WiSDOM Collector’를 실행하면 웹브라우저에 남은 생성형 AI 사용 흔적을 선별해 수집한다.
수집 자료를 포렌식센터의 WiSDOM 분석 플랫폼으로 옮긴 뒤 사건 정보를 입력해 케이스를 만든다. 브라우저에 암호화된 형태로 남은 데이터를 분석 가능한 상태로 전환하고, 확보한 세션 정보를 바탕으로 당시 로그인 상태를 재현한다. 조사관은 생성형 AI 계정의 대화방과 계정·결제 정보를 대조해 사용자와 계정의 연관성을 확인하고, 필요한 화면을 전체 스크롤 캡처나 영상 녹화 방식으로 보존할 수 있다.
자동 수집 기능을 실행하면 접속·로그인 이력, 대화방, 질문과 답변, 계정 정보, 업로드·다운로드 파일, AI가 생성한 이미지 등을 한꺼번에 불러온다. 서비스 사업자에게 이용 기록 내보내기를 요청하고 자료가 도착하기를 기다리지 않아도, 적법하게 확보한 조사 대상 기기의 세션 정보를 바탕으로 필요한 항목을 정리하도록 설계했다.
수집한 자료는 통합 대화 뷰어에서 분석한다. 챗GPT 대화와 제미나이·클로드의 기록을 같은 화면에서 검색할 수 있고, 사건 관련 키워드가 몇 차례 등장했는지 통계를 낸다. 자주 사용한 표현과 요청 유형을 추려 사용 목적을 파악하는 기능도 갖췄다. 한 서비스에서 만든 이미지가 다른 서비스의 대화나 문서 제작에 다시 사용됐다면 동일 이미지를 기준으로 관련 대화만 걸러낼 수 있다. 시연에서는 처음 생성한 가상 인물 사진과 그 사진을 넣어 만든 홍보 PDF의 연결 관계가 드러났다.
김 대표는 생성형 AI 범죄 수사에서 질문과 답변이 범행 의도를 파악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어떤 내용을 물었는지에 더해 원본 이미지 업로드, 생성 파일 다운로드, 다른 서비스로의 재업로드 기록을 함께 보면 준비와 제작 과정을 시간순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스마트 안경과 휴대전화의 ‘짝’부터 찾는다
간담회에서 시연한 레이밴 메타 젠2(Ray-Ban Meta Gen2)는 스마트폰과 연결돼 작동했다. 안경으로 촬영한 사진·영상과 AI 어시스턴트 사용 기록이 블루투스(Bluetooth)를 거쳐 전용 모바일 앱과 동기화되는 구조다. WiSDOM AI Glasses는 이 연결 관계에서 분석을 시작하며, 수사 과정에서는 안경과 스마트폰을 함께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김종광 마에스트로 포렌식 대표
스마트폰에서 추출한 포렌식 이미지를 WiSDOM AI Glasses에 불러오면 연결됐던 안경의 모델명과 시리얼 번호, 최초 연결 시각, 시간대, 통신 인터페이스를 확인할 수 있다. 시리얼 번호로 조사 대상 안경을 특정하고, 최초 연결 시각을 촬영·이동 기록과 맞춰 사용 시점을 좁히는 방식이다. 사용자 계정과 연결된 페이스북(Facebook)·인스타그램(Instagram)·왓츠앱(WhatsApp) 등 소셜 서비스 정보도 분석 대상에 포함된다.
시연 당시 화면에는 AI 스마트 안경 전용 약 30종과 Android 285종, iOS 267종의 분석 항목이 표시됐다. 회사 측에 따르면 모바일 아티팩트를 포함해 500종 이상의 디지털 아티팩트, 즉 운영체제와 앱에 남은 사용 흔적을 다룬다. 사진·영상·음성 원본, 촬영과 녹화 시각, AI 어시스턴트 질의·응답, 장면 인식 결과, SNS 업로드 이력, 내비게이션·지도 검색, 이동 경로가 주요 대상이다. 삭제된 사진과 영상 복구, 내부 파일 구조와 시스템 데이터 분석도 지원한다.
“찍지 않았다”는 주장, 촬영 시각·파일·위치로 교차 확인
AI 스마트 안경으로 사진 버튼을 누르거나 영상을 녹화하면 연결 스마트폰에 관련 이력이 남는다. 조사관은 미디어 유형과 촬영 시각을 확인한 뒤 실제 파일을 열어 촬영 내용을 대조할 수 있다. 사용자가 파일을 지웠거나 촬영 사실을 부인하더라도 기록과 복구 파일이 남아 있다면 진술의 사실 여부를 판단할 단서가 된다.
AI 어시스턴트에게 눈앞의 장면을 설명해 달라고 요청한 기록도 확보한다. 범죄와 관련된 장소나 물건을 인식시키고 질문했다면 그 문답이 다른 촬영·이동 기록과 맞물릴 수 있다.
사진의 EXIF에 위치 정보가 있다면 타임라인 분석기와 지도 기능을 이용해 촬영 지점을 시간순으로 잇는다. 시연에서는 회사 주변에서 촬영한 사진을 선택하자 이동 경로가 지도 위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재생됐다. 불법 촬영이나 산업 기밀 유출 사건에서는 용의자가 언제 어느 장소를 거쳐 무엇을 촬영했는지 좁히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사진 속 작은 글자를 읽는 OCR도 탑재했다. 신분증·여권·신용카드나 설계도면처럼 문자 정보가 담긴 사진이 다수 발견됐을 때 파일을 일일이 열지 않고 텍스트를 추출해 핵심어를 검색할 수 있다. 한국어·영어·일본어·중국어 등 다국어 번역을 지원해 외국어가 섞인 자료도 같은 분석 흐름에서 처리한다.
파일·메일·브라우저·가상자산 정보까지 하나의 사건으로
두 신규 솔루션은 WiSDOM의 기존 분석 기능과 함께 작동한다. 파일 시스템 뷰어는 저장장치의 폴더·파일 구조와 삭제 파일, 시스템 데이터를 보여준다. 타임라인 분석기는 추출한 아티팩트를 시간순으로 정렬하고 특정 시간대·활동 유형·키워드로 범위를 좁힌다. 연관 분석 기능은 이미지와 동영상, 사용자 계정, 네트워크 정보, 파일 경로, 프로세스처럼 형식이 다른 자료를 연결해 증거 사이의 관계를 시각화한다.
이메일 분석은 아웃룩(Outlook)과 MBOX, EML, EMLX 형식의 본문·첨부파일·참조(CC)·숨은참조(BCC)를 다룬다. 데이터베이스 뷰어에서는 주요 DB 파일의 구조와 내부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웹브라우저 분석 대상에는 방문 기록뿐 아니라 쿠키, 캐시, 다운로드 이력이 포함되며, 내려받은 파일의 악성 여부도 함께 점검한다.
가상자산 분석 기능은 문서와 이미지, 웹브라우저에 저장된 지갑 주소를 찾고 핫월렛과 콜드월렛 정보를 구분해 수집한다. 크로미움(Chromium) 기반 브라우저의 플러그인 지갑 정보도 분석한다. Image & Video Viewer, Email Viewer, Database Viewer, Hex Viewer, Plist Viewer 등 자료 형식별 전용 도구도 한 플랫폼에서 이용할 수 있다.
1,500개 아티팩트 연결…속도 향상은 회사 측 기준
WiSDOM 제품군은 Windows, macOS, Linux, Android, iOS, 클라우드, AI 스마트 안경, 생성형 AI 서비스에서 얻은 증거를 하나의 케이스로 관리하는 디지털 포렌식·침해사고 대응(DFIR) 플랫폼이다. 현장 증거 수집용 WiSDOM Collector, 운영체제별 분석 솔루션, 모바일 분석용 WiSDOM Mobile, 원격 침해사고 대응용 WiSDOM Cyber·Remote 등으로 구성된다.
플랫폼에는 1,500개 이상의 디지털 아티팩트를 상호 연관 분석하는 ‘포렌식 가속기(Forensic Accelerator)’ 기술이 적용됐다. 마에스트로 포렌식은 이를 이용하면 공격자의 행위 흐름과 공격 체인을 재구성하고 증거를 식별하는 시간을 기존 방식보다 5배 이상 단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위협 인텔리전스 플랫폼 ‘MAESTRO CTIP’과 연결하면 유사 공격 사례 탐색, 악성코드 기원 분석, 공격자 행동 패턴 비교가 가능하다. 외부 보안 솔루션과는 API로 연동한다. 플랫폼 전체는 국가 수사기관과 디지털 포렌식 전문기관, 국방·정보기관, 공공기관, 기업 보안 조직(CSOC), 침해사고 대응 조직(CERT), 법무법인 등에서 활용하도록 설계됐다.
김종광 마에스트로 포렌식 대표
다만 김 대표는 AI 계정 세션과 스마트 안경의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두 신규 솔루션의 초기 공급 대상을 법 집행기관 중심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현장에서 밝혔다. 분석 기술의 보안상 민감성을 고려해 일반 기업 대상 판매와 데모 제공을 제한하는 방향을 논의 중이라는 설명이다.
마에스트로 포렌식은 앞으로 지원할 AI 서비스와 디지털 기기를 늘리고, 휴머노이드와 전기차 등 새 기기에서 생성되는 증거를 분석하는 포렌식 기술도 준비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해외 시장 진출을 목표로 플랫폼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AI 기술이 일상과 업무 환경에 빠르게 확산되면서 디지털 범죄 역시 기존 PC·스마트폰을 넘어 AI 스마트 안경과 생성형 AI 서비스까지 활용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최신 AI 기술과 새로운 디지털 기기를 지속적으로 지원해 수사기관과 기업이 더욱 신속하고 정확하게 AI 기반 범죄와 침해사고에 대응할 수 있도록 WiSDOM 플랫폼을 지속 고도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준문 기자/jun@newsta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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