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스의 햇빛은 다양한 식재료를 풍부하게 만들었고, 니스의 바다는 살이 통통하게 오른 해산물과 생선을 공급했다. 풍성하고 싱싱한 식재료는 시장을 키웠다. 그리고 시장은 신선한 재료를 잘 살리는 스타일의 식문화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래서 니스 사람들에게 한 끼는 그저 때우는 것이 아니라 좋은 식재료를 골라 잘 차려 먹는 소중한 시간이다. 그러니 니스에서는 신선한 식재료를 고르는 재미를 느끼고,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천천히 음미하는 식사를 즐겨 보자. 니스에서 실패할 일 없는 맛집을 모았다.
따뜻한 국물이 필요할 땐
라 바르크 블뢰(La Barque Bleue)
니스 항구 앞에 위치해 니스의 활기찬 바다 에너지를 그대로 품고 있는 해산물 전문점이다. 그날 잡은 싱싱한 생선을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 먹음직스럽게 굽는 레스토랑이다.
테이블마다 대부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따끈한 홍합스튜가 올라가 있는 걸 보면 현지인 사이에서 소문난 홍합스튜 맛집이기도 하다. 채소에 고기소를 채워 오븐에 구운 요리 파르시 니수아(Farcis Niçois), 병아리콩 반죽을 구운 소카(Socca) 등 니스 정통 메뉴들을 한 접시에 담아낸 스페셜 플래터는 니스 스타일의 다채로운 식문화를 한 번에 경험하고 싶은 여행자들에게 훌륭한 선택지가 되어준다. 높은 확률로 날씨가 좋은 날엔 테라스에서 활기찬 항구를 바라보며 바다 향 가득한 한 끼를 즐겨보시길.
골목길에서 즐기는 고급스러운 한 끼
라 메종 드 마리(La Maison de Marie)
마세나 광장 근처 복잡한 번화가 속, 골목길 안쪽으로 숨겨진 아늑한 정원을 가진 레스토랑이다. 니스 전통 가정식과 프로방스 요리를 현대적이고 세련되게 재해석해 선보이는 곳으로 유명하다.
특히 달콤하게 볶은 양파와 짭조름한 엔초비가 어우러진 니스식 피자 '피살라디에르'부터 신선한 올리브 오일을 듬뿍 뿌린 파프리카 구이까지 정통 로컬 전채 요리로 입맛을 돋우기 좋다. 메인으로는 오랜 시간 부드럽게 익혀 입안에서 녹아내리는 송아지 고기 콘피에 선드라이 토마토와 고소한 크리미 폴렌타를 곁들인 요리가 일품이다.
빳빳하게 다린 하얀 식탁보에 생화, 은은한 조명에 작은 초가 올려진 테이블에서 정중하지만 과하지 않은 편안한 접객을 받으며 분위기 좀 내고 싶은 날 다녀오기 좋다.
니스에서 맛보는 정통 이탈리안 미식
지지 타볼라(GIGi Tavola)
니스는 이탈리아와 인접했던 탓에 건축도, 음식도, 생활 방식에도 이탈리아가 은근히 배어 있다. 니스 항구 바로 앞에 자리 잡아 파란 바다와 정박된 요트들을 바라보며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이탈리안 스타일 레스토랑이다.
이탈리아와 인접했던 니스의 역사적 배경을 대변하듯, 화덕에서 구워낸 피자와 신선한 해산물을 듬뿍 넣은 파스타가 일품이다. 특히 밀가루가 부담스러웠던 이들을 위한 ‘글루텐프리’ 옵션을 갖춰 큰 사랑을 받는다.
특유의 기술로 글루텐프리임에도 일반 도우 못지않게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쫀한 식감을 구현해 내며 맛과 속 편함을 모두 잡았다.
세련된 니스풍 요리를 맛보고 싶다면
루진(l'Uzine)
항구 근처 골목에 자리한 루진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모던한 분위기가 돋보이는 프렌치 비스트로다. 따뜻한 우드톤 벽면과 정갈한 화이트 테이블보가 어우러진 내부는 아늑하면서도 세련된 인상을 주며, 작지만 주류 라인업 탄탄한 바 공간은 식사 외에도 가볍게 들러 한잔 즐기기에도 부담스럽지 않다. 프로방스 지역은 올리브 나무로 유명한 곳이다. 그래서 거의 모든 음식에 올리브 오일의 터치가 있다.
루진의 ‘추구미’는 신선한 올리브 오일을 사용한 정갈하고 세련된 니스풍 요리다. 신선한 부라타 치즈를 올린 토마토 샐러드나 달달한 파프리카 구이 등 로컬 식재료 본연의 맛을 정성스럽게 살려낸 요리들은 시각과 미각을 동시에 만족시킨다.
모든 테이블 위에 비치된 신선한 올리브 오일을 다양한 요리에 소스처럼 넉넉하게 뿌려 먹어 보자. 너무 과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뿌려 먹어야 엄지척! 비로소 니스 스타일의 미식에 입문했다고 인정받을 수 있다.
니스의 맛이 시작되는 곳
쿠르 살레야 시장(Cours Saleya Market)
구시가지 중심에 위치한 쿠르 살레야 시장은 매일 아침 싱싱한 식재료와 화사한 꽃들로 가득한 니스의 심장 같은 전통 시장이다. 니스 사람들의 식문화를 가장 가까이서 느끼며 가벼운 한 끼를 채우거나 출출함을 달래기 좋은 곳이다. 활기차고 북적이는 시장의 매력 속에서 니스에서 나고 자란 각종 채소와 과일, 신선한 해산물 등을 고르는 재미가 쏠쏠하다.
시장 한켠에는 언제나 줄이 길게 늘어선 간이 가판대가 있다. 1925년부터 지금까지 전통 소카(Socca)를 만드는 셰 테레자(Chez Thérésa)다. 병아리콩, 물, 올리브 오일, 소금만 넣은 반죽을 얇게 구운 병아리콩 팬케이크로 갓 구운 니스 정통 간식이 궁금하다면 기꺼이 대기할 가치가 있다. 프랑스 사람들은 일상에 꽃을 두는 걸 좋아한다.
시장에서 구매한 저렴하고 싱싱한 꽃 한 다발을 방에 두고 여행하다 보면 잠시라도 현지인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
남편 없이 마시는 와인 맛
카브 비앙키(Cave Bianchi)
1860년. 그해에는 니스가 프랑스에 편입됐고, 카브 비앙키(Cave Bianchi)가 니스에 문을 열었다. 구시가지 좁은 골목길 아래, 카브 비앙키에는 와인만큼이나 오래된 이야기가 쌓여 있다. 한때 이 자리는 밀라노 출신의 부호가, 비스콘티 형제가 운영하던 살롱이기도 했다.
건물의 두꺼운 돌벽은 외부의 온도를 완전히 차단했고, 좁은 골목 사이로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알프스에서 내려오는 차가운 공기가 만나는 자리였다. 그 아래로 약 6도를 유지하는 지하수가 흘렀다. 인공 냉장 시스템이 없던 시절, 와인을 저장하기 위해 찾아낸 천연 셀러였던 것이다.
형제는 이 살롱을 누구나 방문할 수 있는 곳으로 운영했다. 19세기 중반은 여성이 남편 없이 혼자 카페나 와인 공간을 드나드는 것이 쉽지 않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여성들이 혼자 방문해 커피나 와인을 마시고 책을 읽는 것이 가능했던 살롱은 당시로서 꽤 전위적인 발상이었다고. 남편 없이 마시는 와인 맛을 일찌감치 안 여인들의 마음을 알아차린, 비스콘티 형제의 보는 눈은 150년을 앞서 있었다.
오랜 이야기가 쌓인 카브 비앙키는 일반 와인숍과는 다른 결로 운영한다. 프라이빗한 와인 디너, 테이스팅, 음식 페어링 행사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공간이다. 1층에는 누구나 방문 가능한 와인 숍도 운영하고 있다.
글·사진 손고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