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시되는 신차들의 실내를 보면 계기판부터 센터페시아까지 화면으로 뒤덮여 있다. 한때 젊은 구매층을 겨냥한 부가 장치로 여겨지던 스크린이 이제는 차량의 핵심 기능을 담당하는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화면이 늘어나는 속도만큼 관련 결함과 리콜도 함께 늘고 있다.
미국시장을 예로 들면 현재 진행 중인 차량 디스플레이 관련 리콜은 30건에 육박하며, 영향을 받는 차량은 380만 대에 달한다. 후방카메라 화면이 나오지 않거나 주행 중 계기판 전체가 꺼지는 등 결함 유형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포드는 올해 1200만 대에 가까운 차량을 리콜했고, 이 중 200만 대 이상이 후방카메라 화면 오류와 관련됐다. 지난 3월 3일 각각 88만 9950대와 84만 9310대 규모의 리콜을 발표했으며, 브롱코, 이스케이프, 엣지, 익스플로러와 링컨 에비에이터, 코르세어까지 대상에 포함됐다.
혼다는 32만 5588대 규모로 후방카메라 화면이 표시되지 않는 문제를 확인해 리콜을 진행했다. GM은 27만 6879대 규모로 후방카메라 화면이 왜곡되거나 나오지 않는 결함을 발견했다. 람보르기니 역시 슈퍼카 7대에서 후방카메라 화면 표시 오류를 확인해 리콜에 나섰다.
원인은 대부분 카메라 하드웨어 자체가 아닌 소프트웨어에 있다. 카메라와 디스플레이를 연결하는 소프트웨어 오류가 결함의 주된 배경으로 지목된다.
배경에는 규제 변화가 자리한다. 2018년 5월 발효된 미국 연방자동차안전기준(FMVSS) 111조에 따라 모든 신차에 후방카메라 장착이 의무화됐다. 해당 규정은 화면 자체를 요구하지 않지만, 운전자가 차량 후방을 명확히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명시한다. 대부분의 제조사가 이를 센터 디스플레이로 구현하면서, 소프트웨어 오류로 화면이 검게 변하거나 영상이 지연되는 것만으로도 안전 리콜 대상이 된다. 카메라 자체는 정상 작동하더라도 리콜로 이어지는 경우가 발생하는 배경이다.
후방카메라 외에도 결함 범위는 넓다. 현대차는 SUV 9만 6310대를, 제네시스는 8만 3877대를 주행 중 화면이 꺼질 수 있다는 이유로 리콜했다. 닛산도 5만 1589대 규모의 소프트웨어 결함을 확인했다.
국내에서도 계기판 디스플레이 관련 결함이 잇따라 확인됐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7월 현대차 투싼과 투싼 하이브리드 2개 차종 5만 4792대에 대해 자발적 시정조치를 발표했다. 계기판 제어기 로직 설계 미흡으로 헤드업디스플레이(HUD)가 깜빡일 때 계기판 화면도 함께 깜빡이는 현상이 확인됐으며, 이는 자동차 안전기준에 부적합한 사항으로 분류됐다. 블루링크 가입 차량은 무선 업데이트로, 미가입 차량은 서비스센터 방문을 통해 조치가 이뤄진다.
앞서 4월에는 KGM 토레스 등 6개 차종 5만 1535대에서 계기판 디스플레이 결함이 확인돼 리콜이 진행됐다. 메모리 과부하가 원인으로, 주행 중 화면이 멈추거나 꺼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국토교통부는 현대차, 기아, KGM, 토요타코리아 등 4개 제조사의 17개 차종 53만 2144대에 대한 자발적 시정조치를 한꺼번에 발표하기도 했다.
터치스크린 탑재 비율은 2014년 신차 기준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으나, IHS 마킷 자료에 따르면 2026년 현재 98%에 이른다. 사실상 표준 장비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화면이 늘어난 만큼 후방카메라, 주차 센서, 각종 안전 시스템이 하나의 소프트웨어 안에 얽혀 있는 구조여서, 한 곳의 결함이 여러 시스템에 동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규제 당국은 소프트웨어 결함을 기계적 결함과 동등하게 취급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확산에 힘입어 무선 업데이트(OTA)로 상당수 문제를 해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포드를 비롯한 여러 제조사가 이 같은 방식을 실제로 활용 중이다.
자동차 산업이 기계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옮겨가는 흐름 속에서, 코드 한 줄의 결함이 계기판과 후방카메라, 주차 보조 시스템을 한꺼번에 마비시킬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됐다. 앞으로의 과제는 더 많은 기술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탑재된 기술이 언제나 제대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데 있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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