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로봇이 자동차 생산 현장에 속속 투입되고 있지만 아직 작업 속도와 비용 측면에서는 인간 작업자를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됐다(BMW)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사람처럼 두 발로 걷고 양손으로 부품을 옮기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자동차 생산 현장에 속속 투입되고 있지만 아직 작업 속도와 비용 측면에서는 인간 작업자를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BMW를 비롯해 현대자동차, 메르세데스 벤츠, 테슬라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최근 생산공장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을 시험하거나 실제 공정 투입을 준비하고 있다. 반복적이고 육체적 부담이 큰 작업을 로봇에 맡기고 인간 작업자는 보다 복잡하고 숙련도가 필요한 업무에 집중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BMW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스파르탄버그 공장에서 피규어 AI(Figure AI)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시험하고 있다. 해당 로봇은 컨테이너에서 부품을 꺼내 운반용 카트에 옮겨 담는 물류 작업을 수행하며 스스로 이동하고 부품을 집어 옮기는 것은 물론 카트를 운반하는 작업까지 가능하다.
다만 현재 작업 능력은 인간 작업자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BMW 물류 담당 부사장 울리히 빌란트(Ulrich Wieland)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해 "아직 인간보다 느리다"고 평가하면서도 관련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MW를 비롯해 현대자동차, 메르세데스 벤츠, 테슬라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최근 생산공장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을 시험하거나 실제 공정 투입을 준비하고 있다(BMW)
BMW만 휴머노이드 로봇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앱트로닉(Apptronik)이 개발한 휴머노이드를 이용해 부품 분류와 운반 작업 등을 시험하고 있으며 현대차그룹 역시 자회사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의 로봇을 생산 현장에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부품 정리와 운반 등 반복적인 작업에 우선 활용하고 이후 사람이 담당하는 조립 공정과 연계하는 방향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테슬라는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가 자체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Optimus)'를 자동차 생산을 넘어 독립적인 사업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옵티머스가 장기적으로 다양한 산업과 일상생활에서 활용될 수 있다고 강조해 왔다.
특히 테슬라는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공장의 '모델 S'와 '모델 X' 생산 일부를 중단하고 해당 공간을 옵티머스 생산에 활용하기로 하는 등 휴머노이드 로봇 양산 준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자동차 공장의 미래가 반드시 사람과 같은 형태의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채워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폭스바겐)
다만 자동차 공장의 미래가 반드시 사람과 같은 형태의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채워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이미 현대 자동차 공장 상당수가 산업용 로봇과 자동화 설비를 광범위하게 활용하고 있어 휴머노이드를 추가하는 것이 비용 대비 생산성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는지가 아직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산업성과센터의 벤 암스트롱(Ben Armstrong) 전무이사는 휴머노이드가 경우에 따라 "100달러짜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100만 달러짜리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작업이라면 고가의 범용 휴머노이드보다 특정 작업에 최적화된 기존 자동화 설비가 훨씬 저렴하고 효율적일 수 있다는 의미다.
제너럴모터스(GM) 역시 다른 접근법을 택하고 있다. 사람처럼 두 발로 걸어 다니는 로봇보다 팔과 손을 갖추고 작업자와 함께 일할 수 있는 협동로봇을 시험하고 있다. GM 최고제품책임자(CPO) 스털링 앤더슨(Sterling Anderson)은 공장에서 손의 필요성은 분명하지만 다리가 필요한지는 명확하지 않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르노 역시 최근 머리가 없는 형태의 로봇을 선보이는 등 자동차 업계에서는 인간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실제 작업에 필요한 기능만 갖추는 것이 생산성과 비용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용 문제도 휴머노이드 확산 과정에서 풀어야 할 과제다(BMW)
한편 고용 문제도 휴머노이드 확산 과정에서 풀어야 할 과제다. 완성차 업체들은 인력 확보가 어렵거나 신체 부담이 큰 반복 작업을 로봇이 대신하고 로봇 관리와 유지보수 등 새로운 고숙련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 노동계에서는 자동화 확대가 장기적으로 생산직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한다.
자동차 생산 현장에서 휴머노이드의 역할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현재 기술 수준에서는 작업 속도와 비용, 기존 자동화 설비 대비 효율성을 추가로 입증해야 하는 단계다. 적어도 당분간 자동차 공장에서 사람의 경쟁력 가운데 하나는 휴머노이드 로봇보다 빠른 작업 속도가 될 전망이다.
김훈기 기자/hoon14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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