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선 대표가 8월 25일 델 테크놀로지스 포럼 2026 마지막 순서에서 ‘AI 시대, 인간은 무엇으로 대체되지 않는가’를 주제로 강연했다.
장 대표는 기대할 만한 답을 줄 수 없다는 말로 시작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창의성과 감정, 협업 능력, 좋은 질문을 던지는 능력이 인간의 영역으로 꼽혔지만, 2024년부터 2026년 사이 연구를 보면 AI가 인간보다 창의적인 결과를 내놓기도 하고 공감도 더 잘한다는 것이다. 좋은 질문을 하는 법조차 AI에게 물어보라고 가르치는 상황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남는 것으로 최종 판단을 제시했다. AI에게서 더 나은 답을 받아 내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 답을 받고 나서 내 목적이 무엇인지, 나에게 의미 있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 조직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판단하는 몫은 사람에게 남는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을 인지 주권이라고 불렀다.
강연 자료부터가 그 사례였다. 장 대표는 주최 측이 사흘 넘게 발표 자료를 요청했지만 마지막까지 전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자신이 AI를 대단히 많이 사용하는 사람이라 AI가 만든 훌륭한 슬라이드가 이미 있었지만, 직접 작성한 허술한 슬라이드를 쓰는 쪽으로 최종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소크라테스의 두 가지 경고
장 대표는 인지 주권을 처음 이야기한 사람으로 소크라테스를 지목했다. 소크라테스는 책을 한 권도, 어떤 종류의 문자도 남기지 않았다. 스스로 생각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우리가 소크라테스를 아는 것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제자들이 남긴 글 덕분이다.
소크라테스는 대화편 파이드로스에서 문자에 관해 두 가지를 경고했다. 첫째는 기억이 퇴화한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는 뇌과학자로서 이 주장을 확인해 봤다고 했고, 맞았다고 말했다.
근거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였다. 문자가 없던 시절 음유시인들은 수천 페이지 분량의 텍스트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외워서 읊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지금은 어떤 기억력 대회 우승자도 그렇게 하지 못한다. 글 쓰는 법을 배우는 동안 뇌 안에서 회로가 재배선돼,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대치의 기억력을 내주고 대신 기억을 글자 형태로 외부에 맡겼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1950년대 인류학자들이 문자를 읽고 쓰지 못하는 집단을 조사했을 때 여전히 뛰어난 기억력이 확인됐지만, 세대에 걸쳐 읽고 쓰기가 자리 잡으면 그 능력이 사라진다는 연구도 함께 소개했다.
두 번째 경고는 사고력과 지혜가 퇴화한다는 것이었다. 책만 보고 다 아는 척하는 사람들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장 대표는 이 예측은 빗나갔다고 했다. 이유는 소크라테스의 짐작과 달리 읽고 쓰는 일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교를 다니며 점점 두꺼운 책을 읽고 수학과 과학과 문학을 이해하는 데 9년, 10년이 걸린다. 그 힘든 과정을 거쳐야 스스로 생각하고 글을 쓰는 능력이 생기다 보니, 인간은 오히려 사고력이 높아지는 방향으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플린 효과와 역플린 효과
장 대표가 우려하는 대상은 소크라테스의 첫 번째 예언이 1,400년의 시차를 두고 이제 들어맞기 시작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는 올해 3월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에서 학자들과 토론하며 알게 된 내용으로 플린 효과를 소개했다. 측정을 시작한 이후 100년 가까이 인간의 IQ는 10년마다 평균 3점씩 높아졌다. 문제 해결 능력과 집중력을 포함해 계속 좋아져 왔다는 뜻이다.
그런데 1975년생 이후부터 노르웨이에서 시작된 역플린 효과가 관측됐다. 전체 평균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1995년생 이후로는 하락이 급격해졌다. 장 대표는 원인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분명히 했다. 숏폼과 스마트폰 사용을 원인으로 보는 시각도 있고, AI 사용에서 원인을 찾는 시각도 있다는 것이다.
도구가 뇌를 바꾼다는 근거로는 구글 효과를 제시했다. 검색으로 정보를 찾을 수 있게 되자 사람들은 정보 자체가 아니라 그 정보를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를 기억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는 지난 15년의 연구다.
AI 사용 후 기억 유지율
장 대표는 자신에게서 관찰한 변화도 밝혔다. 논문을 보거나 대화할 때 내가 맞다는 전제로 이야기하는 일이 늘었다는 것이다. AI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에게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기억에서도 차이가 확인된다고 했다. AI로 작성했을 때, 검색으로 찾았을 때, 스스로 뇌를 사용해 작성했을 때를 비교하면 결과물을 기억하는 정도가 다르다. AI로 좋은 코드와 보고서를 만들어 놓고도 10분 뒤, 일주일 뒤에 물어보면 80%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시 AI에게 물어봐야 자신이 무엇을 만들었는지 알 수 있는 상태가 된다.
다만 그는 AI를 사용하면 학습 효율과 생산성, 결과물의 품질이 모두 좋아진다는 점도 함께 말했다. 문제는 창의성의 총량은 올라가지만 다양성이 떨어진다는 데 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같은 AI를 사용하다 보니 인간이 가진 다양성이라는 무기가 하나로 수렴하고,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을 향한 공감 능력도 함께 떨어진다는 것이다.
능력 저하를 가르는 두 변수
장 대표는 AI를 사용해도 능력이 떨어지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오히려 수면과 운동, 식단, 학습 방식을 AI로 관리하며 능력치가 올라가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차이를 800명 규모로 조사한 미국의 한 대학 연구를 소개했다. 아직 발표 전인 연구라고 전제한 뒤, 두 가지가 결과를 갈랐다고 밝혔다.
첫째는 외로움이다. AI와만 문제를 해결하고 다른 사람과의 소통이 줄면 결과물의 품질은 좋아지는 것 같지만 판단 능력은 떨어진다. 그는 사람과 소통하는 비율과 AI와 일하는 비율을 적절히 맞춰야 한다며, 조직을 설계하는 경영진에게도 모든 것을 효율화해 AI와만 일하게 만들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람과 AI의 비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둘째는 주도성의 결여다. 목적 없이, 내가 선택하고 문제를 정의하는 과정 없이 모든 것을 위임하면 능력 손실이 커진다는 것이다.
힌튼과 아렌트의 지적
장 대표는 딥러닝의 아버지로 불리는 제프리 힌튼을 인용했다. AI가 인간을 지배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힌튼이 답한 가장 큰 위험은 물리적 위험이 아니라 심리적 위험이라는 것이다. 기계가 인간의 자아를 가져가는 상황이 아니라, 인간이 알아서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일을 내려놓을 때 생기는 문제라는 뜻이다.
그는 준비 중인 책의 마지막 장에 한나 아렌트를 언급했다고 밝혔다. 아렌트는 악을 사이코패스가 저지르는 행동이 아니라, 생각하지 않고 비판적으로 사고하지 않으며 내 행동의 결과가 다른 이들에게 무엇을 가져오는지 헤아리지 않을 때 일어나는 일로 정의했다. 장 대표는 이 정의를 AI 시대에 적용했다. 아무 생각 없이 AI가 맞겠지 하고 판단하는 일이 기업에서는 의사결정의 차별성을 떨어뜨리고, 판단 능력 자체가 낮아지면 결국 더 많은 비용과 시간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도구가 생각을 바꾼다는 사례로는 니체를 제시했다. 시력이 나빠져 손으로 쓰지 못하게 된 니체는 타자기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비서에게 불러 주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그리고 편지에 자신이 어떤 도구를 사용하는지에 따라 문장과 생각이 달라지는 것을 발견했다고 적었다.
미지의 영역과 인간의 연결
장 대표가 마지막으로 남긴 것은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영역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였다. 무엇을 모르는지 알면 질문해서 답을 얻을 수 있지만, 모른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면 질문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인간은 이 문제를 나와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과 연결돼 풀어 왔다고 그는 말했다. 문자를 사용하게 되자 200명 규모 집단의 문제 해결 능력이 수만 명 규모로 커졌고, 디지털 기술로 수십억 명의 뇌가 연결됐다는 설명이다. 그가 인간 고유의 능력을 기르는 조건으로 사람과 사람의 연결을 꼽은 근거가 여기에 있다.
장 대표는 AI가 중심이 되는 미래가 될지 사람이 중심이 되는 미래가 될지는 사람이 주체성을 갖고 판단해 만들어 가는 것이라며 강연을 마쳤다.
이미지 출처: AI 매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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