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베이징모터쇼에 전시된 IM 모터스 'IM LS56'. 중국 완성차업체들이 내수 시장에서 살아 남기 위한 신차 출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오토헤럴드 DB)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중국 완성차 업계가 내수 침체 속에서도 신차를 쏟아내며 극심한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신차 한 종을 개발하는 데 수년의 시간과 10억 위안, 우리 돈으로 2000억 원이 넘는 자금이 투입되지만 또 다른 모델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신차 효과가 3개월도 채 지속되지 못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허즈치(He Zhiqi) BYD 총괄부사장은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중국 시장에 출시된 신차 수가 총 542종에 달한다고 밝혔다. 하루 평균 3.6종 꼴로 하루 세 끼 밥을 먹는 횟수만큼 신차가 쏟아져 나온 셈이다.
출시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지난 7월 16일에는 하루 만에 최소 8개 브랜드가 신차를 전격 공개하며 중국 자동차 업계에서 '미친 목요일(Crazy Thursday)'로 불렸다. 시장의 관심을 단 하루라도 붙잡아두기 위한 제조사들의 조바심이 빚어낸 단면이다.
문제는 이러한 신차 홍수가 내수 시장의 급격한 침체 속에서 벌어지는 악순환이라는 점이다. 중국 완성차의 해외 수출은 급증하고 있으나 정작 안방 시장은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중국 내 전체 자동차 판매량은 21% 급감했고 세제 혜택 개편 여파로 성장세를 이끌던 신에너지차(NEV) 판매마저 13% 뒷걸음질쳤다.
수익성 악화 경고등은 이미 켜졌다. 중국 최대 전기차 기업인 BYD는 상반기 판매가 16% 줄어들며 6년 만에 처음으로 상반기 역성장을 기록했다. 화웨이 합작 파트너인 세레스(Seres) 그룹은 상반기 순손실 전환을 예고했고 창청자동차(Great Wall) 역시 상반기 순이익이 약 60% 급감할 것으로 추산된다. 무조건적인 '신차 융단폭격'과 가격 인하를 앞세운 중국식 성장 방정식이 명백한 한계에 부딪힌 셈이다.
이에 따라 업계 일각에서는 양적 팽창 위주의 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윌리엄 리(William Li) 니오(Nio) CEO는 "이미 가구당 차량 한 대씩을 보유한 성숙기 시장으로 접어든 만큼 신규 보급 확대보다는 기존 보유 고객 기반의 성장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며 무분별한 신차 출시 속도 조절을 촉구했다.
이러한 지적에도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신차 말고는 대안이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당분간 과열 경쟁은 이어질 전망이다. 안방에서 활로를 잃은 중국 완성차들이 유럽과 중동 등 글로벌 시장으로 쏟아져 나오는 만큼 국내 완성차 업계 역시 중국발 과잉 공급과 전략 변화를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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