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대표 준중형 세단 디 올 뉴 아반떼 2.0 가솔린 모델을 시승했다. 부산 모터쇼 공개 당시부터 화제를 모았던 신형 아반떼는 터프해진 외관과 함께 파워트레인 구성에도 큰 변화를 줬다. 기존 1.6 가솔린과 1.6 LPG를 포함한 여러 트림 대신, 2.0 가솔린과 1.6 하이브리드 두 가지로 파워트레인을 정리한 점이 눈에 띈다. 차체 제원이 늘어난 데다 배기가스 규제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서, 소형 배기량보다는 여유로운 출력을 낼 수 있는 구성이 유리했다는 설명이다.
아반떼는 해외에서 앨런트라로 판매되며, 지난해 수출 물량 약 19만 대 가운데 78%가 미국 시장에 집중됐다. 배기량이 낮은 1.6 가솔린이 미국 시장에서 큰 메리트를 갖기 어려운 만큼, 배기량을 높이고 엔진 회전수에 여유를 둔 파워트레인으로 전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0 가솔린 엔진은 최고 출력을 극대화하는 방향보다는, 준중형 세단에 맞는 균형 잡힌 동력 성능에 무게를 실었다. 또한, 코너 구간을 다소 속도를 높여 통과해도 차체 거동이 불안정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고, 노면 진동을 걸러내는 감각도 깔끔했다.
이 같은 주행 질감은 차체 강성 보강과 서스펜션 세팅 변경에서 비롯됐다. 현대차는 범퍼 백빔과 B필러 구조를 보강하고, 차체 주요 부위의 초고장력 강판 비율을 기존 52.6%에서 58.7%까지 끌어올렸다. 평균 인장 강도 역시 718MPa로 높여 프리미엄 대형 세단급 차체 강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가솔린 2.0 모델의 후륜에는 하이드로 부싱이 새로 적용됐다. 내부 유체 저항으로 충격 에너지를 흡수하면서 차체 좌우 방향 강성을 높여, 선회 시 조종 안정성과 응답성을 함께 끌어올린 구성이다. 여기에 유압 댐퍼와 하체 서스펜션 업그레이드가 더해져 작은 요철은 물론 큰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도 각기 다른 감쇠력으로 안정감을 유지했다.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면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이 한층 묵직해졌다. 강한 토크를 앞세운 타입은 아니지만, 차체 전반의 안정감을 바탕으로 속도를 자신 있게 끌어올릴 수 있었다. 전륜 스트럿 상단에는 4점 스트럿 링을 적용해 국부 강성을 높이고, 차체 하부에는 터널 스테이를 더해 선회 시 언더바디 변형을 최소화한 점도 이런 안정감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전면 글라스와 전 도어 측면 유리에 이중접합 차음 유리를 적용해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이 눈에 띄게 줄었다. 속도를 높이는 구간에서만 엔진음이 살짝 들려오는 정도였고, 그마저도 거슬리는 음색은 아니었다. 향후 출시될 아반떼 N을 향한 기대감도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차체가 커지면서 실내 공간의 여유도 상당히 늘었다. 신장 170cm 기준 시트 포지션을 맞춘 상태에서 뒷좌석 무릎 공간은 주먹 두 개 반이 들어갈 정도로 넉넉했고, 180cm대 탑승자도 답답함 없이 앉을 수 있었다. 트렁크 용량은 479리터로 동급 최고 수준을 확보했고, 개구부 상하 폭을 45mm 늘려 부피가 큰 짐을 싣고 내리기도 한결 수월해졌다.
센터페시아는 와이퍼와 방향지시등 조작부를 통합하고 기어노브만 남겨, 두 개의 노브로 정리된 인상을 준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빠졌지만, 중앙의 작은 디스플레이로 주요 정보를 시야 이동 없이 확인할 수 있었다. 무선 충전 패드는 발열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내부 구성이 개선됐고, 100W급 C타입 포트는 노트북 충전에도 유용하다.
신형 아반떼에는 자사 최초로 전자식 변속 레버 P단 긴급제동 기능이 탑재됐다. P 버튼을 누르고 있는 동안 가속이 제한되고 네 바퀴에 유압 제동이 걸리며, 시속 1km 미만에서는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가 체결돼 정차까지 이어진다. 다만 기어노브 자체가 위아래로도 가볍게 움직이는 구조라, 긴박한 상황에서 버튼을 확실히 눌러 제동을 걸 수 있을지는 다소 의문이 남는다. 스티어링 휠이나 시트 하단에 물리적으로 당기거나 미는 레버 형태였다면 좀 더 직관적이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18인치 휠을 탑재한 시승 차량 기준 복합연비는 13.3km/ℓ로, 일상 주행에서는 14~15km/ℓ 수준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시승 차량에는 연비에 초점을 맞춘 18인치 타이어가 장착됐으며, 아반떼는 18·17·16인치 세 가지 휠 사이즈로 운영된다. 부드러운 승차감과 연비를 함께 고려한다면 17인치 선택이 무난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9월 말부터 고객 인도가 시작될 예정이다. 시스템 합산 출력은 157마력으로, 2.0 가솔린과 최고 출력 차이는 8마력 안팎에 불과해 동력 성능 자체의 격차는 크지 않다. 다만 구동모터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만큼 초반 발진 가속과 연비에서는 하이브리드가 우위를 갖는다.
현대차에 따르면 하이브리드 모델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 성능이 약 6%, 시속 80km에서 120km까지 추월 가속 성능이 약 17% 향상됐고, 연비는 17인치 휠 기준 약 10% 개선을 목표로 개발됐다. 정차 중에도 시동이 꺼진 상태로 공조와 인포테인먼트를 사용할 수 있는 스테이 모드가 적용돼, 무더운 여름철 정차 상황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사이의 선택은 전반적인 퍼포먼스 차이보다는, 효율성과 정차 중 편의 기능에 대한 우선순위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
아반떼는 가솔린 2.0 모던 트림 2,398만 원부터 시작해, 프리미엄 2,771만 원, 인스퍼레이션 3,152만 원으로 이어진다. 1.6 하이브리드는 모던 3,042만 원, 프리미엄 3,361만 원, 인스퍼레이션 3,699만 원부터 책정됐다.
시승한 최상위 트림 기준 2.0 가솔린 가격은 3,600만 원대로, 쏘나타 엔트리 트림에 필수 옵션만 더한 가격보다 오히려 높은 수준이다. 준중형 세단 상위 트림이 중형 세단 엔트리 트림과 직접 경쟁하는 구도가 만들어진 셈이다.
국내 준중형 세단 시장에서 K3가 단종되면서, 아반떼는 사실상 경쟁 모델이 없는 상태다. 사회 초년생이나 첫차 구매자에게 준중형 세단이 매력적인 선택지였던 만큼, 가격대가 높아진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다만 이런 흐름은 아반떼만의 이야기는 아니며, 글로벌 시장 전반에서 차체 크기와 사양을 키우면서 가격을 함께 끌어올리는 라인업 전략이 확산되는 추세와 맞닿아 있다.
차량 자체의 완성도는 분명 높아졌다. 차체 강성과 서스펜션 세팅, 정숙성까지 전반적인 만족도를 끌어올린 것은 사실이지만, 이 같은 상위 차급 수준의 완성도가 소비자에게 선택의 폭을 좁히는 방향으로만 작용해서는 곤란하다. 대기 기간이 길어지는 상황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기보다는, 제조사의 라인업 구성 전략을 비판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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