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게임쇼 '게임스컴'에서 중국 게임의 존재감이 달라졌다. 참가 업체 숫자가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은 물론 게임스컴 어워드의 주요 부문을 수상하고, 후보군을 중국 게임이 사실상 장악하는 모습까지 나타났다. 여기에 대형 부스와 신작 시연에는 긴 대기열이 형성되는 등의 모습도 나와 과거와 달라진 위상이 느껴진다.
지난 8월 26일부터 30일까지 독일 쾰른에서 열린 '게임스컴 2026'에는 66개국 1,743개 기업이 참가했다. 전년보다 11% 증가한 역대 최대 규모로, 약 23만3,000㎡에 달하는 전시 공간도 사상 처음으로 모두 판매됐다. 행사장을 찾은 관람객은 131개국 36만8,000명, 게임스컴 디지털 콘텐츠 조회수는 6억2,400만 회를 넘어섰다.
이 가운데 중국 업체 60여 곳이 게임스컴에 참가했다. 텐센트와 넷이즈, 호요버스, 하이퍼그리프 등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이름을 알린 대형 업체부터 PC·콘솔 시장에 새롭게 도전하는 개발사까지 대거 쾰른을 향해 현지 이용자를 만났다.
특히 올해는 참가사 수만 많은 것이 아니다. 넷이즈 에버스톤 스튜디오의 '연운(Where Winds Meet)'은 베스트 모바일 게임, 이클립스 글로우 게임즈의 '멸망의 파도(Tides of Annihilation)'는 모스트 에픽을 수상했다. 하이퍼그리프가 개발하고 GRYPHLINE이 글로벌 서비스를 맡은 '명일방주: 엔드필드'는 관람객 투표로 선정되는 베스트 부스를 차지했다.
모바일 게임, AAA급 PC·콘솔 게임, 오프라인 현장 마케팅이라는 서로 다른 영역에서 중국 게임이 동시에 성과를 냈다. 특히 이 중 베스트 모바일 게임 부문은 중국 게임의 현재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베스트 모바일 게임 후보작은 '연운', '명일방주: 엔드필드'는 물론 호요버스의 '원신'과 '젠레스 존 제로', 엘리멘타의 '실버 팰리스'까지 총 5종이었다. 후보에 오른 게임 전부가 중국 작품이다. 중국 게임 5종이 게임스컴 최고의 모바일 게임 자리를 놓고 경쟁해 '연운'이 상을 가져간 셈이다.
몇 년 전만 해도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모바일 게임의 경쟁력을 설명할 때 '원신'을 대표 사례로 들었다면,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한 작품의 성공을 넘어 중국 업체들이 세계 최대 게임쇼의 모바일 부문 후보군 전체를 채울 정도로 개발사와 IP의 층이 두꺼워졌다는 이야기다.
개발팀의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수상작인 '연운'은 10명도 되지 않는 소규모 팀에서 출발한 프로젝트다. 개발이 진행되면서 인원이 크게 늘어 중국 출시를 준비하던 시점에는 약 200명, 현재는 약 500명의 개발진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게임은 모바일 시장에서만 성장한 것이 아니다. '멸망의 파도'는 게임이 모바일을 넘어 글로벌 AAA PC·콘솔 시장까지 조준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작품이다.
'멸망의 파도'는 중국 청두에 자리 잡은 이클립스 글로우 게임즈의 첫 작품으로, 개발팀 규모만 150명 이상이다. 개발진 중에는 '용과 같이', '포 아너', '어쌔신 크리드', '페르소나', '페르시아의 왕자' 등 유명 글로벌 프랜차이즈 개발 경험을 가진 인력이 다수 포함돼 있다.
올해 게임스컴에서는 유럽 이용자를 대상으로 직접 플레이할 수 있는 데모를 선보였고 현장 관심도 상당했다. 중국 신화통신에서는 여러 중국 게임 부스 앞에 시연을 기다리는 긴 줄이 만들어졌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VGC와 같은 서구 게임 매체들도 '멸망의 파도' 게임스컴 데모를 체험한 뒤 신생 개발사의 첫 작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높은 수준으로 구현된 요소가 많다고 높은 평가를 내렸다. 화려한 그래픽은 물론 전투와 퍼즐, 이동 등 여러 요소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그 결과 '멸망의 파도'는 올해 게임스컴 어워드에서 모스트 에픽을 차지했다. 해당 부문 후보에는 펄어비스의 '붉은사막'을 비롯해 '메트로 2039', 세가의 '스트레인더 댄 해븐', '토탈 워: 워해머 40,000'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름값 있는 글로벌 대작들과 당당히 경쟁해 중국 신생 개발사의 신규 IP가 트로피를 가져갔다.
더불어 '명일방주: 엔드필드'는 게임 자체뿐 아니라 중국 게임사의 글로벌 마케팅 역량이 어디까지 올라왔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엔드필드' 대형 부스를 구성해 현장을 방문한 관람객을 사로잡았고, 관람객들이 직접 선정한 베스트 부스에 이름을 올렸다.
이러한 수상작 3종 외에도 게임스컴 현장에서는 텐센트, 호요버스, 넷이즈 등이 주요 라인업을 공개해 이용자들의 관심을 샀고, 전날 열리는 게임스컴 ONL에서도 다양한 신작 게임 영상을 공개하며 글로벌 시장의 플레이어임을 과시했다.
중국이 올해 게임스컴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여준 가운데, 결과에서는 아쉬움이 남지만 국내 게임업계 역시 올해 게임스컴에서 적극적으로 글로벌 이용자를 만나 함께했다.
펄어비스의 '붉은사막'은 베스트 PC 게임과 모스트 에픽 두 부문의 후보로 선정됐다. 크래프톤이 퍼블리싱하는 '에이지 트위스터' 역시 모스트 홀섬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게임스컴 ONL에서는 크래프톤의 'PUBG: DED.NET'과 '아이온2' 등 한국 게임 관련 작품도 글로벌 이용자에게 소개됐다. 더불어 한국콘텐츠진흥원도 B2C 한국공동관을 마련해 중소·인디 개발사의 게임까지 알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