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재 KAIST 석좌교수 겸 다임리서치 대표가 9월 3일 마키나락스 ‘어텐션 2026’에서 ‘제조 피지컬 AI, 자율형 공장 다크팩토리’를 주제로 발표했다. 다크팩토리는 사람이 없어 조명을 켤 필요가 없는 완전 자동화 공장을 가리킨다. 장 교수는 독일이 제창한 인더스트리 4.0이 인공지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진단하며, 다음 단계로 자율 제조를 제시했다.
제조의 중심은 네 번 옮겨졌다
장 교수는 제조 패러다임의 흐름을 네 단계로 정리했다. 포드가 컨베이어 벨트를 도입하며 대량생산의 길을 열었고, 보잉의 캐드·캠(CAD/CAM)이 설계와 제조를 연결하며 정밀 가공을 가능하게 했다. 캐드·캠은 컴퓨터로 도면을 그리고 그 데이터를 그대로 가공 장비에 전달하는 방식을 말한다.
제조의 중심이 아시아로 옮겨진 것은 도요타의 린 생산 방식부터다. 품질을 통계 수치가 아니라 경영 전반의 철학으로 다루기 시작한 시점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독일이 플랫폼 인더스트리 4.0을 발표하며 연결성과 데이터를 핵심으로 제시했다.
장 교수는 한 달 전 독일 정부의 초청으로 인더스트리 4.0 포럼에 다녀온 경험을 소개했다. “굉장히 비판적이었다”는 것이 그의 평가다. 인더스트리 4.0이 발표되던 시점에는 인공지능이 지금 같은 성능을 내지 못했고, 그래서 여러 도구 가운데 하나로 다뤄졌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인공지능이 몰고 온 변화를 인더스트리 4.0이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못했다는 것이 현지의 진단이었다고 말했다.
로봇은 공장 안에서, 사람은 공장 밖에서
장 교수는 대학원 시절부터 제조를 전공하며 수많은 공장을 다녔다고 밝혔다. 공장은 사람보다 기계 중심으로 설계된 환경이라 사람이 일하기에 좋은 곳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사람을 배제할 수도 없다는 것이 그의 문제의식이다.
그가 제시한 구도는 로봇이 공장 안에서 작업하고 사람은 공장 밖에서 AI와 함께 로봇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현대자동차그룹의 새 공장 설계에 참여하며 그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자율공장의 관건으로는 개별 설비가 아니라 전체를 맞물리게 하는 체계를 들었다. 이미 공장 안의 설비 대부분은 자동화됐지만 물류는 여전히 사람의 판단과 수작업에 크게 기대고 있다. 장 교수는 물류창고의 물류와 공장의 물류가 다르다고 구분했다. 창고는 물건이 들어갔다 나오면 끝이지만, 공장의 물류는 전체 공정의 혈관에 해당해 공장 전체의 박자를 결정한다는 설명이다.
공장의 ROI는 오케스트레이션에서 결정된다
장 교수는 공장을 가공, 장비, 오케스트레이션 세 계층으로 나눴다. 오케스트레이션은 여러 설비와 로봇이 서로 맞물려 움직이도록 전체 순서를 조율하는 작업을 말한다. 지금까지 인공지능 기술은 어떻게 가공할지, 센서를 붙여 이상 징후를 어떻게 판단할지에 집중돼 왔다. 다음 단계가 공장 전체의 오케스트레이션이며, 이 단계까지 가야 공장 전체의 투자수익률(ROI)이 확인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AI 기술이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효율적으로 공장을 운영하고 더 나아가 돈 버는 공장을 만드는 것”이라며 “80%의 기업이 AI를 도입해도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것은 AI 자체보다 이 부분을 놓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계단을 오르며 계단을 계산하지 않는다
장 교수는 피지컬 AI가 지금 주목받는 배경을 계단에 빗대 설명했다. 사람은 계단을 오를 때 높이가 24센티미터니 왼발에 얼마의 힘을 준다는 식으로 계산하지 않는다. 한 손에 커피를 들고 다른 손으로 영상을 보면서도 계단을 오르내린다.
이제까지의 기계는 센서 데이터를 받아 계산하고 구동하는 방식으로 하나하나 연산해 움직였다. 사람은 언어를 배우기 전부터 몸의 동작을 먼저 익히고, 권투 선수는 주먹이 날아오는 사이에 몸이 먼저 움직인다. 이렇게 몸에 배어 있는 지능을 체화된 지능이라고 부른다.
장 교수는 최근 이런 기술이 하나의 형태로 모였다고 설명했다. 시각과 언어, 행동을 연결한 모델과 강화학습, 가상 환경에서 학습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기술이 통합되면서 피지컬 AI가 현실화됐다는 것이다. 강화학습은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보상이 큰 행동을 스스로 찾아가게 하는 학습 방법을 말한다.
효과는 로봇의 진입 장벽에서 나타난다. 예전에는 로봇을 움직이려면 로봇 코딩과 동작 역학을 알아야 했지만, 이제는 간단한 지시만으로 인공지능이 동작을 생성한다. 장 교수는 “피지컬 AI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휴머노이드를 떠올리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기술이 로봇의 접근성을 낮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카이로스 37 – 알파고의 그 수에서 따온 이름
장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시스템은 카이로스(KAIROS)다. KAIST AI Robot Orchestration Systems의 약자로, 협동로봇과 천장·바닥을 오가는 물류 로봇, 창고를 정리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하나의 운영체계로 통합해 제어한다. 센서와 제어, 데이터 처리까지 공정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100% 국내 기술로 구현했다.
카이로스의 정식 명칭은 카이로스 37이다. 2016년 3월 10일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서 둔 37수에서 따왔다. 장 교수는 “인간이 예상하지 못한 순간,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그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붙인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카이로스라는 단어 자체에도 뜻이 있다. 1년 365일처럼 정량적으로 흐르는 시간이 크로노스라면, 카이로스는 의미와 가치를 지닌 시간을 가리킨다.
시연 영상에서 관리자는 음성으로 AI에 상황을 물었다. “셔틀 6호기가 육안상 캐리어가 없는데 시스템에는 캐리어가 등록되어 있다”는 질문에 AI는 센서 오감지를 원인 후보로 제시했다. 작업자가 헬멧을 쓰지 않는 등 안전 수칙을 어기면 설비 작동이 멈추는 관리 체계도 갖춰져 있다.
카이로스는 3월 23일 공개된 이후 100곳이 넘는 기관이 방문했다. 장 교수는 “카이로스는 단기간에 완성된 솔루션이 아니다”라며 앞으로 10년의 계획을 갖고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세한 내용은 마키나락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마키나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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