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 한국앤컴퍼니 그룹 전무(CDO·CIO)가 9월 3일 마키나락스 ‘어텐션 2026’에서 ‘How AI Changes Enterprise Operation’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 전무는 현업 직원들이 바이브코딩으로 두 달 만에 구축한 경영 시스템이 실제 운영 중이라고 공개했다.
김 전무는 SAP와 GE, 구글을 거쳐 현대와 한국타이어로 이동한 경력을 소개하며 관심사를 밝혔다. 전통 산업에 디지털 네이티브 기업의 경쟁력과 역량을 어떻게 이식할 것인가다.
데이터 플랫폼을 먼저 구축했다
한국앤컴퍼니 그룹은 디지털 전환 초기부터 각 공장과 설비의 데이터를 모아 왔고, 김 전무가 합류한 뒤 가장 먼저 진행한 작업은 이를 하나로 묶는 통합 데이터 플랫폼 구축이었다. 챗GPT가 등장한 뒤에는 고객의 VOC(고객의 소리)와 뉴스를 대규모 언어 모델로 분석하는 실험으로 비즈니스 적용 가능성을 확인했고, 이어 사내에서 안전하게 쓸 수 있는 전용 LLM 서비스를 도입했다.
김 전무는 기업이 AI를 적용할 때 가장 걸리는 부분으로 보안을 들었다. 내부 데이터를 밖으로 내보내지 않으면서 AI를 적용하는 방법이 관건인데, 한국앤컴퍼니 그룹은 보안 우려보다 혁신 방법을 먼저 고민해 다른 기업보다 일찍 시작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개발자 한 명, AI, 그리고 두 달
김 전무가 첫 사례로 제시한 것은 바이브코딩이다. 바이브코딩은 개발자가 코드를 직접 쓰는 대신 AI에 자연어로 지시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방식을 말한다.
한국앤컴퍼니 그룹은 2년 전 자동차 열관리 시스템 기업 한온시스템을 인수했다. 한온시스템을 그룹 안에서 운영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검토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결론에 이르렀다. 경영진과 실무진이 함께 보는 시스템, 즉 투자 의사결정부터 운영 의사결정까지 연결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김 전무는 “찾아보니 그런 솔루션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과거였다면 전통적인 IT 프로젝트로 개발했을 작업이다. 이번에는 현업 담당자와 컨설턴트가 직접 바이브코딩으로 진행했다. 김 전무는 “대부분은 개발자가 아니었고 회사의 현업들이 전략에 따른 프로세스와 모델을 가지고 바이브코딩으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결과물은 그룹의 글로벌 데이터를 ERP와 MES에서 실시간으로 끌어와 운영 현황과 원가, 회수, 고객사 대응 항목을 한 화면에서 보여주는 종합 시스템이다. ERP는 회사의 자원과 회계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이고, MES는 공장의 생산 현황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투입 인력은 실질적으로 한 명과 AI였고 기간은 두 달이었다. 이 시스템은 현재 실제 운영 중이다.
104개 팀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해커톤
김 전무는 최근 그룹에서 진행한 바이브코딩 해커톤 결과도 공개했다. 순수하게 자발적인 참여였는데도 104개 팀이 신청했고, 참여 부서는 IT가 아니라 국내영업과 R&D, 생산, 물류, SCM, 마케팅, 인사, 재무 전 영역에 걸쳐 있었다. SCM은 원자재 조달부터 제품 배송까지 공급망 전체를 관리하는 업무를 가리킨다.
김 전무는 “현업들이 이 아이디어를 실제로 다 애플리케이션으로 구현했다”며 “LLM을 개인의 생산성을 위해서만 쓰는 회사가 아직 많은데, 조금만 확장하면 기업의 생산성과 혁신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바꿀 수 있고 저희는 이미 하고 있다”고 말했다.
타이어 패턴을 AI가 설계한다
두 번째 사례는 마키나락스와 3년째 진행 중인 타이어 패턴 생성 프로젝트다. 김 전무는 회사 업무를 두 층으로 구분했다. 하나는 어디서나 비슷한 80%의 일반 업무로, 바이브코딩이나 범용 AI로 손쉽게 처리할 수 있다. 나머지 20%는 회사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영역이라 자체 역량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타이어 패턴은 디자인 요소인 동시에 타이어 성능을 좌우한다. 기존에는 패턴 디자이너가 상품 성격에 맞춰 디자인하고 연구소를 오가며 성능을 확인하는 과정이 반복됐다. 지금은 디자이너가 상품 성격과 요구 조건을 지시하면 AI가 그 가이드라인에 맞춰 다수의 패턴을 생성한다. 이미지 생성 모델로 그린 그림이 아니라 엔지니어링 기준을 지킨 실제 적용 가능한 패턴이다. 디자이너가 평가해 선택하면 AI가 다시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패턴을 완성한다.
김 전무는 성과를 두 갈래로 나눠 설명했다. 프리미엄 타이어에서는 한 사람에게 의존하던 타이어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품질을 높였고, 대량 판매 제품에서는 제작 시간을 단축해 비용을 절감했다.
세 번째 사례는 수요 예측이다. 미국과 독일, 스웨덴에서 몇 달 뒤 타이어 수요가 얼마나 될지를 내부 데이터와 외부 경제·날씨 데이터를 함께 넣어 AI가 예측한다. 과소 예측하면 매출을 잃고 과다 예측하면 재고 비용이 발생하는 영역이다. 현재는 AI가 예측값을 제시하면 지역 매니저가 천재지변 같은 변수를 반영해 최종 판단하는 구조로 운영되며, 미국과 독일에서 먼저 적용한 뒤 전 세계로 확장할 계획이다.
개인의 자동화만으로는 회사 생산성이 오르지 않는다
김 전무가 정리한 교훈은 세 가지다. 첫째는 개인 단위 자동화의 한계다. 해커톤 참여작의 절반 이상이 개인 업무 자동화에 집중돼 있었는데, 프로세스 중간중간에 병목이 남아 있으면 전체 회사의 생산성은 오르지 않는다. 김 전무는 개인 업무 자동화에 회사의 프로세스 재설계를 더해야 한다고 말했다.
둘째는 거버넌스다. 수요 예측이 잘못돼 성과가 나빠졌을 때 책임이 AI 모델을 개발한 부서에 있는지 SCM 부서에 있는지가 실제로 문제가 됐다. 산업용 AI를 적용할 때는 기술뿐 아니라 프로세스와 조직, 거버넌스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김 전무는 설명했다.
셋째는 데이터다. 김 전무는 앞서 구축한 데이터 플랫폼이 있었기 때문에 바이브코딩이 두 달 만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필요한 역량으로는 리더십의 몰입과 도메인 지식, 그리고 비판적 사고를 제시했다. “프로그래밍 능력이 아니라 얼마나 논리적으로 바라보느냐, 얼마나 창의적인 생각으로 AI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바라보느냐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자세한 내용은 마키나락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마키나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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