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한국은행이 낸 보고서의 제목은 물음표로 끝난다. <청년고용 위축, AI 탓인가?> 그러나 그 보고서는 그렇다고도 아니라고도 답하지 않고 숫자를 내놓는 쪽을 택했다. 챗GPT가 나오기 5개월 전인 2022년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4년 동안 15세에서 29세 청년의 일자리는 28만5천 개가 줄었는데, 그 가운데 94%에 해당하는 26만8천 개가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서 사라졌다. 정보서비스업의 청년 취업자가 31%, 출판업이 27%, 컴퓨터 프로그래밍업이 17% 줄었다. 그런데 같은 4년 동안 바로 그 업종들에서 30대와 50대의 일자리는 28만8천 개가 늘었다. 업종이 쪼그라든 것이 아니라 업종은 그대로 둔 채 그 안으로 들어가는 첫 번째 문만 좁아졌다는 이야기다. 한국은행은 AI를 청년고용 위축의 원흉이라기보다 이미 진행되던 변화를 가속하고 증폭하는 요인으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고 정리하면서, 기존 직원의 고용은 지키고 신규 채용을 줄이는 한국 특유의 관행이 충격을 청년에게 몰아넣었다고 짚었다.
한 주 앞서 나온 7월 고용동향은 그 결론에 표정을 입힌다. 청년 취업자는 45개월째 줄었고, 청년 고용률은 44.2%로 27개월째 내려앉았으며, 청년 실업률은 6.8%로 5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졸업 후 1년이 넘도록 일자리를 얻지 못한 청년의 비중은 절반에 가까운 48.6%다. 한국은행이 덧붙인 숫자 하나가 더 아프다. 챗GPT 이전에는 대졸 청년과 전문대졸 이하 청년의 실업률이 8.2%와 8.0%로 거의 같았는데, 그 이후에는 7.0%와 5.4%로 벌어졌다. 더 오래 공부한 쪽이 더 오래 기다리는 시장이 된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숫자가 발표된 달에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은 3.2%로 상향됐다.
나는 이 글에서 절벽이라는 말을 쓰기로 했다. 과장을 위해서가 아니라, 컨설팅 현장에서 기업들의 내년 계획을 들여다보다 보면 서로 다른 세 개의 달력이 2027년 한 해에 겹쳐 있는 것이 보이기 때문이다.
반도체가 가려 준 한 해
첫 번째 달력은 경기의 달력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달 수정 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3.2%로 올려 잡으면서 그 공을 거의 전부 글로벌 반도체 호황에 돌렸다. 설비투자가 7.9% 늘고 수출이 뛰는데, 소득 증가가 반도체 부문에 편중되어 있어 소비로 번지는 힘은 완만할 것이라는 단서가 붙었다. 지표는 좋은데 체감이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도체가 만든 일자리는 몇 개의 공장 울타리 안에 있고, 그 울타리 밖의 사무실까지 채용 예산이 흘러가지는 않는다. 내년 성장률은 2.2%로 잡혔고, 반도체 수요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유지되다가 하반기에는 누그러질 수 있다는 것이 여러 기관의 공통된 그림이라고 KDI 스스로 설명했다.
바깥의 달력은 더 어수선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7월 전망에서 올해 세계 성장률을 3.0%로, 내년을 3.4%로 봤지만, 그 사이에는 중동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있고 2024년 초부터 이어지던 세계적인 물가 안정 흐름이 멈춰 섰다는 진단이 있다. 미국의 7월 비농업 고용은 예상을 깨고 2만3천 명 줄었고, 노동력은 1년 사이 130만 명이 빠져나갔으며, 시간당 임금 상승률은 3.2%로 2021년 봄 이후 가장 낮다. 그런데도 연방준비제도(Fed) 안에서는 물가가 잡히지 않으면 9월에라도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케빈 워시 의장의 최근 연설도 매파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고용은 식는데 금리는 내려오지 않는 조합이다. 미국에서 22세에서 27세 사이 대졸자의 실업률은 6월 기준 5.7%로 전체 노동자보다 높은데, 1990년 이후 이런 역전은 드물었고 2021년부터는 아예 상시가 됐다.
경기가 꺾일 때 기업이 가장 먼저 닫는 것이 신규 채용이라는 사실은 2009년에도 2020년에도 같았다. 2027년은 안으로는 반도체라는 쿠션이 얇아지고 밖으로는 금리와 전쟁과 관세가 동시에 걸린 해가 될 공산이 크다. 이것만으로도 채용 시장에는 충분히 나쁜 소식인데, 문제는 나머지 두 개의 달력이 여기에 겹친다는 데 있다.
시범 사업이 본 사업이 되는 해
두 번째 달력은 AI의 달력이다. 가트너(Gartner)의 올해 CIO 조사에서 AI 에이전트를 실제로 배치한 조직은 17%에 그쳤지만, 2년 안에 배치하겠다는 조직은 60%를 넘었다. 조사 대상 신기술 가운데 가장 가파른 도입 곡선이다. 내가 현장에서 보는 로드맵들도 같은 모양이다. 2025년에 시작한 AX 프로젝트의 문서 마지막 장에는 대개 2027년 전사 확산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다.
시범 사업 단계에서는 아무도 자리를 잃지 않는다. 사람이 하던 일 옆에 AI가 나란히 앉아 있을 뿐이고, 성과 보고서에는 시간이 얼마나 줄었는지만 적힌다. 본 사업이 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줄어든 시간이 정원표의 숫자로 번역되는 순간이 오는데, 그 번역이 이루어지는 자리가 바로 다음 해 예산 편성 회의다. 올해 시범 사업을 마친 회사들이 2027년 정원을 확정하는 시점이 지금부터 연말까지이고, 그래서 절벽의 첫 번째 단면은 내년 1월 조직도에서 나타날 것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이 520개 직업을 놓고 계산한 AI 직무대체율이 2024년 38.7%에서 2027년 66.7%로 올라간다고 본 것도, 아마존(Amazon)의 내부 문서가 2027년까지 미국 인력 16만 명을 로봇으로 대체한다는 1차 목표를 적어 둔 것도, 우연히 같은 해를 가리킨 것이 아니다.
여기서 한국은행 보고서의 한 대목이 중요해진다. AI를 사람의 일을 그대로 넘겨받는 자동화 방식으로 쓰는 비중이 높은 업종에서는 청년 고용이 크게 줄었지만, 초안 작성이나 검증처럼 사람의 일을 거드는 증강 방식으로 쓰는 업종에서는 그런 현상이 뚜렷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자동화와 증강 가운데 어느 쪽으로 갈지를 정하는 것이 경영자의 철학이 아니라 그 해의 실적과 금리라는 점이다. 경기가 좋을 때 증강이던 도입 방식이 경기가 나빠지면 같은 도구로 자동화가 된다. 첫 번째 달력과 두 번째 달력이 겹치면 나타나는 효과가 이것이다.
물론 반론이 있다. 가트너는 같은 입으로 에이전트 프로젝트의 40% 이상이 비용과 불분명한 효과 때문에 2027년 말까지 취소될 것이라고도 했다. 미국에서 2만 개 넘는 기업의 AI 지출과 인원을 추적한 조사에서는 AI에 가장 많이 돈을 쓴 회사들이 도입 후 2년 동안 오히려 신입 인원을 12% 늘렸다. 오픈AI(OpenAI)의 샘 올트먼조차 어차피 할 감원에 AI를 핑계로 대는 이른바 AI 워싱이 섞여 있다고 인정했다. 나는 이 반론들이 위안이 아니라 경고라고 본다. 기술이 아직 그만큼 하지 못하는데도 채용이 줄고 있다면, 절벽을 만드는 것은 기술의 성능이라기보다 그 성능을 명분 삼아 내려지는 예산 결정에 가깝고, 예산은 성능보다 훨씬 빨리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미 좁아진 문, 그리고 정년의 달력
세 번째 달력은 한국의 제도가 움직이는 달력이다. 그 전에 지금 문이 얼마나 좁아져 있는지부터 보자. 고용노동부 조사에서 올해 2, 3분기 채용계획 인원은 46만 명으로, 사업체들이 스스로 부족하다고 답한 인원 46만7천 명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밑돌았다. 사람이 모자란다면서 그만큼 뽑을 계획은 없다는 뜻이다. 채용 플랫폼 캐치의 집계에서 정규직 공고는 2년 사이 64%가 줄어 전체 공고의 절반으로 내려앉았고, 그 빈자리를 계약직과 인턴 공고가 채웠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서 신입만 뽑는 공고는 2.6%였고, 원티드랩 조사에서 기업이 집중적으로 뽑겠다는 연차는 절반이 4년차에서 7년차였으며 신입은 12.4%에 그쳤다. 잡코리아 조사에서 하반기 채용 계획이 있다는 기업은 79%였는데, 그 가운데 79%가 10명 이하를 뽑겠다고 답했다. 문은 열려 있으나 한 번에 한두 사람만 지나갈 수 있는 크기다.
여기에 정년연장이 겹친다. 정부는 65세 정년연장의 연내 입법을 목표로 내걸었고, 순조롭게 가면 11월이나 12월이 가장 이른 확정 시점이며, 적용은 2029년부터 단계적으로 시작되는 안이 검토되고 있다. 2029년이면 아직 멀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60세 정년이 의무화되던 2010년대의 자료를 분석한 KDI 연구는, 정년 연장 폭이 큰 집단에서 법 시행 전에 임금근로 확률이 일시적으로 낮아졌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기업이 앞으로 늘어날 인건비를 내다보고 희망퇴직과 신규 채용 축소로 미리 조정에 나섰을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다. 입법이 연말에 확정된다면 그 선제 조정이 시작되는 해가 2027년이다. AI 도입과 정년연장은 서로 다른 이야기지만, 한국 기업의 인사 관행 안에서는 둘 다 같은 답으로 수렴한다. 있는 사람은 지키고 새로 뽑지 않는 것이다.
절벽은 신입만의 것이 아니다
이 대목에서 이미 자리를 잡은 독자는 남의 이야기로 들을지 모른다. 그러나 캐치의 같은 집계에서 경력 공고도 64%가 줄었다. 기업이 4년차에서 7년차를 원한다는 말은 그 연차의 모든 사람을 원한다는 뜻이 아니라, 설명 없이 일을 맡겨도 혼자서 끝까지 가져갈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는 뜻이다. 소프트웨어 산업에서는 30대와 40대의 고용마저 멈춰 섰다는 기사가 이미 나왔다. 아틀라시안(Atlassian)이 올봄 인력의 10%를 줄이면서 남긴 기준은 연차가 아니라 다른 자리로 옮겨 쓸 수 있는 역량이었다.
컨설팅 현장에서 자동화가 시작되는 순서는 대체로 비슷하다.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은 신입이 하던 일이고, 그 다음에 흔들리는 것은 신입의 일을 배분하고 검사하던 사람의 자리다. 관리할 부하가 없어진 팀장이 무엇을 관리하는지를 설명하지 못하면 그 자리도 오래가지 않는다. 지난 글에서 마케터를 놓고 이야기한 것과 같은 흐름이다. 흩어져서 전문 영역으로 보호되던 직무들이 한 사람 밑으로 합쳐지는 시대에는 연차보다 한 사람이 감당하는 일의 폭이 자리를 정한다.
그리고 더 큰 문제가 그 뒤에 있다. 초급 업무는 그저 싼 노동이 아니라 사람이 숙련으로 올라가는 계단이었다. 자료를 정리하고 초안을 쓰고 틀린 것을 고쳐 받으면서 몸에 붙는 암묵지는 강의로 전수되지 않는다. 그 계단을 AI에게 넘기면 10년 뒤 팀장은 어디서 오는가. 한국은행이 정책의 초점을 기존 초급 일자리 보전이 아니라 청년이 AI와 함께 경험과 암묵지를 쌓을 수 있도록 경력 사다리를 다시 설계하는 데 두어야 한다고 쓴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옳은 말이지만 그것은 제도의 시간표이고, 이 글을 읽는 사람에게는 그 시간표를 기다릴 여유가 없다.
지금 무엇을 키울 것인가
그래서 남은 몇 달 동안 무엇을 해야 하는가. 채용을 멈추지 않은 회사들을 옆에서 지켜보며 내가 정리한 관찰은 세 가지다.
첫째, 기업이 사는 것은 도구를 다루는 솜씨가 아니라 결과에 대한 책임이다. AI를 잘 쓴다는 말은 이제 자격이 아니라 전제가 됐다. 가트너는 2027년까지 채용 과정의 4분의 3이 AI 활용 능력 검증을 포함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고, 국내 경영자총협회 조사에서 기업이 신규 채용 때 가장 중요하게 본 것은 직무와 관련된 실제 업무 경험이었다. 미국의 한 채용 플랫폼 조사에서는 재학 중 일한 경험이 있는 졸업생은 열에 여덟이 취업했고 없는 졸업생은 열에 넷이었다. 기업이 4년차에서 7년차를 찾는 이유도 결국 같다. 브리프를 받아 결과물을 납품하기까지 한 사이클을 혼자 돌려 본 사람을 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준비의 방향도 정해진다. 자격증이나 수료증이 아니라 완결된 결과물이 필요하고, AI 덕분에 혼자서 한 사이클을 끝내는 일이 어느 때보다 쉬워졌다는 사실이야말로 그것이 요구되는 이유다. 쉬워진 일은 곧 당연한 일이 되기 때문이다.
둘째, 증강이 통하는 자리에는 반드시 맞는 결과가 어떤 모습인지 아는 사람이 있다. AI는 판단이 있는 사람에게는 다룰 수 있는 일의 범위를 넓혀 주지만, 판단이 없는 사람에게는 틀린 답을 더 빨리 내놓는 속도만 보태 준다. 그래서 어떤 도구를 쓰느냐보다 어느 분야에서 무엇이 맞는지를 가려낼 수 있느냐가 값을 결정한다. 그 안목은 여전히 한 분야에 오래 머물며 실제 일을 겪어야 생긴다. 넓게 쓰되 깊게 서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 둘이 모순처럼 들린다면 순서를 생각하면 된다. 하나의 분야에서 판단의 기준을 먼저 세우고, 그 기준 위에 옆 직무들을 AI로 흡수해 나가는 것이다.
셋째, 이미 회사 안에 있는 사람에게는 자동화냐 증강이냐가 이사회가 아니라 팀 단위 예산에서 결정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내 업무의 흐름을 내가 먼저 설계해서 어디까지 기계에 맡기고 어디부터 사람이 판단하는지를 제안하는 사람과, 남이 설계한 흐름 안에 내 업무가 항목으로 들어가 있는 사람의 2027년은 같지 않다. 재직자에게 AX는 자기 자리를 지키는 문제라기보다 자기 자리의 정의를 스스로 다시 쓰는 문제에 가깝다. 신입과 취업 준비생에게는 반대 방향의 조언이 된다. 대규모 공채는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열 명 이하를 뽑는 수백 개의 작은 문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으며, 그 문은 이력서보다 결과물에 먼저 열린다. 인턴 공고의 비중이 늘어난 것도 나는 좁아진 문의 증거이자 유일하게 넓어진 문이라고 읽는다.
절벽을 쌓는 손
솔직해지자면 이 절벽을 쌓는 데 내 손도 들어가 있다. 고객사의 임원 앞에서 이 자동화로 실무자의 업무 시간 중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5~15%의 업무를 줄일 수 있다는 슬라이드를 만드는 사람이 나이고, 그 발표를 듣는 임원들의 머릿 속에서 이것이 어떤 비용 절감으로 계산되는지도 알고 있다. 내가 설계한 워크플로가 들어간 회사에서 내년 신입 정원이 줄어드는 것을 나는 안다. 그래서 이 글을 남의 일을 경고하는 글로만 쓸 수는 없었다.
2027년의 문제는 취업이 되지 않는 청년의 문제로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사다리의 첫 칸을 빼 버린 회사들의 문제는 몇 년의 시차를 두고 숙련자가 없는 회사의 문제로 돌아온다. 개인이 자기 경쟁력을 키우는 일과 회사가 사다리를 다시 놓는 일은 서로를 대신하지 못하고, 어느 한쪽이 없으면 다른 한쪽도 오래가지 않는다. 절벽이라는 말은 떨어질 자리를 가리키지만, 그 앞에 서 있는 사람에게 아직 몇 달이 남아 있다는 것이 이 글이 전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좋은 소식이다. 그 몇 달 동안 첫 칸을 빼 버린 회사들은 10년 뒤의 팀장을 어디서 데려올 생각인지, 나는 아직 그 답을 들어 보지 못했다.
이 칼럼은 [AI와 인간 사이] 시리즈의 18번째 글입니다.
이미지 출처: AI 생성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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