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전고체 배터리 문제로 업계를 시끄럽게 했던 핀란드 스타트업 도넛 랩이 자사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가 409Wh/kg, 805Wh/L에 도달했다는 독립 기관의 시험 결과를 공개했다. 핀란드 국립기술연구센터(VTT)가 실시한 최신 테스트 보고서에 따르면, 도넛 랩의 단일 셀은 상온(25°C) 및 0.1C 방전 조건에서 409.3Wh/kg의 에너지 밀도를 기록했다. 이는 실험실 측정치로서는 우수한 수준이다.
그러나 이번 발표는 회사가 제시해 온 상용화 스케줄과의 크게 다르다. 도넛 랩은 지난 1월 CES에서 자사 셀을 OEM 완성차에 즉시 적용 가능한 세계 최초의 전고체 배터리로 소개했다. 2026년 1분기 내 버지 모터사이클의 양산 모델을 통해 고객 인도를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6월 진행된 내부 조사와 핀란드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당시 공개된 차량은 양산 전 단계의 프로토타입이었으며 테스트에 사용된 셀이 실제 고객 전달용이 아니었음을 인정한 상태다.
기술적 관점에서도 이번 결과가 완벽한 전고체 배터리의 증거가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409Wh/kg의 에너지 밀도는 앰프리우스 등 기존 리튬이온 기반 실리콘 음극재 배터리가 이미 달성한 수준(450Wh/kg) 내에 위치한다는 것이다. 양산 상용화를 추진 중인 퀀텀스케이프, 토요타, 삼성SDI 등의 전고체 목표치(350~450Wh/kg)와 유사하다. 즉, 화학적 구성이 완전히 전환되었음을 입증하는 독자적 수치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도넛 랩이 내세운 최대 10만 회 수명 주장을 뒷받침할 사이클 수명 데이터는 6차례에 걸친 독립 테스트에서도 전혀 검증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도넛 랩이 실험실 단회의 측정 결과를 앞세워 양산 준비 단계를 과장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양산차 출하 지연과 미완의 기술 검증이 이어짐에 따라, 향후 실제 탑재 차량 출하와 장기 내구성 데이터 검증 없이는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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