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 열 번째)을 비롯한 한미 양국 주요 인사들이 4일(현지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애센션 패리시에서 열린 'Hyundai-POSCO Louisiana Steel(HPLS)' 기공식에서 첫 삽을 뜨고 있다.(현대자동차그룹)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미국 무역 장벽을 뚫기 위해 현대제철과 포스코가 손을 잡았다. 두 그룹은 지난 4일(현지 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약 59억 달러(약 7조 8000억 원)를 투입해 연산 270만 톤 규모의 초대형 합작 제철소 '현대제철·포스코 루이지애나 제철소(HPLS, Hyundai Steel·POSCO Louisiana Steelworks)' 건설을 위한 첫 삽을 떴다.
한국 기업이 미국 본토에 고로·전기로를 아우르는 일관 제철 설비를 짓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HPLS는 루이지애나주 도널드슨빌 일대 737만㎡(여의도 면적의 약 2.5배) 부지에 들어선다. 지분은 현대제철이 50%, 포스코(20%), 현대차(15%), 기아(15%)가 나누어 참여한다.
올 4분기 본공사에 들어가 2029년 1분기 상업 생산을 목표로 잡았다. 완공 시 1300명의 직접 고용을 포함해 총 5400여 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전망이다.
경쟁 관계에 있는 현대제철과 포스코가 해외에서 연합 전선을 편 배경에는 미국의 고강도 보호무역 조치가 자리한다. 미국 정부가 수입 철강 관세를 25%에서 50%로 대폭 인상한 데다 북미산 용선(쇳물)을 70% 이상 사용한 철강에만 무관세 혜택을 주는 독소 규정을 신설했기 때문이다.
연간 50조 원 규모를 미국에 수출하는 현대차·기아 입장에선 현지 조달이 불가능할 경우 관세 직격탄을 맞게 된다. 강판 가공 공장(코일센터) 수준으로는 규제를 피할 수 없어, 쇳물부터 직접 뽑아내는 대규모 합작 공장 설립으로 정면 돌파를 택했다.
HPLS가 완공되면 현대차그룹은 지난 2005년 앨라배마 완성차 공장이 가동을 시작한 이후 20여 년 만에 미국 본토에서 ‘쇳물에서 완성차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완결 짓게 된 셈이다.
HPLS의 생산량 270만 톤(자동차 강판 180만 톤, 일반 강재 90만 톤)의 쓰임새도 구체화됐다. 현대차·기아 미국 공장에 80만 톤이 우선 투입되고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부품 생산에도 고장력 강판이 공급된다. 포스코의 북미 고객사와 멕시코 법인 물량 60만 톤을 포함하면 140만 톤의 내부 소화 물량은 확보한 셈이다.
문제는 130만 톤 신규 판로와 ‘US스틸 인수한’ 일본제철의 견제 문제는 장밋빛 청사진 뒤에 도사린 리스크를 어떻게 극보하는냐에 있다. 내부 캡티브 물량을 제외한 나머지 130만 톤은 1420억 달러 규모의 미국 로컬 시장에서 스스로 판로를 뚫어야 한다.
미국 철강 시장은 뉴코(Nucor), 스틸다이내믹스, 클리블랜드-클리프스, US스틸 등 ‘빅4’가 오랜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어 신규 진입 장벽이 극도로 높다. 견고한 현지 거점과 고객 네트워크를 쥐고 있는 이들 미국 빅4의 견제와 일본제철의 벽을 HPLS가 어떻게 넘어 설지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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