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에서 스포츠팀을 응원하고 싶다면 이 만능 공식을 따를 것.
직관은 응원해야 제맛인데
야유하려고 농구장에 간다. 상대팀이 자유투를 할 때 마치 살풀이하듯 예술혼을 담아 클래퍼(응원도구)를 흔들고 ‘우우’ 야유하며 집중력을 흩트려 놓는다. 힘찬 야유에 휘말린 농구공이 골대에 맞고 흐름은 우리팀에게로 넘어온다. 경기가 재개된다. 재정비한 우리팀이 속공으로 상대방 그물망을 흔든다. 내가 좋아하는 건 바로 이 순간이다. 아무래도 농구는 흐름이 중요하니까. 목이 터져라 함께 부르는 ‘질풍가도’와 선수별 응원가는 또 어떻고. 여기서 정정한다. 아무래도 난 고성방가하러 농구장에 가는 것 같다.
내가 처음으로 간 NBA 경기 직관은 지금으로부터 2년 전, 토론토 랩터스와 새크라멘토 킹스의 대결이었다. 가족 단위의 관람객이 많은 야구와 하키와는 달리 관객석에는 또래끼리 온 유색인종이 많았다. 여기저기서 ‘렛츠 고 랩터스!’ 응원 구호가 들려왔다. 스포츠 종목, 팀·선수별로 다양한 응원 구호와 응원가가 있는 한국과는 달리, 토론토에서는 ‘렛츠 고 XX’만 외우면 된다. 음정도 박자도 똑같다. 야구를 보든 하키를 보든 농구를 보든 저 구호에 팀 이름만 넣어서 외치면 된다. 참 단조롭다. 한국처럼 화끈한 응원 문화를 기대했건만, 생각과는 달라도 난 제 2의 고향인 토론토 편이니까. 누구보다 구호를 크게 외쳤다. 캐나다 사람들 한국 응원 문화 접하면 재밌어서 까무러치겠거니 생각하면서.
하지만 3쿼터 만에 태어나서 처음 보는 점수 차와 마주했다. 무려 28점 차. 여기저기서 노여움이 가득한 숨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한 쿼터가 남았는데도 급기야 사람들이 벌떡 일어나서 집에 가기 시작했다. 더 봤다가는 홧병이 날 것 같았다. 마음 같아서는 자리를 박차고 나오고 싶었지만 큰 맘 먹고 지른 티켓 값만 20만 원이 넘었다. 밀려오는 두통에 이마를 빡빡 때려가며 자리를 지키다 34점까지 벌어지는 순간, 모든 걸 내려놓고 뒤를 돌았다. 열심히 ‘렛츠 고 랩터스’를 외쳤던 내 목청이 아까웠다. 8연패에 빠진 날이었다. 농구 직관 어땠냐며 묻는 외국인 친구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상급 영어 비난을 모두 쏟아부었다. 수명을 갉아먹는 대가로 기립성 저혈압이 치료되는 듯했다.
스포츠가 뭐길래?
캐나다 사람들을 유일하게 분노하게 하는 건 아이스하키 패배라는 말도 있다. 대부분 친절하고 ‘쏘리’를 입에 달고 사는 캐나다 사람들을 폭발하게 만드는 바로 그것.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사건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북미아이스하키(NHL) 스탠리컵 최종 7차전 결승에서 홈팀인 밴쿠버 캐넉스가 원정팀인 보스턴 브루인스에 0:4로 완패하자 분노한 하키 팬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차를 뒤집고 불을 지르는 폭동이 일어났다. 반면, 2019년 토론토 랩터스가 NBA 사상 첫 우승을 했을 때에는 시내에서 진행된 퍼레이드에 약 150만명이 모여 거리가 마비되기도 했다고.
엉덩이의 재능
체력이라면 자신있었다(참고로 여행기자는 체력 빼면 시체다). 10km 달리기는 1시간 안에 돌파하고, 학창 시절 체력장은 유연성 빼고 늘 만점이었다. 하루종일 땡볕에 익은 것처럼 얼굴이 벌게지고 보라색 다크서클이 광대까지 내려오고 나서야 목구멍에 차오르는 쇠 맛 침을 삼키며 비실비실한 목소리를 뱉었다.
“저, 교체하면 안 될까요?”
이건 두 개의 심장만으로 될 일이 아니다. 최소 세 개의 심장, 두 개의 폐, 도합 오장이 필요하다. 답답하면 니들이 뛰든가. 누군가의 말이 떠오른다. 앞으로 내 인생에 그런 답답한 감정은 절대 없고말고. 체력에 대한 자신감이 방전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딱 5분이었다.
갑자기 잔디밭을 뛰게 된 경위가 뭐냐고 묻는다면…, 스포츠 경기를 보기만 하다 직접 해 보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때마침 토론토 한인 여자 축구팀 멤버를 모집한다는 공고가 눈에 띄었으며, 편하게 체험하러 오라는 말에 무려 택시비 50캐나다달러를 내고 집에서 멀리 떨어진 실내 풋살장에 도착한 것이다. 집에 있는 아무 운동화나 꿰어 신고 나온 나를 향해 걱정 어린 눈빛이 쏟아졌다. 운동화랑 축구화가 뭐 크게 다르겠어? 공을 뻥 차는 순간 발톱이 비명을 지르며 외친다. 응. 달라. 완전 달라. 공 한 번 잘못 찼다고 발톱에 시퍼렇게 멍이 들었다.
바로 실전에 투입됐다. 감독님 왈, 훈련만 하다 흥미를 잃기보다는 재미를 느끼는 게 가장 중요하단다. 공을 어떻게 다루는지 전혀 알지 못한 채 필드를 망아지처럼 뛰어다녔다. 베테랑 선배들이 발끝으로 로켓배송해 준 공은 단 한 번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았고, 바람 빠진 풍선처럼 힘없이 잔디 위를 굴러다녔다. 상대팀의 화려한 드리블에 농락당하고 난 뒤 한숨 돌리려던 찰나 저 멀리서 뜬 공이 날아왔다. 포물선을 그리며 머리 쪽을 향해 날아오는 축구공을 빤히 쳐다봤다. 농구공을 머리에 맞고 반쯤 기절했던 중학생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렇다고 한들 이대로 공이 아웃되기를 멀뚱히 바라보기만 할 성격은 아니다. 홱 뒤를 돌아 머리를 감싸고 엉덩이를 쭉 내밀었다. 내 엉덩이를 맞고 튕겨 나간 공이 우리팀 공격수에게로 안착한다. “으아아…. 진짜 무서워 죽는 줄 알았어요.” 호들갑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졌다. “오늘 처음인데 공 안 피하는 것만으로도 재능 있는 거야. 잘했어.” 엉덩이가 얼얼했다. 아마도 이건 재능의 대가? 앞으로 더 발전할 나를 위해, 렛츠 고 은지!
■토론토에서 스포츠를 즐기는 방법 3
1. 직관 티켓은 어디서 살까?
캐나다에서 스포츠 경기를 보거나, 콘서트를 볼 때 무조건 필요한 플랫폼이 ‘티켓 마스터(Ticketmaster)’다. 한국에서 매번 암표상들과 씨름했던 나에게 신선한 문화 충격이 있었는데, 바로 공식 사이트에서 티켓 재판매가 가능하다는 것. 티켓 구매자가 판매할 수도 있고, 늦게나마 표를 구하고 싶은 사람도 공식 사이트에서 사기 걱정 없이 안전하게 구매할 수 있다. 그러니 예매에 실패했더라도 틈틈이 들어가 볼 것. 행운처럼 좋은 자리가 나올 수도.
2. 찾아오는 식음료 판매 서비스
북미 스포츠 경기를 직관하다 보면 관람석 사이를 바쁘게 지나다니는 사람을 볼 수 있다. ‘팝콘!’, ‘비어!’ 큰 소리로 외치며 음식을 방문 판매(?)하는 직원인데, 입장하느라 바빠서 아무것도 사오지 못한 사람이라면 손을 번쩍 들고 빤히 쳐다보시길. 물론 어디까지나 간단한 스낵, 음료 종류만 살 수 있고 핫도그나 푸틴 같은 간식은 직접 사 와야 한다.
야구 팬이라면 토론토 블루제이스 홈 경기장인 로저스 센터에서 ‘루니 독 나이트(Loonie Dogs Night)’도 즐겨 보길. 매주 화요일 홈 경기마다 핫도그를 1캐나다달러에 판매한다. 든든하게 먹으면서 왁자지껄하게 친구들과 보고 싶다면, 동네 펍에서 커다란 화면으로 봐도 좋다.
3. 딱 하루 체험하고 싶다면
토론토에서도 한국처럼 여러가지 스포츠의 원데이 클래스 체험이 가능하다. 일회성으로 체험하는 걸 ‘드롭-인 클래스(Drop-in Class)’라고 부르는데, 요가의 경우 다양한 프랜차이즈 및 요가 스튜디오에서 운영하고 있다. 가격은 회당 약 30~40캐나다달러. 실내 클라이밍 일일 체험도 재밌는데, 1회권 약 30캐나다달러 정도. 시설마다 가격이나 이용시간 등은 상이하다. 땀 뻘뻘 흘리는 핫 요가도, 실내 클라이밍도 모두 토론토에서 처음으로 해봤는데, 내 몸이 이렇게까지 움직일 수 있다니. 매번 새로웠다.
*이은지 여행작가
살아 보는 것도 여행이다. 여행이 너무 좋아 무작정 떠난 전직 여행기자. 이젠 여행기자에서 ‘기’ 한 글자 빼고 여행자로서의 삶을 만끽하는 중이다.
글·사진 이은지 에디터 강화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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