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호치민의 중심부, 중앙우체국과 노트르담 성당 사이에 자리한 ‘응우옌반빈 거리(Nguyễn Văn Bình)’는 책을 주제로 조성된 보행자 거리다. 길이는 약 100m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출판사와 서점, 북카페, 기념품샵 등이 모여 있어 호치민의 독서 문화를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있다. 2016년 문을 연 이후 현지인들이 책을 사고 읽는 일상적인 공간이자 여행객들이 가볍게 산책하기 좋은 명소로 자리 잡았다. 거리 양쪽으로 늘어선 서점에서는 베트남어로 된 소설과 에세이, 어린이책, 예술·문화 서적 등을 만날 수 있고, 영어책을 판매하는 서점도 있어 여행객도 어렵지 않게 둘러볼 수 있다. 무엇보다 책방 사이에 카페와 작은 문화공간이 자리하고 있어 책을 꼭 사지 않더라도 잠시 머물며 거리의 분위기를 즐기기 좋다. 중앙우체국과 노트르담 성당을 함께 둘러본 뒤 천천히 걸어보면 호치민의 관광지와 일상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풍경을 만날 수 있다.
phuong nam book cafe
책과 커피가 만나는 곳, 프엉남 북 카페
프엉남 북 카페는 응우옌반빈 책방거리 초입에 위치하는 카페다. 책을 고르고 커피를 마시는 일을 한 공간에서 즐길 수 있는 곳. ‘프엉남’은 베트남의 대표적인 서점·출판 브랜드 가운데 하나로, 이곳 역시 카페인 동시에 일반적인 서점의 기능을 함께 갖추고 있다. 책방거리를 걷다가 잠시 쉬어가거나, 베트남의 서점이 어떤 분위기로 운영되는지 살펴보기 좋은 장소.
매장에는 문학과 에세이부터 어린이책, 실용서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이 마련돼 있다. 베트남어를 읽지 못하는 여행객이라도 책장을 둘러보는 것만으로 현지의 출판 문화를 엿볼 수 있으며, 여행 중 잠시 앉아 커피를 마시며 거리의 풍경을 바라보기에도 좋다.
관광객을 위한 특별한 공간이라기보다 현지인들이 책을 사고 쉬어가는 일상적인 서점에 가깝다는 점도 매력이다. 책방거리를 처음 방문했다면 천천히 둘러보기 좋은 출발점.
Dong A Bookstore
베트남의 출판 문화를 만나는 곳, 동아 북스토어
‘동아(Dong A)’는 베트남에서 오랫동안 책을 만들어온 출판사로, 문학과 어린이책을 비롯해 역사·문화·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선보인다.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서점이라기보다 출판사가 직접 만든 책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책방거리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공간이다.
책의 내용뿐 아니라 표지와 편집, 일러스트레이션 등 책을 하나의 디자인 상품처럼 바라보는 재미가 있다. 베트남어를 모르는 여행객이라도 그림책이나 아트북, 디자인이 돋보이는 책을 구경하다 보면 현지 출판 문화의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다.
여행 기념품으로 흔한 소품 대신 베트남에서 만들어진 책 한 권을 골라보고 싶다면 들러볼 만하다. 책방거리를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베트남의 문화와 출판을 경험하는 공간으로 바라보게 하는 곳.
Dep Cafe
책방거리의 풍경을 즐기는 법, 뎁 카페
뎁 카페는 응우옌반빈 거리를 오고 가는 이들을 구경하기 가장 좋은 카페다. 베트남어로 '뎁(Đẹp)'은 '아름답다'라는 뜻을 지녔다. 별을 닮은 줄전구가 천장을 가로지르고, 초록 식물이 창을 메우며, 벽마다 세워진 책장은 판매용이 아니라 그저 머물다 가라는 초대장이다.
커피 한 잔을 시키면 책 한 권을 집어 들 자유가 따라온다. 사고팔지 않아도 되는 독서, 그것이 이 카페가 제안하는 유일한 규칙이다. 가격은 2만 동에서 10만 동 사이, 서울의 카페 물가를 생각하면 허탈할 만큼 가볍다.
낮에는 초록빛 나무 그늘 아래 노트북을 펼친 사람들과 그림책을 고르는 아이들이 뒤섞이고, 밤이 되면 별 모양 조명이 켜지며 거리 전체가 조도를 낮춘 무대로 바뀐다. 주말 저녁이면 이 골목은 가장 붐비는 시간을 맞이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붐빔조차 소란스럽지 않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걷기보다 머무는 법을 택하기 때문이다.
Con Mèo Nhỏ - Little Cats Studio
다양한 기념품샵, 리틀 캣츠 스튜디오
리틀 캣츠 스튜디오는 작은 서점으로, 영어책을 찾는 여행객에게 특히 반가운 곳이다. 베트남어 서적이 중심인 책방거리에서 영어로 된 책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문학과 미스터리, 로맨스 같은 장르부터 역사와 예술, 요리, 비즈니스, 어린이책까지 여러 분야의 책을 갖추고 있어 천천히 책장을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여행 중에는 현지에서 구입한 책 한 권이 의외로 좋은 기념품이 되기도 한다. 리틀 캣츠에서는 베트남을 배경으로 한 책이나 현지에서 유통되는 영어책을 찾아볼 수 있어 일반적인 기념품 숍과는 다른 선택지를 제공한다.
책을 꼭 구입하지 않더라도 작은 공간을 가득 채운 책장을 구경하며 베트남 사람들이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콘텐츠를 소비하는지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롭다. 베트남어를 읽지 못하는 여행객이라면 책방거리에서 우선 들러볼 만한 곳. 손으로 엮어 만든 노트, 말린 꽃을 눌러 담은 카드, 판화로 찍어낸 엽서들이 진열장마다 빼곡하다.
Highlands Central Post Office
호치민 여행의 쉼표, 하이랜드 커피
노트르담 대성당과 마주 보고 선 호치민 중앙우체국은 귀스타브 에펠의 손끝에서 태어난 건물답게, 100년이 넘도록 여행자의 발길을 붙든다. 그 옆, 꽁 싸 파리(Công xã Paris) 2번지에 하이랜드 커피의 5세대 플래그십 매장이 있다. 2023년 12월 문을 연 이곳은 매장 이름부터가 '하이랜드 중앙우체국점'. 베트남 전역에 흩어진 여느 지점과는 결이 다르다는 뜻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가장 먼저 로스팅 기계가 눈에 들어온다. 커우닷, 선라 같은 베트남의 이름난 산지에서 온 원두가 매장 안에서 직접 볶아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이 지점의 자부심이다.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베트남풍 인테리어 속에서 손님들은 갓 로스팅한 커피와 프리미엄 티, 그리고 반미와 페이스트리를 함께 즐긴다.
하이랜드는 흔히 베트남의 스타벅스로 불린다. 그러나 이곳에서 마시는 커피는 조금 다르다. 진하게 내린 원두 커피에 연유를 더한 전통 방식, 혹은 라떼나 카푸치노 같은 익숙한 메뉴 사이에서 손님은 스스로 취향을 고른다. 가격은 여느 로컬 카페보다 다소 높은 편이지만, 그 값은 결국 자리값이다.
통유리창 너머로 우체국의 노란 파사드와 대성당의 첨탑이 동시에 걸리는 풍경, 그것을 오래 앉아 바라볼 수 있는 자리. 책방거리를 걷고, 우체국에서 엽서 한 장을 부치고 난 여행자에게 이곳은 자연스러운 다음 페이지다. 뜨거운 한낮의 호치민에서 에어컨 바람과 커피 한 잔으로 잠시 숨을 고르는 것, 그것이 이 도시가 여행자에게 허락하는 가장 사소하고도 확실한 쉼표다.
글·사진 강화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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