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궁과 사원 너머의 방콕을 만나고 싶다면 박물관으로 향하자. 태국 왕실의 보물부터 방콕 중산층의 옛 생활상, ‘태국다움’을 재치 있게 해석한 전시까지 도시의 여러 얼굴을 발견할 수 있다. 관람 후 즐기기 좋은 호텔식 팟타이도 함께 소개한다.
■태국 역사를 한자리에
방콕 국립 박물관
방콕 왕궁과 가까운 방콕 국립 박물관(Bangkok National Museum)은 태국 역사 여행의 출발점으로 삼기 좋은 곳이다. 박물관의 기원은 라마 4세가 왕실 수집품을 전시한 185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1874년 처음으로 대중에게 문을 열었다.
전시뿐 아니라 붓다이사완 법당, 삼란무크카맛 누각, 롱 송 누각 등 태국 전통 건축과 옛 궁전의 흔적까지 함께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특별하다. 붓다이사완 법당에서는 태국에서 가장 신성하게 여겨지는 불상 가운데 하나인 프라 붓다 시힝을 모시고 있다.
전시를 통해서는 선사시대부터 드바라바티, 수코타이, 아유타야, 라타나코신 시대에 이르는 불상과 조각, 공예품을 통해 태국 미술사의 큰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람캄행 왕의 비문(Ram Khamhaeng Inscription)을 비롯해 시대별 정수로 꼽히는 불상 컬렉션, 왕권을 상징하는 여러 왕좌 등의 볼거리를 선사한다.
이와 더불어 캄보디아 크메르와 인도네시아 자바 등 주변 지역의 문화유산도 전시돼 있어 동남아시아 문명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과정도 엿볼 수 있다. 규모가 상당한 만큼 여유 있게 둘러보는 편이 좋다.
■평범한 일상이 역사가 되는 곳
방콕인 박물관
방락의 고층 빌딩과 오래된 골목 사이에는 시간이 잠시 멈춘 듯한 집이 숨어 있다. 방콕인 박물관(Bangkokian Museum)은 방콕 민속 박물관(Bangkok Folk Museum)으로도 불리는 아담한 생활사 박물관이다. 유명 왕실이나 거대한 사건이 아닌, 제2차 세계대전 전후(1937년~1957년) 방콕에서 살아간 중산층 가족의 일상을 보여준다.
이곳은 집주인이었던 와라폰 수라와디 여사가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집과 생활용품을 다음 세대에 전하기 위해 박물관으로 꾸미면서 시작됐다. 이후 집과 소장품을 방콕시에 기증했고, 실제 가족이 사용했던 가구와 식기, 문구류, 주방용품 등이 고스란히 전시됐다.
침실과 응접실, 부엌을 차례로 걷다 보면 유리장 안의 유물이 아니라 누군가의 집에 초대받은 듯한 기분이 든다. 서양식 요소와 태국의 생활 방식이 섞인 주택도 흥미로운 볼거리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빠르게 변한 방콕의 옛 표정을 가장 친밀하게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태국다움’을 해독하다
싸얌 박물관
싸얌 박물관(Museum Siam)은 역사를 어렵고 엄숙하게만 다루지 않는다. 과거 상무부 청사로 사용된 100년 역사의 건축물 안에 영상과 게임, 모형, 체험 장치를 배치해 태국의 정체성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웅장하고 고전적인 외관과 발랄하고 현대적인 전시의 대비도 이곳을 기억하게 만드는 요소다.
상설전시의 제목은 ‘태국다움 해독하기(Decoding Thainess)’. 태국인은 누구인지,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태국 문화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역사부터 건축, 전통, 음식, 의복, 현대의 생활상 등 여러 관점에서 질문한다.
일방적으로 답을 전달하기보다 관람객이 직접 장치를 조작하고 비교하며 생각하도록 구성해 박물관 관람이 익숙하지 않은 여행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영어로도 표기가 돼 있어 외국인 관광객의 접근성도 괜찮다.
왕실과 전쟁 중심의 역사를 보여주는 방콕 국립 박물관과 함께 방문하면 태국의 과거와 현재가 한층 입체적으로 연결된다. MRT 싸남차이역 1번 출구와 가까워 왕궁, 왓 포 일대의 여행 코스에 넣기도 좋다.
Editor’s Pick
호텔 다이닝으로 즐기는 팟타이
에칼룩 방콕
박물관 여행의 마무리는 태국을 대표하는 맛으로 채워보자. 에칼룩 방콕(EKKALUCK Bangkok)은 통로의 부티크 호텔 ‘마디 파이디 방콕, 오토그래프 컬렉션’에 자리한 시그니처 레스토랑이다.
태국어로 ‘독특함’ 또는 ‘정체성’을 뜻하는 이름(에칼룩)처럼 친숙한 태국 요리의 뿌리는 지키면서 현대적인 재료와 화려한 플레이팅을 더한다. 세련됐지만 지나치게 격식을 차리지 않은 스마트 캐주얼 분위기라 편안하게 방문해도 괜찮다.
메뉴는 태국, 인터내셔널 음식을 중심으로 하는데, 팟타이 차오프라야(Pad Thai Chao Phraya)도 눈여겨볼 만하다. 방콕을 가로지르는 짜오프라야강에서 영감을 얻은 요리로, 클래식한 팟타이를 커다란 새우와 함께 한층 근사하게 차려낸다.
지글지글한 스트리트 푸드 스타일뿐 아니라 똠얌의 풍미를 접목한 방식으로도 즐길 수 있어 익숙한 팟타이의 색다른 면모를 경험하게 한다. 어린 코코넛 과육과 난을 곁들인 그린 커리, 태국 식재료를 활용한 에칼룩 샐러드도 곁들이기 좋다.
글·사진 이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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