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리서치와 HHMI 자넬리아 연구캠퍼스가 현지 시각 9월 3일 수컷 초파리의 뇌와 중추신경계 전체 연결 지도를 공개했다. 신경세포 16만 6,000개 이상과 시냅스 연결 1억 2,500만 개를 담았고, 신경세포 수 기준으로 지금까지 나온 뇌 지도 가운데 가장 크다. 시냅스는 신경세포끼리 신호를 주고받는 접점이다. 연구 결과는 학술지 셀에 실렸다.
공개 사흘 뒤부터 개발자들이 이 데이터를 자기 컴퓨터에서 실행하기 시작했다. 살아 있는 초파리가 아니라 연결 구조를 재현한 계산 모델인데, 여기에 둠과 슈퍼 마리오 64를 연결하고 100달러(약 13만 4,000원)를 지급해 비트코인을 거래하게 했다. X에서 확산된 실험을 종류별로 정리했다.
1. 공개된 뇌 지도의 규모
커넥톰은 뇌 안의 신경세포와 그 연결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그린 지도를 말한다. 제작 과정은 뇌를 수백만 장의 얇은 조각으로 잘라 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한 뒤, AI로 2차원 이미지를 이어 붙여 3차원 형태로 복원하는 방식이다. 구글은 픽셀 하나에서 출발해 같은 세포에 속하는 픽셀을 찾아 나가는 플러드필링 네트워크 기법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구글 리서치가 공개한 뇌 지도 제작 과정 영상이다.
이번 지도는 HHMI 자넬리아 연구캠퍼스가 주도하고 영국 MRC 분자생물학연구소와 케임브리지대, 구글 리서치가 참여했다. 뇌뿐 아니라 사람의 척수에 해당하는 배쪽 신경삭까지 포함해, 뇌가 몸을 어떻게 제어하는지를 함께 추적할 수 있다. 자넬리아 연구진이 사람 손으로 검수를 마쳤고, 구글이 공개한 오픈소스 도구 뉴로글랜서로 누구나 열람하고 내려받을 수 있다.
암컷 초파리의 뇌 지도는 앞서 공개돼 있었다. 수컷 지도가 더해지면서 암수 사이에서 신경세포 구조가 달라지는 지점을 비교할 수 있게 됐고, 구애와 공격 행동의 생물학적 원리를 연구하는 자료로 활용된다.
2. 둠과 슈퍼 마리오 64
코인베이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알렉스 워머스가 9월 6일 초파리 뇌로 둠을 구동하는 실험을 공개했다. 게임 화면의 각 프레임이 감각 신경세포를 자극하고, 그 신경 활동이 게임 조작 입력으로 변환되는 방식이다. 캐릭터가 피해를 입으면 PPL101이라는 도파민 세포 2개에 자극이 가해진다. 도파민 세포는 보상과 회피 신호를 전달하는 신경세포다.
알렉스 워머스가 공개한 둠 구동 실험이다.
워머스는 실행 화면을 웹사이트에 공개했다. 초파리 시점 화면과 3인칭 렌더링을 함께 볼 수 있다. 성적은 좋지 않았다. PC게이머가 기사를 작성한 시점에 6,385번째 판을 진행하고 있었다.
제시카 파켓은 같은 커넥톰을 슈퍼 마리오 64에 연결한 결과를 X에 공개했다.
초파리 뇌로 슈퍼 마리오 64를 실행한 화면이다.
3. 비트세이버와 마인크래프트
리라 버블스는 초파리 뇌에 리듬 게임 비트세이버를 강화학습으로 학습시켰다. 강화학습은 잘한 행동에 보상을 줘 그 행동을 반복하게 하는 학습 방법이다. 다만 초파리 뇌가 화면에 나타나는 노트를 보고 반응하는 구조는 아니다. 곡의 리플레이 데이터를 함께 입력해 어디를 언제 쳐야 하는지 알려 주는 방식이다. 버블스는 “외부 신호 의존을 줄여 입력 데이터 없이 완전히 반응형으로 연주하게 하는 것이 다음 과제”라고 밝혔다.
리라 버블스가 공개한 비트세이버 연주 영상이다.
마인크래프트 실험은 서로 다른 데이터로 두 건이 공개됐다. 유튜버 루니는 프린스턴대와 협력해 제작된 플라이와이어의 암컷 초파리 뇌 지도를 사용했다. 신경세포 수가 13만 9,255개로 구글 수컷 지도와 다르다. 개발자 evnsnclr는 9월 5일 구글 수컷 커넥톰을 마인크래프트 안에서 실행해 가상의 초파리를 움직였다고 밝혔다.
유튜버 루니의 마인크래프트 영상이다. 구글 수컷 커넥톰이 아니라 플라이와이어의 암컷 뇌 지도를 적용했다.
애니메이션 배드 애플을 초파리 뇌에 입력한 영상도 9월 6일 게시돼 1,150만 회 재생됐다. 화면의 명암 변화가 비행이나 몸단장 같은 동작을 유발하는 구조다.
배드 애플 애니메이션을 초파리 뇌에서 재생한 영상이다.
4. 비트코인 거래와 도파민 자극
개발자 한 명이 초파리 뇌 모델에 100달러를 지급하고 비트코인을 거래하게 했다. 계좌 손익이 이익이면 PAM11 도파민 세포 15개를, 손실이면 PPL101 혐오 도파민 세포 2개를 자극한다. 신경 활동이 매수와 매도 판단으로 변환되고, 코인베이스 에이전트킷이 현물 주문을 처리한다. 주문 한도를 확인하는 별도 장치도 함께 적용했다. 거래 내역을 실시간으로 보여 주는 대시보드도 공개됐다.
5. 밈코인 발행
초파리 뇌로 밈코인을 발행했다는 실험도 공개됐다. 밈코인은 실용적 기능 없이 유행에 기대 발행되는 가상자산이다. 발행 절차에서는 화면 조작 전 과정을 초파리 뇌가 처리한다. 발행 사이트 화면을 캡처해 초파리 겹눈의 육각 컬럼 892개로 샘플링한 뒤 시각 신경세포 L1과 L2로 보내고, 신경세포 16만 5,122개 전체에서 신호를 통합한다. 뇌에서 몸으로 명령을 내려보내는 하강 신경세포의 출력이 커서를 움직여 지갑 연결과 약관 동의, 이미지 업로드, 양식 작성을 처리한다. 펌프펀과 로빈후드 체인에 각각 별도 지갑을 두고 발행했다.
밈코인 발행 과정을 공개한 게시물이다.
6. 초파리가 등장하는 방탈출 게임
개발자 데이비드는 초파리 뇌로 움직이는 NPC가 나오는 방탈출 게임을 공개했다. NPC는 게임 안에서 이용자가 조작하지 않는 등장 캐릭터를 말한다. 이용자가 먹이나 물건을 배치하고 시뮬레이션을 실행하면 초파리들이 반응하고, 모든 초파리를 탈출시키는 것이 목표다. 신경세포 16만 6,000개를 그대로 적용했으며, GPT-6 아스트라를 사흘 동안 반복 실행해 완성했다고 밝혔다.
초파리 NPC 방탈출 게임을 공개한 게시물이다.
7. 반작용과 연구진이 밝힌 한계
아티스트 매크로블록은 초파리가 영원히 날아다니며 과일을 먹을 수 있는 환경을 제작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들 이 불쌍한 초파리에게 끔찍한 일을 하고 있다. 블랙 미러 같은 악몽 환경에 가두고, 고통을 최대로 주고, 같은 비트세이버 곡을 무한히 연주하게 한다”고 제작 이유를 설명했다.
매크로블록이 제작 중인 시뮬레이션을 알린 게시물이다.
연구자들은 시뮬레이션에 의식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커넥톰을 탐색하는 인터랙티브한 방법일 뿐, 의식의 근거도 살아 있는 초파리의 완전한 재현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구글도 커넥톰을 “정적인 자료”라고 표현했다. 신경세포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를 담을 뿐, 실제 뇌에서 신호가 시시각각 어떻게 변하는지는 별도 측정으로 확인한다. 구글은 같은 주에 컬럼비아대와 함께 코끼리주둥이고기의 후뇌 일부를 분석한 논문을 네이처에 게재하면서, 커넥톰을 다른 정보와 결합해 학습 과정을 연구한 사례라고 소개했다.
8. 정리
공개 일주일 사이에 확인된 실험은 게임 구동과 금융 거래, 게임 제작에 걸쳐 있다. 커넥톰이 뉴로글랜서로 누구나 내려받을 수 있게 공개된 데이터라는 점이 확산 속도에 작용했다. 자넬리아와 구글이 제시한 수컷 커넥톰의 용처는 시각과 미각, 사회적 행동의 신경 회로를 밝히는 연구다. 같은 날 공개된 후속 논문 세 편이 각각의 주제를 다뤘고, 연구진은 제브라피시 전뇌 지도와 쥐 뇌 일부 지도를 다음 과제로 제시했다.
자세한 내용은 구글 리서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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