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다이나믹스 아틀라스가 기계체조 동작을 수행하고 있다. (오토헤럴드 DB)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았던 로보틱스 자회사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기업공개(IPO) 일정을 늦췄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적자와 연구실을 벗어난 양산 라인 현장에서의 기술적 한계로 당초 목표로 삼았던 2027년 상장을 공식 연기하고 내실 다지기에 돌입하는 모양새다.
현대차그룹이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2027년 상장 계획을 유보한 배경에는 막대한 재무적 출혈이 자리한다. 현대글로비스 공시 등에 따르면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2025년 한 해에만 5284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현대차가 경영권을 인수한 2021년부터 2025년까지의 누적 적자는 약 1조 7000억 원에 달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7월 소프트뱅크가 쥐고 있던 잔여 지분 10%를 약 5000억 원에 인수하며 100%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쏟아붓고 있지만 상용화 지연에 따른 만성 적자 구조를 단기간에 털어내기는 역부족이었다.
상용화 속도가 시장 기대에 못 미친 점도 상장 연기의 결정적 원인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대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는 기술 시연에서 민첩한 동작을 입증했지만 실제 24시간 가동되는 고속 조립 라인에 대규모로 투입하기에는 진입 장벽이 여전히 높다.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의 천문학적인 제작 단가와 부품 내구성 부족, 복잡한 공장 환경에서의 소프트웨어 신뢰성이 걸림돌로 지목된다. 테슬라가 ‘옵티머스’ 개발에서 생산 병목을 겪고 있고 중국 업체들이 단일 기능 저가형 로봇에 집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험실에서 묘기를 보이는 기술과 실제 거친 산업 현장에서 무거운 하중을 견디며 반복 작업을 수행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난제라는 지적이다.
현대차는 무리한 상장 추진 대신 2028년을 기점으로 상용화 검증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구상이다. 2028년 연간 3만 대 생산 규모의 로봇 전용 생산 거점을 마련하고,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생산 라인에 아틀라스를 실전 투입해 신뢰성 평가를 진행한다.
증권가에서는 조지아 전기차 공장에서 축적될 실제 조립 데이터와 공정 효율성이 확보되어야 제3자 판매와 본격적인 가치 평가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메리츠증권 등 주요 투자업계는 조지아 공장의 실전 테스트 성과에 따라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실제 IPO 시점이 2029년에서 2030년까지 미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아틀라스는 이제 단순한 환상을 넘어 공장 현장에서 직접 수익성을 증명해야 하는 냉혹한 시험대에 올랐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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