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보다 길고 이민보다 가벼운 영국 한 달 살기. 런던의 교통비를 아끼는 방법부터 냉장고를 채워줄 슈퍼마켓, 집처럼 머물 수 있는 숙소와 한 번쯤 근사하게 즐길 미식까지, 현지 생활의 질을 높여줄 공간들을 모았다.
■Transportation
런던살이의 첫 단추
오이스터 카드 & 일일 상한제
오이스터 카드(Oyster Card)는 지하철과 버스, DLR(도클랜즈 경전철), 오버그라운드(런던 근교에서 운행하는 광역 통근열차 시스템), 엘리자베스 라인 등에서 사용하는 충전식 교통카드다.
지하철역 발매기와 오이스터 티켓 스톱 등에서 살 수 있으며 발급비 10.5파운드(약 20,500원)는 환불되지 않는다. 철도 계열은 승차와 하차 때 모두 태그하고 버스와 트램은 탈 때만 태그한다. 한 장을 두 사람이 함께 쓸 수 없다. 오이스터카드를 구매하지 않아도 컨택리스(와이파이 마크가 있는 카드) 기능이 있는 신용 및 체크카드를 활용해도 된다.
장점은 ‘일일 상한제(Daily Cap)’다. 같은 카드로 이동하면 이용 구간에 따라 하루 최대 금액까지만 자동 청구된다. 2026년 성인 기준 1~2존 8.9파운드, 1~3존 10.5파운드, 1~4존 12.8파운드, 1~5존 15.3파운드, 1~6존 16.3파운드다. 버스·트램만 타면 5.25파운드가 상한이다. 단, 승하차 태그를 빠뜨리면 최대 운임이 부과되고 상한 계산에서도 제외될 수 있다.
■Supermarket
냉장고를 채우는 3곳의 슈퍼마켓
품질을 먼저 생각한다면, 웨이트로즈 & 파트너스
웨이트로즈 & 파트너스 (Waitrose & Partners)는 영국의 프리미엄 슈퍼마켓의 대표격이다. 육류와 해산물, 치즈, 와인, 베이커리와 신선식품의 품질이 전반적으로 좋고 매장 분위기도 단정하다. 합리적인 자체 상품 ‘에센셜 웨이트로즈’, 고급 식재료 중심의 ‘No.1’, 유기농 라인 ‘더치 오가닉’을 구분해두면 장 볼 때 편안해진다. 가격은 다른 곳보다 조금 높을 수 있지만 집에서 제대로 저녁을 차리거나 와인과 치즈를 고를 때 만족도가 높다.
집 앞 편의점처럼, 테스코 익스프레스
테스코 익스프레스(Tesco Express)는 대형 테스코를 도심형 소형 매장으로 줄인 형태다. 런던 곳곳에서 쉽게 찾을 수 있고 우유와 달걀, 과일, 생수, 냉동식품 같은 기본 식재료부터 세면도구와 생활용품까지 빠르게 살 수 있다. 샌드위치나 샐러드에 음료와 간식을 묶는 ‘밀 딜’은 바쁜 날의 점심으로 실용적이다. 대형점보다 선택지가 적고 일부 상품은 비쌀 수 있으므로, 대량 장보기보다는 그날 필요한 것을 보충할 때 알맞다.
요리하지 않아도 근사하게, M&S 푸드
M&S 푸드(M&S Food)의 강점은 품질과 아이디어를 앞세운 자체 브랜드 상품이다. 조리법이 간단한 냉장·냉동식품과 샐러드, 수프, 디저트가 강해 주방에 있고 싶지 않은 날 유용하다. 여러 요리를 합리적으로 묶은 ‘다인 인(Dine In)’도 한 달 살기의 훌륭한 저녁 대안이다. 퍼시 피그 젤리와 쇼트브레드, 비스킷 틴, 티처럼 영국다운 간식과 선물까지 풍성해 귀국 전 쇼핑 장소로도 좋다.
■Accommodation
호텔 서비스와 내 집의 편안함
그로스버너 하우스 스위츠
한 달 살기의 핵심은 ‘생활할 공간’이다. 그로스버너 하우스 스위츠(Grosvenor House Suites)는 호텔 서비스와 레지던스의 독립성을 결합한 고급 서비스드 아파트먼트다. 메이페어의 마운트 스트리트와 파크 레인이 만나는 모퉁이에 있어 길 건너가 하이드 파크다.
명품 부티크가 이어지는 마운트 스트리트와 본드 스트리트도 가깝다. 새롭게 단장한 리셉션에서는 한층 편안하고 정돈된 첫인상을 받는다.
객실은 스튜디오부터 4베드룸 스위트까지 폭넓다. 스튜디오·디럭스는 34~53㎡, 1베드룸은 45~75㎡, 2베드룸은 84~123㎡, 3베드룸은 130㎡다. 런던 스위트는 3~4개 침실과 158~223㎡의 공간을 갖췄다.
객실마다 효율적으로 취사할 수 있는 주방을 갖췄고, 상위 타입에는 분리된 거실과 다이닝 공간, 하이드 파크 전망 옵션도 마련된다. 24시간 컨시어지와 버틀러 서비스도 장기 체류의 수고를 덜어준다. 외부 소음이 없도록 이중창을 활용한 것도 특징이다.
중앙 아트리움은 투숙객과 동반자만 이용할 수 있는 다이닝 공간이다. 제철 식재료로 준비한 올데이 메뉴를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즐길 수 있으며 객실 다이닝과 맞춤 요리, 식료품 배달도 요청할 수 있다.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수준 높은 한 끼를 해결하는 호사인 셈이다.
Editor’s Pick
잉글리시 브렉퍼스트의 정석
더 울슬리 피카딜리
더 울슬리 피카딜리(The Wolseley Piccadilly)는 아침 한 끼에 런던의 역사를 더하는 레스토랑이다. 1921년 자동차 쇼룸으로 지어진 건물은 은행을 거쳐 2003년 그랜드 카페로 다시 태어났다. 베네치아와 피렌체풍 아치, 돔형 천장과 흑백 대리석 바닥이 이른 아침에도 근사한 사교장의 분위기를 낸다.
아침부터 메뉴가 다양한데, 여행자라면 한 번쯤 먹어야 할 게 있다. 바로 ‘더 잉글리시(The English)’. 우리가 아는 잉글리시 브렉퍼스트로, 달걀과 베이컨, 소시지, 베이크드 빈, 토마토, 블랙푸딩, 버섯이 함께 나오는 정통 영국식 아침이다. 가격은 24.5파운드(약 47,000원)로 비싼 편이다.
이 밖에도 에그 베네딕트(13.95파운드), 버터 크루아상(5.95파운드), 스페셜티 메뉴(16.75파운드~)도 고려할 만하다. 아침부터 현지인, 관광객이 몰리는 만큼 원하는 시간에 식사하고 싶다면 예약하는 걸 추천한다.
고급 호텔에서 즐기는 브런치
파비용 런던
포시즌스 호텔 런던 앳 파크 레인의 파비용 런던(Pavyllon London)은 파리에서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을 이끄는 야니크 알레노의 런던 레스토랑이다. 런던 지점도 2026년 미쉐린 1스타를 유지하고 있다. 프랑스 조리법에 영국 제철 식재료를 접목하며, 카운터석에서는 오픈 키친의 움직임까지 감상할 수 있다.
흥미로운 건 아침 식사다. 토~일요일만 즐길 수 있는 조식 테이스팅 메뉴는 비에누아즈리와 랍스터 플랫브레드, 달걀 요리, 프렌치토스트 등으로 구성된다. 특히 Ultimate(궁극의)가 수식어로 붙은 프렌치 토스트는 이름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또 점심에는 단품으로 나만의 식사를 구성할 수 있는데, 파스타와 육류를 주목할 만하다. 게다가 디저트도 예사롭지 않다. 알레노 셰프의 추천 마크가 붙은 크리미 초콜릿 수플레(26파운드)는 흑설탕 담금주인 아마레토를 곁들여 초콜릿의 진한 풍미를 극대화했다.
글·사진 이성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