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IT동아 김예지 기자] 구글플레이가 국내 앱·게임 스타트업의 동남아시아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글로벌 연수 프로그램인 ‘창구 이머전 트립(ChangGoo Immersion Trip)’이 9월 16일(현지시간)부터 18일까지 3일간 싱가포르에서 개최된다. 이번 행사에서 구글플레이는 동남아시아를 규모와 수익성을 모두 갖춘 핵심 시장으로 조명하며, 국내 스타트업의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한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한다.
창구 이머전 트립, 스타트업 해외 진출 지원
‘창구’는 구글플레이가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진흥원과 2019년부터 운영해 온 스타트업 성장 지원 프로그램으로, 국내 유망 앱·게임 개발사 100곳을 선정해 콘텐츠 고도화와 해외 시장 진출을 지원한다. 올해 8기까지 누적 760개 스타트업을 지원했으며, 이들이 협약 기간 중 유치한 투자액은 총 1949억 원에 달한다.
창구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이머전 트립은 참가 기업이 현지 시장을 직접 체험하고 구글 전문가 및 벤처캐피탈(VC), 현지 업계 관계자들과 교류하며 사업 확장 기회를 모색하는 자리다. 2023년 일본, 2024년 싱가포르, 2025년 미국에 이어 올해는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의 주요 거점인 싱가포르에서 열렸다. 이번 이머전 트립에는 창구 8기로 활동 중인 스타트업과 졸업사 총 14개 앱·게임 개발사가 참여한다.
16일 구글 싱가포르 사무실에서 창구 구글 이머전 트립에서 캐런 티오(Karen Teo) 구글 아시아태평양 지역 플랫폼 및 디바이스 파트너십 부사장은 환영사에서 “한국 정부와 구글플레이가 구축한 민관 협력 모델은 글로벌 구글 팀의 모범 사례가 되고 있다”며, “한국은 구글플레이 스토어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개발자 수가 가장 많은 특별한 국가”라고 강조했다. 이어 “구글은 국내 스타트업이 가장 관심이 높은 동남아시아 시장을 비롯해 글로벌과 연결하는 가교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규모와 수익성 둘다 잡을 수 있는 동남아시아 시장
이날 발표에서 마니칸탄 크리슈나무르티(Manikantan Krishnamurthy) 구글 아시아태평양 개발자 생태계 총괄은 동남아시아 시장이 오는 2030년까지 3000억 달러(약 40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동남아시아의 면적은 한국의 약 10배에 달하며, 모바일을 통해 인터넷을 처음 접한 이른바 ‘모바일 퍼스트’ 인구가 절대다수로, 앱과 콘텐츠 소비량도 압도적으로 많다”고 설명했다. 한국 스타트업은 글로벌 진출에 앞서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기술과 사업성을 동시에 검증받을 수 있다.
또한 그는 한국 기업의 경쟁력으로 “삼성, 현대 등으로 다져진 브랜드 신뢰와 화장품을 비롯한 한국 제품 전반에 대한 높은 수용도는 강점”이라고 말했다. 속도와 혁신을 중시하는 현지 소비자 성향은 한국 스타트업의 성격과 부합한다. 특히 AI 기반 콘텐츠와 헬스케어,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게임 등을 핵심 성장 분야로 꼽힌다. AI 서비스 수용도가 높은 데다 싱가포르 등을 중심으로 고령화가 진행되며 디지털 헬스케어 수요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구글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2025년 기준 구글플레이 활성 개발자 수 세계 1위에 올랐다. 한국 앱의 해외 다운로드 수는 18억 건으로 국내(7억 3000만 건)의 2.5배에 달하며, 국가별로는 인도(3억 6500만 건)에 이어 인도네시아(1억 3100만 건)가 2위를 차지하는 등 동남아시아 내 한국 앱 생태계가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구글의 ‘Go-Global’ 전략을 발표한 구글플레이 파트너십팀 이윤주 구글플레이 코리아 매니저와 메이전 왕 구글코리아 APAC 앱 수출 파트너십 매니저는 “동남아시아 시장은 사용자 규모와 매출을 동시에 공략할 수 있는 지역 중 하나”로 규정했다. 모바일 게임을 중심으로 가파르게 성장 중인 인도네시아처럼 압도적인 유저 스케일을 가진 시장이 있는가 하면, 싱가포르처럼 스탠딩 타워(수익성 및 영향력)가 강력한 시장도 있다는 설명이다.
단일 시장 아니라, 다양한 스펙트럼
중요한 건 동남아시아 시장의 특성이 다양성에서 나온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다. 크리슈나무르티 총괄은 “동남아시아를 결코 단일 시장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는 인구 500만~600만 명으로 규모는 작지만, 젊은 인구가 많고 디지털 활용 능력과 인터넷 연결성, 이용 요금 측면에서 우수하다. VC와 지역 본부가 밀집한 허브형 시장이기도 하다.
또한 싱가포르는 싱가포르 기업청과 스타트업 싱가포르, 경제개발청(EDB), 정보미디어개발청(IMDA) 등 정부 기관이 법인 설립과 등록 절차를 신속하게 지원하며, 정부 지원을 받는 코워킹 공간 블록71(Block71)을 비롯한 창업 인프라 등을 갖췄다. 지식재산권(IP) 보유나 법인 설립을 고려한다면 최적의 선택지다. 엔젤 및 시드 투자부터 시리즈 B, C에 이르기까지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 풍부한 인재와 자금 조달 기회 덕분에 싱가포르는 동남아시아에서 유니콘 기업이 가장 많은 지역이다.
베트남은 게임로프트가 20여 년 전 아시아 첫 사무실을 낼 만큼 엔지니어링 인재가 풍부한 게임 강국이며, 인도네시아는 인구 2억 5000만 명의 최대 소비 시장이다. 1인당 소득은 낮지만 인구가 많아 바이럴이 터지면 순식간에 대규모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다. 반면, 태국·말레이시아처럼 지불 여력이 상대적으로 나은 시장도 있다. 그는 “수익성이 높은 시장과 인구가 많은 시장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 자사 서비스에 맞는 시장을 선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메이젠 왕 매니저는 이를 ▲언어 ▲문화적 맥락 ▲결제 행동이라는 세 축의 스펙트럼으로 구체화했다. 싱가포르·필리핀은 영어 능숙도가 높아 별도 현지화 없이도 진입할 수 있고, 미국 등 시장에서 검증된 콘텐츠를 그대로 이식할 수 있을 만큼 수용도가 높다. 반면 인도네시아·태국은 현지어 대응과 문화적 맥락 이해가 필수적이지만, 진입에 성공하면 경쟁 우위를 확보하게 된다.
싱가포르·말레이시아가 신용카드 기반 고단가 결제가 가능한 반면, 인도네시아·필리핀은 전자지갑 기반 소액·고빈도 거래가 특징이다. 또한 동남아시아 이용자는 장기 구독보다 인앱 결제(IAP)를 선호하는데, 소액 결제 이후 구독으로 전환하는 ‘하이브리드 구매자’ 비율이 미국과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적절한 가격 설계만 갖추면 낮은 구매력도 충분히 수익으로 연결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가장 잘 맞는 단일 시장 하나를 먼저 공략하고, 거기서 검증된 플레이북을 다른 시장으로 확장하라”고 강조했다.
예측 가능한 소비 패턴…초기 진입 비용도 낮다
소비 패턴의 ‘예측 가능성’과 ‘낮은 진입 비용’도 강점으로 꼽힌다. 메이젠 왕 매니저는 “동남아시아 진출을 고민한다면, 라마단을 최우선 마케팅 이벤트로 삼으라”고 강조했다. 동남아시아 내 라마단 준수 인구는 2억 5000만 명에 달하며, 한 달간 이어져 프로모션을 운영할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다. 이용자의 일상 패턴이 예측 가능하게 바뀌므로 콘텐츠를 제공할 타이밍 설계도 수월해진다는 설명이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라마단 종료 직전 3주 차에 정부가 전 국민에게 자금을 지급해, 이 시기 인앱 오퍼의 효과가 극대화된다.
또한 초기 스타트업에는 낮은 진입 비용도 강점이다. 그는 “인도네시아·필리핀은 설치 비용(CPI)이 낮아, 저비용으로 사용자를 확보하고 제품 피드백을 모을 수 있다. 특히 필리핀은 서구화된 문화와 높은 영어 능숙도 덕분에 미국 등 서구 시장 진출에 앞선 테스트 마켓으로 활용하는 개발사가 많다”고 말했다. 구글플레이 콘솔이 무료로 제공하는 스토어 리스팅 실험, 가격 A/B 테스트 기능 등의 활용도 제시됐다.
한편, 현지 연사로 참여한 ‘캣퀘스트(Cat Quest)’ 게임 시리즈 개발사 ‘더 젠틀브로스(The Gentlebros)’의 창립자 데스먼드 웡(Desmond Wong)은 “동서양 문화를 거의 동등하게 받아들이는 싱가포르의 입지 덕분에, 독창적인 아트 스타일을 만들 수 있었다”며, “덕분에 캣퀘스트는 글로벌에서 수백 만 장이 팔렸고, ‘캣퀘스트 3’는 2025년 BAFTA 게임 어워드 패밀리 부문 후보에 오르는 성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구글플레이는 싱가포르에서 진행되는 이번 창구 이머전 트립을 통해 뛰어난 한국 스타트업들에게 현지 시장에 대한 인사이트를 전달하고 전문가들과 연결시켜 글로벌 확장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참가사에는 맞춤형 비즈니스 프레임워크와 1:1 VC 매칭, AI 도구 및 구글 클라우드 리소스 지원, 구글 현지 전문가의 컨설팅이 제공된다. 아울러 ‘구글러 인사이트 세션’과 ‘APAC AI 앱 이벤트’, 현지 고객 포커스 미팅 등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 제공될 예정이다.
IT동아 김예지 기자 (yj@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