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캉루는 상하이의 대표적인 가로수길로, 프랑스 조계지의 역사와 이국적인 건축물, 감각적인 카페와 숍이 어우러진 거리다. 오래된 플라타너스와 역사적인 건축물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골목 안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면 상하이의 새로운 취향을 발견할 수 있는 작은 공간들이 이어진다. 오래된 주택을 활용한 디자인 쇼룸부터 중국 전통의 색과 소재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패션 매장, 공예품과 생활 소품을 선보이는 숍까지 성격도 다양하다. 상하이의 현재적인 감각을 가까이에서 경험하고 싶다면 들러볼 만한 취향 공간 4곳을 추천한다.
Gathering
우캉루 대표 카페, 게더링
게더링은 오래된 상하이 빌라의 일부를 활용한 카페다. 우캉루를 따라 늘어선 플라타너스와 오래된 주택 사이에 자리한 만큼 번화한 상업 공간보다는 동네의 작은 카페에 가까운 분위기를 갖고 있으며, 상하이시 공식 관광 사이트에서도 우캉루 일대에서 추천할 만한 카페로 소개하고 있다. 특히 카페 뒤편에는 작은 돌 정원이 마련되어 있어 실내의 좌석과 함께 사용할 수 있으며, 거리 쪽으로 난 큰 창에서는 우캉루의 가로수와 보행자 풍경을 가까이에서 바라볼 수 있다.
게더링의 또 다른 특징은 커피를 중심에 두면서도 중국적인 재료와 차 문화를 메뉴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인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아메리카노와 라테뿐 아니라 꽃과 허브를 활용한 차와 음료를 함께 선보이며, 산사나무를 활용한 스파클링 커피처럼 중국적인 재료를 현대적인 커피 메뉴와 결합한 음료도 판매한다. 메뉴에는 아이스크림과 케이크 같은 디저트도 마련되어 있어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들르는 것뿐 아니라 우캉루를 걷다 잠시 쉬어가는 공간으로도 이용하기 좋다.
무엇보다 우캉루의 거리 풍경을 카페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큰 창가 좌석에서는 바깥의 플라타너스와 보행자들이 시야에 들어오고, 건물 안쪽으로 들어가면 외부의 활기와 분리된 작은 정원이 나타난다. 하나의 카페 안에서 거리와 안쪽 정원이라는 서로 다른 풍경을 차례로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우캉루를 빠르게 소비하기보다 천천히 걸으며 동네의 분위기를 즐기고 싶을 때 특히 잘 어울리는 곳이다.
FNJI CREST
감도 있는 가구샵, FNJI 크레스트
FNJI는 중국 디자이너 가오구치(高古奇)가 2010년 설립한 브랜드로, 우캉루 중심에 상하이 쇼룸이 있다. 디자이너는 중국인의 생활 방식과 전통적인 조형 언어를 현대적인 가구로 풀어내는 것을 주요한 방향으로 삼아왔다. 특히 중국 전통의 장인 기술과 현대적인 제작 방식을 결합하고, 목재의 자연스러운 결을 살린 가구와 생활용품을 선보이는 것이 브랜드의 중요한 특징이다.
쇼룸은 1941년에 지어진 3층 규모의 주택을 개조했다. 건물의 기존 구조를 살리면서 흙, 콘크리트, 목재, 돌과 같은 재료의 질감을 드러내고 가구를 배치해, 하나의 실제 주거 공간처럼 구성했다. 2019년 문을 연 이곳은 단순히 제품을 진열하는 매장이라기보다 FNJI가 생각하는 ‘집과 생활의 모습’을 보여주는 쇼룸에 가깝다. 과거에도 가구 전시뿐 아니라 도예가의 작품전, 패션 브랜드와의 팝업, 향수 브랜드와의 협업 전시 등이 열리면서 가구와 예술·공예를 함께 소개하는 공간으로 활용되어 왔다.
이곳에서 가구만 보고 돌아갈 필요는 없다. FNJI는 가구와 별도로 ‘생야안실(生野安室)’이라는 생활 잡화 영역을 운영하며, 식기와 차 도구, 테이블웨어, 문구, 가방, 소품 등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작은 물건을 폭넓게 선보인다. 특히 중국의 독립 디자이너와 공예가가 만든 제품을 함께 소개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중국 도자 브랜드의 식기류를 비롯해 수공 목공예 브랜드의 접시와 장식품, 그 밖에 조명이나 패브릭 등 중국의 공예품을 접할 수 있다.
여행객이라면 이 생활 잡화 쪽을 눈여겨볼 만하다. 작은 도자기와 목공예품, 테이블웨어, 생활 소품은 직접 사용하거나 선물하기에도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중국 가구를 보러 가는 곳인 동시에, 중국의 젊은 디자인 브랜드와 공예가들이 일상의 물건을 어떻게 만들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NOT Just PAJAMA
편안한 일상복, 낫 저스트 파자마
이름처럼 파자마에서 출발했지만, 잠잘 때 입는 옷에 한정하지 않고 집과 일상에서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을 제안하는 중국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다. 실크를 주요 소재로 사용하며, 파자마와 로브, 슬립웨어를 비롯해 외출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의류와 액세서리까지 선보인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것은 잠옷과 일상복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것으로, 집에서의 편안함을 유지하면서도 외출이 가능한 옷을 만든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파자마 브랜드와 차이가 있다.
상하이에서는 안푸루 249호와 우캉루 109호에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안푸루 매장은 2022년 문을 연 상하이 첫 콘셉트 스토어로, ‘Home Gallery’를 주제로 집을 연상시키는 공간에 제품을 배치했다. 당시 브랜드는 ‘Celebrate · Real · Silk’를 콘셉트로 내세우며 실크를 중심으로 한 의류와 생활 방식을 함께 보여준다. 옷을 단순히 걸어두고 판매하는 방식보다 실제 생활 공간에서 입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제품에서는 소재와 제작 방식이 브랜드의 성격을 보다 분명하게 드러낸다. NOT Just PAJAMA는 멀버리 실크를 주요 소재로 사용하며, 공식적으로 100% 오가닉 멀버리 실크(뽕나무 잎을 먹고 자란 누에가 만든 실크)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파자마와 로브처럼 몸에 직접 닿는 제품뿐 아니라 아이마스크, 슬리퍼, 파우치 등 실크를 활용한 다양한 생활용품도 함께 판매한다. 남은 원단을 헤어 타이와 파우치, 쿠션 등으로 재활용하는 방식도 사용해 실크라는 소재를 의류에만 한정하지 않는다. 상하이에서 패션이나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기념품으로 찾는 경우에도 둘러볼 만하다.
XIYUE
우캉맨션에서 들러봐야 할 곳, 시웨
중국 전통 복식과 공예적인 장식 요소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낸 의류와 소품을 함께 판매하는 잡화 매장이다. 매장에서는 치파오를 비롯한 중국 복식의 실루엣을 현대적으로 변형한 상의와 원피스부터 전통 직물의 문양을 활용한 의류까지 다양한 옷을 찾을 수 있다. 화려한 색과 섬세한 문양이 두드러지지만 전통 복식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는 일상적인 옷으로 입을 수 있는 형태로 변주한 제품이 많다.
옷과 함께 판매하는 소품의 종류가 특히 다양하다. 비취와 각종 천연석으로 만든 목걸이와 팔찌, 자개나 금속 장식을 더한 액세서리, 전통 문양의 패브릭으로 만든 가방과 파우치, 손거울과 빗, 부채, 장식용 소품 등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중국 전통 공예에서 자주 사용되는 매듭 장식과 술, 진주와 구슬을 활용한 장신구도 많아 의류와 함께 매치할 수 있는 액세서리를 고르는 재미가 있다.
전통 문양의 패브릭 파우치나 작은 가방은 물론이고, 구슬 장신구와 부채, 헤어 액세서리처럼 크기가 작고 가격대가 비교적 다양한 물건이 많아 여행 중 기념품으로 선택하기에도 부담이 적다. 중국적인 색채와 문양을 현대적인 패션 소품으로 경험하고 싶다면, 우캉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반적인 패션 매장과는 다른 선택지가 될 만하다.
매장은 우캉맨션 1층에 자리하고 있어 우캉맨션을 둘러보는 겸 방문하는 걸 추천한다.
글·사진 강화송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