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와 마케팅에서 시작해 총지배인까지, 30년 넘게 호텔업에 몸담아온 아코르 조민숙 한국 운영 총괄 부사장이 이제 한국 내 27개 아코르 브랜드 호텔의 운영을 총괄한다. 한 호텔의 성과를 넘어 한국 시장 전체를 바라보게 된 조 부사장이 가장 중요하게 꼽은 것은 거창한 확장보다 좋은 호텔을 오래 운영하는 일이다.
트래비는 조민숙 부사장과의 인터뷰를 2편으로 나눠 전한다. 1편에서는 한국 호텔 시장의 가능성과 아코르의 운영 전략을 들여다본다. 2편에서는 33년 호텔리어의 여정과 성장, 인재 양성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Q. 총지배인에서 한국 운영 총괄로 역할이 넓어졌다.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A. 운영 측면에서는 새 호텔을 개발하는 것만큼 이미 문을 연 호텔을 오랫동안 좋은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호텔이 문을 연 뒤 초기 2~3년이 특히 중요하다. 이 시기에 운영 체계를 제대로 잡고 시장에서 성과를 만들지 못하면 10년, 20년 동안 지속해서 성장하기 어렵다.
성과를 숫자로 보여주고 오너사와 신뢰를 만들어야 한다. 문제가 발생하면 본사와 빠르게 협의하고, 오너사와도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해결해야 한다. 아코르와 오너사가 함께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지금 역할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다.
Q. 아시아 호텔 시장에서 한국은 어느 정도 가능성을 가진 시장이라고 보나.
A. 한국은 아코르에서도 잠재력을 높게 보는 시장이다. 현재 한국에서 27개 호텔을 운영하고 있지만 일본은 40개가 넘고 인도네시아는 100개가 넘는다. 단순히 숫자로만 비교하면 한국은 아직 성장할 여지가 크다.
한국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도 과거와 확연히 달라졌다. 한국인의 생활 수준이 높아졌고, K-콘텐츠를 비롯한 한국 문화의 영향력도 커지면서 해외에서 바라보는 한국 여행의 매력도 크게 높아졌다. 덕분에 중국과 대만을 비롯한 아시아 여행자는 물론 유럽 여행자까지 한국을 찾고 있다.
특히 유럽이나 미국보다 아시아 호텔 시장의 성장성과 경쟁이 동시에 부각되고 있다. 앞으로 개발 기회는 계속 있을 것으로 본다. 기존 호텔이 글로벌 브랜드로 전환하려는 컨버전 수요도 상당하다. 실제로 짧은 기간 안에 컨버전을 진행한 사례도 있다. 아코르가 이코노미부터 럭셔리까지 다양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이런 시장에서는 강점이다.
Q.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한국에서 ‘아코르여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A. 무엇보다도 유연성이다. 글로벌 호텔 체인이기 때문에 브랜드가 지켜야 할 기준과 매뉴얼은 분명히 있다. 그렇지만 모든 시장과 모든 호텔을 똑같은 방식으로 운영할 수는 없다. 호텔은 결국 운영자가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같은 브랜드라도 지역과 오너사의 특성, 고객 구성에 따라 필요한 전략이 다르다. 아코르는 브랜드 기준을 철저하게 관리하면서도 실제 운영에서는 각 시장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다.
특히 앞으로는 하드 브랜드뿐 아니라 소프트 브랜드와 라이프스타일 호텔이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본다. 컨버전이 상대적으로 빠르고 개별 호텔의 개성을 살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한국에서도 성수나 홍대처럼 젊은 여행자가 많이 찾는 지역을 중심으로 미드스케일 라이프스타일 호텔의 가능성이 있다. 아코르의 핸드리튼 컬렉션처럼 개별 호텔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방식도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Q. 최근 한국 호텔 현장에서 가장 크게 체감하는 고객의 변화가 있다면.
A. 고객의 기대 수준이 굉장히 높아졌다. 국내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호캉스와 스테이케이션 문화가 자리 잡았고, 이제 호텔을 단순히 잠을 자는 공간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객실과 식음료, 서비스까지 지불한 금액에 걸맞은 경험을 기대한다.
외국인 고객의 구성도 달라지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인 고객이 크게 늘면서 각 호텔에서도 중국어가 가능한 직원을 배치하는 등 대응하고 있다. 언어도 중요하지만 환대는 표정에서 시작한다.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고객은 작은 표정 하나에서도 소외됐다고 느낄 수 있다. 안내문이나 QR코드를 활용해 각자의 언어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웃는 얼굴로 고객을 대하는 기본이 중요하다.
인건비를 비롯한 운영 비용이 계속 높아지고 있어 장기적으로 국내 호텔 객실 가격도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고객이 느끼는 서비스의 가치도 함께 높아져야 한다. 가격만 올리고 경험이 따라가지 못하면 고객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Q. 취임 이후 한국의 아코르 호텔들을 직접 살펴보고 있다고 들었다.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
A. 취임 이후 약 두 달 반 동안 한국의 27개 호텔을 방문했다. 호텔마다 브랜드와 가격대가 다르지만 기준은 같다. 요금에 상응하거나 그 이상의 서비스를 받아야 고객은 다시 돌아온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럭셔리 호텔은 럭셔리 브랜드에 맞는 경험을 줘야 하고, 프리미엄과 미드스케일, 이코노미 역시 각자의 가격대와 브랜드에 맞는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모든 호텔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브랜드를 선택한 고객이 기대하는 수준을 정확하게 충족하는 것이다.
그래서 현장에 계속 가려고 한다. 총지배인들과 직접 이야기하고 문제를 확인하면서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운영 품질과 호텔 성과가 좋아지면 오너사도 다시 아코르를 찾게 된다. 그것이 가장 좋은 개발 전략 중 하나다.
Q. 마지막으로 ‘좋은 호텔’의 기준은 무엇인가.
A. 다시 찾고 싶은 호텔이다. 비싼 호텔이 꼭 좋은 호텔은 아닌 것 같다. 고객이 지불한 가격에 맞는 좋은 가치를 제공하는 호텔이 좋은 호텔이다. 이비스를 찾은 고객과 럭셔리 호텔을 찾은 고객의 기대는 서로 다르다. 중요한 것은 각 브랜드와 가격대에 맞게 고객이 기대한 것보다 조금 더 좋은 경험을 주는 것이다.
호텔은 제조업과도 다르다. 객실이라는 한정된 상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매출을 늘리는 데도 물리적인 한계가 있다. 그래서 현장 관리가 중요하다. 필요한 것보다 과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지속 가능하지 않고, 반대로 기대보다 부족한 서비스를 제공해서도 안 된다. 적절한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는 품질 관리가 필요하다.
문을 연 뒤 몇 년 반짝 잘되는 호텔이 아니라 10년, 20년이 지나도 고객에게 선택받는 호텔을 만드는 것. 그것이 운영하는 사람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글·사진 이성균 기자 sage@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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