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는 “기술은 시장을 이기지 못한다.”고 했다. 오늘날은 “시장이 곧 기술이다.”라는 말로 인용되고 있다. 요즈음은 그 이야기를 실감하는 시대다. 각종 미디어에는 중국에 대한 극단적인 전망이 난무한다. 어느 쪽이든 그런 의견 들에 동의 하지 않는다. 예측은 할 수 있지만 데이터 왜곡과 억측이 많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세계의 패권은 시장을 따라 이동했다. 지금 중국은 국가 차원의 지원이 많다. 그 배경에는 믿을만한(?) 내수시장이 있다. 또 하나는 각 지방 자치단체간의 경쟁도 큰 몫을 한다. 목표는 성장을 넘어 글로벌 중심으로 향하는 것이다. 이번에는 중국 지방자치단체가 자동차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그 내용을 중심으로 최근 발표된 15차 5개년 계획 중 자동차산업 부분과 수치로 보는 중국 자동차산업의 현재를 정리해본다.
글/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 국장)
중국 자동차 산업의 지형을 바꾼 숨은 주역으로 지방자치단체가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뉴스를 자주 전해 왔다. 과거 중앙정부의 대형 완성차 기업 합작 정책이나 인센티브에 의존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이제는 중국 각 지방정부가 기술 기업 육성은 물론, 공급망 유치, 재정적 지원 및 맞춤형 인프라 구축을 주도하며 글로벌 경쟁 구도를 흔들고 있다.
우선 중국 지방정부가 자국 및 글로벌 자동차 산업 경쟁에 미치는 구체적인 영향과 주요 구조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지방정부가 주도해 펀드를 조성하고 직접 투자를 통한 완성차 및 스타트업의 생존을 지원하는 것이다. 중국 지방정부들은 지역 경제 활성화와 고용 창출을 위해 자체 산업 진흥 펀드를 조성하고, 차세대 전기차 및 자율주행 스타트업에 강력한 재정적 지원을 제공해 왔다. 헤이룽장성, 안후이성(허페이), 저장성 등은 니오, 리프모터 등 자금난에 직면했던 전기차 업체에 직접 지분 투자를 감행해 법인을 재구조화하고 생산 기지를 유치했다. 이러한 지방정부의 결단은 초기 적자를 견뎌내고 기술 자립 및 양산 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그것이 지방정부가 경쟁적으로 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중국시장의 규모를 생각하면 동의하기 어렵다.
두 번째, 지역 거점 클러스터화 및 테크 기업과의 협력 강화다. 상하이, 광저우, 충칭 등 주요 지자체는 완성차 제조업체뿐만 아니라 배터리, 자율주행 생태계를 묶는 지역 자동차 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했다. 특히 화웨이의 HIMA(하모니 지능형 모빌리티 얼라이언스)나 바이두 아폴로 등 빅테크 기업과 자국 자동차 브랜드 간의 상호 협력을 매개하고 규제 완화 및 테스트 베드를 적극 제공함으로써, ADAS 및 자율주행 기술의 상용화 속도를 대폭 끌어올렸다.
세 번째는 내수 보조금 지급 및 지역 맞춤형 구매를 유도하는 인센티브 정책이다. 중국 중앙정부 차원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종료된 이후에도, 각 지방정부는 자국 내 소비 진작과 지역 기반 자동차 브랜드의 판매 향상을 위해 폐차 후 신차 구매 보조금, 지역 차이 보조금, 무료 전동화 번호판(신에너지차 전용 번호판) 발급 혜택 등을 유연하게 운영하고 있다. 이는 내수 시장에서 배터리 전기차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점유율이 50%를 상회하는 데 결정적인 촉매제 역할을 했다.
이것은 중앙 정부의 지원에 이은 또 다른 내용 혜택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지방간 출혈 경쟁과 설비 과잉, 글로벌 브랜드로써의 입지가 축소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방정부 간의 과도한 자동차 생산 기지 유치 경쟁은 과잉 설비 및 자국 브랜드 간의 극심한 가격 할인 경쟁을 야기하는 부작용도 낳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살아남은 BYD, 지리, 체리 등 자국 완성차 업체들은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과 생산 효율성을 확보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과거 중국 시장을 지배했던 폭스바겐, GM, 현대차그룹 등 글로벌 합작 법인의 내수 점유율은 2020년 60% 이상에서 2026년 상반기 기준 25% 수준까지 급감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보는 시각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글로벌 생산•수출 허브화 및 역 기술 이전을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지방정부의 강력한 생태계 조성 정책은 중국을 단순한 판매 시장이 아닌, 전 세계 전기차 및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의 최고 수준 생산 및 R&D 허브로 탈바꿈시켰다. 이로 인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 역시 중국 지방정부 및 현지 테크 기업들과의 합작/기술 협력을 확대하고, 중국 내 연구개발 투자를 대폭 강화하여 유럽•동남아 등 글로벌 시장으로 수출하는 역 발상 전략을 강제받고 있다.
중국 지방정부의 공격적인 산업 정책과 생태계 지원은 자국 완성차 기업의 가파른 성장과 기술 고도화를 끌어낸 핵심 동력이다. 더불어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중심축을 서구가 아닌 지역으로 이동시킨 거대한 변화의 축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이런 변화 속에서 중국 정부가 2030년까지 자율주행 차량의 상용화 범위를 확대하고 전동화 및 친환경 모빌리티 전환을 극대화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중장기 산업 로드맵을 제시했다. 중국 정부는 제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 기간 적용될 지능형 연결 신에너지 차량 산업 발전 계획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중국 내 신규 승용차 판매량의 70%, 신규 상용차 판매량의 40%를 신에너지차로 채우는 것이 핵심 목표다.
지난 8월 중국 내 승용차 시장에서 신에너지차 소매시장 점유율이 전년 동기 대비 9.9%포인트 증가한 65%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바 있어, 승용차 부문의 70% 목표 달성은 가시권에 들어섰다는 분석이다. 장거리 운행 비중이 높고 충전 인프라 보충이 시급한 상용차 부문은 40% 목표를 설정해 약점을 집중 보완하는 자원 배분 전략을 취했다고 덧붙였다.
기술 및 에너지 효율 부문에서는 한층 강화된 규제 기준이 도입된다. 2030년까지 신규 내연기관 승용차의 평균 연료 소비량을 100km당 3.3리터 이하로 낮추고, 신규 배터리 전기 승용차의 평균 전력 소비량은 100km당 11.5kWh 이하로 제한한다. 강제성 에너지 효율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차종은 공업정보화부 승인 제품 카탈로그에서 제외된다. 단순한 양적 성장에서 벗어나 경량화와 탄소 감축 중심의 고품질 성장 모델로 패러다임이 전환될 것임을 시사했다.
자율주행 부문에서는 2030년까지 고속도로와 도시 고속도로, 주요 시내 도로를 중심으로 레벨4 이상 자율주행 적용을 대폭 촉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자동차 전용 인공지능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촉진하고 자율주행 시나리오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차내 AI 기술 상용화를 확대한다.
산업 생산성 측면에서는 2025년 대비 노동 생산성을 15% 향상하고,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대표 완성차 기업과 부품 업체를 육성해 2030년 이전 자동차 산업의 탄소 배출 피크아웃을 달성한다는 구상이다.
글로벌 플레이어들은 여전히 중국시장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전동화의 흐름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또 하나 주목을 끄는 것은 대형 국영 자동차 합종 연횡의 본격화다. 20세기 말부터 3대 3소 3미 를 슬로건으로 하는 구조조정 얘기가 나왔지만 아직까지 실행되지 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 중국 광저우자동차 그룹(GAC) 이 제일자동차그룹(FAW) 그룹이 보유한 미공개의 자동차 합작 투자 법인 지분 일부를 인수하기로 했다.
중국 정부 및 규제 당국의 주도로 진행 중이다. 중국 중앙 및 지방 국영기업 간의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통합이 다시 본격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통합 추진의 배경에는 심화되는 내수 시장 가격 경쟁과 실적 악화가 있다. 2026년 상반기 중국 내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하는 등 완성차 업계의 경영 압박이 거세진 상태다.
GAC 그룹은 지난 2025년 판매량이 전년 대비 14.06% 감소한 172만 대에 그쳤으며, 매출은 10.43% 줄어든 957억 위안을 기록하고 87억 8,000만 위안의 주주 순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2026년 상반기에도 순손실이 전년 동기 대비 75.98% 급증해 44억 7,000만 위안에 달하는 등 실적 악화가 지속되고 있다.
FAW 그룹 역시 2020년 373만 대에 달하던 생산량이 2025년 331만 대까지 감소했고, 전체 생산 중 신에너지차 비중이 13.5%에 불과해 다각화와 전동화 체질 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꼽혀왔다.
제15차 5개년 지능형 커넥티드 신에너지차 발전 계획에도 기업 간 합법적 인수합병과 지역 간 통합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했지만 중소업체가 아닌 대형업체의 이런 움직임은 그 여파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빠르게 변화하는 중국 시장에서 심각한 입지 축소를 겪고 있는 상황과 맞물린다. 합작 법인 중심의 외국계 브랜드 점유율은 2020년 60% 이상에서 2026년 상반기 약 25% 수준으로 크게 하락했다. 중국 정부가 15년 전부터 추진해 온 신에너지차 중심의 정책적 전환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들이 배터리 전기차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라인업 전환에 상응하는 속도를 내지 못한 결과다.
2018년 420만 대를 기록했던 폭스바겐 그룹의 중국 판매량은 2026년 반토막 수준으로 급감했으며, 상하이GM 역시 과거 200만 대 규모에서 올해 45만~50만 대 수준으로 크게 후퇴했다. 2016년 180만 대를 기록했던 현대자동차그룹 또한 올해 예상 판매량이 35만 대 수준으로 대폭 축소됐다.
반면 중국은 배터리 공급망, 파워트레인, 생산 규모의 경제 등 핵심 전기차 생태계 전반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다. 중국 정부는 배출제로 차량(ZEV) 및 대안 연료 차량 비중이 2040년까지 전체 내수 판매의 8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 시장의 내수 및 수출, 신에너지차 비중의 구조적 변화 흐름을 수치로 정리해 보자.
2020년 전체 판매량 2,531만 1,000대(내수 2,435만 6,000대, 수출 99만 5,000대) 중 내수 신에너지차 판매는 약 135만 대로 점유율 5%에 불과했다. 2025년에는 중국 내수에서 51%로 급격히 상승하며 약 510만 대를 기록했다.
2026년 상반기 전체 시장 규모는 내연기관 수요 감소로 전년 동기 대비 4.1% 줄어든 1,501만 7,000대를 기록했으나, 수출은 65% 이상 급증해 509만 6,000대를 달성했다. 같은 기간 신에너지차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7% 이상 증가한 744만 6,000대였다. 이 중 배터리 전기차는 12% 이상 증가한 498만 9,000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는 245만 7,000대였다.
이 같은 전환을 주도한 것은 BYD, 지리, 체리 등 전통 자국 브랜드와 리오토, 샤오펑, 리프모터 등 전기차 스타트업들이다. BYD, 지리, 체리 등 중국 자국 완성차 브랜드의 내수 시장 점유율은 약 58%를 넘어서며 외국계 합작 브랜드를 추월했다.
특히 화웨이의 HIMA(하모니 지능형 모빌리티 얼라이언스)나 바이두의 아폴로 등 자국 빅테크 기업들과의 긴밀한 기술 협력, 최신 커넥티비티,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및 자율주행 기술 탑재가 안목이 높아진 현지 소비자들의 선택을 이끌어냈다. 동남아시아와 유럽 등지로의 수출 확대 역시 경쟁력 있는 가격과 향상된 주행거리•성능을 바탕으로 기존 글로벌 브랜드의 파이를 빠르게 침범하고 있다.
과거 외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기술과 신모델을 제공하고 중국이 시장을 제공하던 전통적 협력 모델은 완전히 파기됐다. 이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중국의 뛰어난 공급망, 자동화 기술, R&D 역량을 활용하여 역으로 글로벌 수출 허브를 구축하거나 기술 격차를 줄이기 위한 현지 연구개발 투자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전동화 주도권이 명백히 이동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국은 2013년 2,000만대를 넘었다. 당시 2030년 3,000만대, 2040년 4,000만대를 예상했었다. 그런데 2025년 3,134만대를 이미 돌파했다. 2030년 4,000만대도 불가능하지는 않아 보인다. 물론 모든 일이 예상대로는 되지 않는다. 지금 상황에서 과연 누가 감당할 수 있을까?
중국은 자동차 기술과 시장을 주도하며 판을 완전히 바꾸었다. 시장이 배경이다. 다만 아무도 경험해보지 않은 거대 시장이다. 그것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아직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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