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자동차 판매는 지난 8월까지 11개월 연속 전년 동월보다 감소한 반면 해외 수출은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오토헤럴드 DB)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성장했던 중국의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현지 완성차 업체들의 해외 전략이 완성차 수출을 넘어 유럽 현지생산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올해 중국 승용차 시장이 약 20%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 가운데 중국 정부가 자국 자동차 업체의 유럽 투자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면서 중국 자동차 산업의 해외 생산 확대 움직임도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최근 랄프 브란트슈테터 폭스바겐그룹 중국사업 책임자는 2026년 중국 승용차 시장이 전년보다 약 20% 감소해 2000만 대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약 450만 대 줄어든 규모로 그는 현재 중국 시장의 위축 정도가 코로나19 확산 당시 충격에 맞먹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내 자동차 판매는 지난 8월까지 11개월 연속 전년 동월보다 감소한 반면 해외 수출은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내수에서 소화하지 못한 생산능력을 해외 시장으로 돌릴 유인이 커지는 동시에 치열한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 기반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도 높아지는 모습이다.
최근 랄프 브란트슈테터 폭스바겐그룹 중국사업 책임자는 2026년 중국 승용차 시장이 전년보다 약 20% 감소해 2000만 대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오토헤럴드 DB)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자국 자동차 산업의 유럽 현지투자를 공개적으로 지원하고 나섰다.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은 최근 독일자동차산업협회(VDA) 측과 만나 중국 자동차 및 부품 업체의 유럽 투자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독일과 유럽연합(EU)에 공정하고 개방적이며 비차별적인 사업 환경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중국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과 맞물려 현지 자동차 업체들의 유럽 생산 확대도 구체화하고 있다. BYD는 헝가리 세게드에 유럽 승용차 생산공장을 구축하고 있으며 향후 현지 생산 규모를 확대하는 동시에 배터리를 비롯한 공급망까지 유럽에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GAC 역시 기존 위탁생산을 넘어 유럽 생산능력을 추가로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마그나를 통해 유럽 판매 차량을 생산하고 있는 GAC는 추가 생산거점 확보를 논의하는 한편 프랑스에서는 올해 50개 수준인 판매망을 2030년 200개까지 확대하고 같은 기간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12종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유럽 현지생산에 속도를 내는 또 다른 배경에는 강화되는 통상장벽이 자리하고 있다. EU는 중국산 순수전기차에 추가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전략산업을 중심으로 현지 생산과 부품조달을 확대하는 정책도 논의하고 있어 중국에서 완성차를 생산해 수출하는 기존 방식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유럽 현지생산에 속도를 내는 또 다른 배경에는 강화되는 통상장벽이 자리하고 있다(오토헤럴드 DB)
유럽에서 직접 자동차를 생산할 경우 중국 업체들은 추가관세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현지 시장 대응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향후 배터리와 주요 부품 조달까지 유럽으로 확대할 경우 단순히 관세를 피해 완성차를 조립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연구개발과 공급망까지 포함한 현지화 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중국 자동차 업체의 해외 확대를 단순히 높은 성장세에 따른 글로벌 진출로만 보기 어려워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내수 시장이 위축되는 동시에 유럽에서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추가관세와 현지 생산·조달 확대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기존의 '중국 생산→해외 수출' 방식만으로 시장을 확대하기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훈기 기자/hoon14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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