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8년에 판타스틱 택틱스라는 이름으로 국내 출시됐던 대만 오딘소프트의 SRPG 환세록이 28년만에 리메이크로 부활했다.
원작인 환세록이 워낙 오래된 게임이다보니 아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겠지만, 당시 파랜드 택틱스가 흥행하면서 SRPG 장르가 유행했기 때문에, 이를 유행을 노리고 많은 SRPG가 수입됐던 시절이 있었다. 제목이 원작과 다른 이유는 파랜드 택틱스와 비슷한 느낌을 주기 위해 원제와 상관없이 택틱스라는 명칭을 붙여서 출시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28년만에 돌아온 환세록 리메이크는 유저조이가 원작을 현대적인 그래픽과 시스템으로 재구성한 게임으로, 굉장히 클래식한 스타일의 SRPG다. 유저조이는 원작이 너무 오래돼 어떤 게임이었는지 잊어버린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친절하게도 원작 버전도 같이 넣어뒀다. 호기심에 한번 실행해봤는데, 리메이크 버전이 얼마나 원작에 충실하게 만들어져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왜 리메이크 버전으로 플레이해야 하는지 이유를 이용자가 스스로 느끼게 만들어주는 효과도 있는 것 같고!
개발사가 스팀을 통해 공개한 것처럼 이 게임에는 AI가 활용됐다. 캐릭터나 컷신들이 많은데, 리메이크 게임인 만큼 많은 인원이 투입되기 어려우니, 개발 비용을 낮추기 위해 AI를 적극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요즘 게임에 AI를 활용하는 것에 대해 호불호가 극심하게 갈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AI 덕분에 예전 게임이 다시 부활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단순히 옛날 게임의 그래픽만 개선한 것으로는 성의가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는 만큼, 편의성도 대폭 개선됐다. 지금보면 너무 느리게 느껴지는 게임속도를 더 빠르게 해주는 2배속 모드가 추가됐고, 아쉬운 상황이 발생했을 때 원하는 지점으로 되돌릴 수 있는 되감기 모드도 추가됐다. 단, 너무 남발하면 재미가 없어질 수 있으므로, 난이도에 따라 사용 회수가 제한되어 있다.
또한, 모든 등장 인물과 전투 컷신들이 새롭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나름 박진감 넘치는 전투 장면을 감상할 수 있다. 판타지 세계관인데 중국어 음성만 나오는 것이 약간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긴 하나, 한국어 자막은 괜찮은 수준으로 나와서 쾌적하게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우리나라 이용자들은 중국어 음성으로 게임을 즐긴 경험이 없다보니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영어권에 잘 알려진 게임이 아니라, 대만과 한국 등 아시아에서만 알려진 게임이니 개발사 입장에서는 영어 음성의 중요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오래된 게임이긴 하지만, 나름 방대한 세계관을 가진 게임이기 때문에, 원작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스토리 보는 맛이 있다. 하스파타 공화국, 라미스 제국, 나크나노, 피웨, 파크라모, 사미크 섬, 아라피스 등 서로 다른 종족과 문화, 역사를 지닌 7대 세력이 관여되는 복잡한 전쟁을 기반으로 스토리가 전개되기 때문이다.
특히 주인공인 레오나드는 전형적인 정의의 영웅 스타일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과 실리를 우선하는 인물이라 스토리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시작부터 라미스 제국 황제를 죽인 하스파타 공화국 영웅이 갑자기 배신자로 몰려 추방당하는 것도 황당한데, 나중에는 자신이 죽인 라미스 제국 황제의 딸과 함께 동료를 모으고 라미스 제국을 부활시키는 여정을 떠나게 된다.
굉장히 옛날 게임인데도 불구하고, 상당히 파격적인 스토리 전개다. 요즘 스토리가 이상하게 나오는 게임들이 많다보니, 구식이긴 해도 무난하게 전개되는 스토리가 더 낫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파고들기 요소도 충분히 준비되어 있다. 주요 캐릭터 레벨을 올려서 전직까지 가게 되면 확실하게 강해진 것을 느낄 수 있으며, 스테이지마다 특수 미션이 존재해서 이것을 달성하면 오딘의 휘장이라는 것을 습득하게 된다. 미션이 꽤 까다롭긴 하지만 달성해서 휘장을 일정 개수 이상 모으면 다음 회차 플레이 때 환세록2에 나왔던 무기 등 특별 보상을 획득할 수 있다.
또한, 진행 중 마을에 도달하면 술집에서 주민들을 만나게 되는데 카드 게임도 즐길 수 있다. 하스스톤 같은 스타일이기 때문에 소소한 재미가 될 수 있어 보인다.
현재 스팀 페이지를 보면 평가 참여자 수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매우 긍정적 평가를 유지 중이다. 원작을 즐겨봤던 사람들에게는 추억을 되살리는 기회가 될 수 있고, 원작을 안 즐겨봤더라도 요즘에는 보기 힘든 색다른 스토리를 경험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