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가 1960년대 모터스포츠를 상징했던 '르노 8 고르디니(Renault 8 Gordini)'를 62년 만에 순수전기 쿠페로 되살렸다(르노)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르노가 1960년대 모터스포츠를 상징했던 '르노 8 고르디니(Renault 8 Gordini)'를 62년 만에 순수전기 쿠페로 되살렸다. 해당 모델은 과거 디자인을 그대로 복원하는 대신 270마력 전기모터와 카페 레이서 스타일을 결합한 원오프 콘셉트카로 새롭게 재탄생됐다.
1964년 등장한 르노 8 고르디니는 당시 패밀리 세단을 기반으로 성능을 끌어올린 고성능 모델이었다. 후방에는 95마력 엔진을 탑재하고 뒷바퀴를 굴리는 구조로, 높은 운전 실력을 요구할 만큼 다루기 까다로웠지만 뛰어난 주행성능으로 한 세대의 드라이버를 길러낸 모델로 평가받는다.
당시 고르디니는 대중적인 양산차를 고성능 모델로 바꾸는 접근을 통해 GTI 열풍이 시작되기 약 10년 전부터 비교적 접근 가능한 고성능차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파란색 차체를 가로지르는 두 줄의 흰색 스트라이프 역시 고르디니를 상징하는 요소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새롭게 부활한 르노 8 고르디니 콘셉트는 이러한 유산을 현대적인 2인승 전기 쿠페로 재해석했다. 차체 크기는 전장 4120mm, 전폭 1880mm, 전고 1270mm로 낮고 넓으며 전륜 19인치, 후륜 20인치 휠을 조합해 현대 랠리카를 연상시키는 비율을 구현했다.
새롭게 부활한 르노 8 고르디니 콘셉트는 현대적인 2인승 전기 쿠페로 재해석됐다(르노)
디자인에는 클래식 모터사이클에서 불필요한 요소를 걷어내고 소재와 기계 자체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카페 레이서(Café racer)' 개념을 적용했다. 르노는 앞서 르노 5 터보 3E에서도 활용했던 이 방식을 통해 단순한 복고풍 디자인에서 벗어나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전면부는 그릴을 없앤 'V'자 형태의 노즈와 차체 안으로 들어간 6개의 원형 LED 헤드램프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과거 랠리 버전에 장착됐던 보조등까지 하나의 조명 그래픽으로 재해석했으며 후면 램프는 작동하지 않을 때 차체에서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표면과 일체화했다.
직사각형 휠 아치와 차체 측면의 오목한 캐릭터 라인, 윈드실드 아래를 가로지르는 그릴과 후면 환기구 등도 1964년형에서 가져온 요소다. 특히 과거 장식 역할에 머물렀던 측면 디자인 일부는 새로운 콘셉트에서 공기를 벤트로 유도하는 기능까지 담당한다.
콘셉트카는 고르디니의 상징인 파란색 차체와 두 줄의 흰색 스트라이프도 빠지지 않았다(르노)
고르디니의 상징인 파란색 차체와 두 줄의 흰색 스트라이프도 빠지지 않았다. 차체 색상은 과거 '블루 드 프랑스(Bleu de France)'에서 영감을 받아 3개 층으로 구성한 새로운 도장으로 재현했으며 더블 화이트 스트라이프는 단순한 장식을 넘어 차체 디자인의 여러 요소를 정렬하는 구조적 기준으로 활용했다.
실내는 최근 신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형 디스플레이 대신 6개의 원형 디지털 계기판을 나란히 배치해 아날로그 시대의 분위기를 살렸다. 브러시드 알루미늄 패널과 물리 스위치, 알칸타라를 조합하고 검은색과 파란색 코듀로이로 마감한 버킷시트를 적용해 운전에 집중하는 2인승 공간으로 구성했다.
르노 내부에서도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은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사내 디자인 경쟁에 300개가 넘는 스케치가 제출됐고 이 가운데 두 가지 디자인을 2:5 스케일 모형으로 제작한 뒤 각각의 장점을 결합해 최종 형태를 완성했다. 외부 디자이너와 협업했던 R17 쇼카와 달리 이번 콘셉트 디자인은 르노 내부에서 전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콘셉트카 실내는 최근 신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형 디스플레이 대신 6개의 원형 디지털 계기판을 나란히 배치해 아날로그 시대의 분위기를 살렸다(르노)
알렉상드르 말발 르노 디자인 부문 부사장은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 자동차 애호가들의 감정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이 목표라며, 단순한 향수가 아니라 자동차에 대한 열정을 표현하기 위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콘셉트카 파워트레인은 최고출력 270마력의 싱글 모터가 뒷바퀴를 굴린다. 1964년형이 리어 엔진·후륜구동이라는 독특한 구성을 갖췄던 만큼 엔진은 사라졌지만 뒷바퀴를 중심으로 한 고르디니의 성격은 새로운 전기차에서도 이어졌다. 다만 르노는 배터리 용량이나 주행거리, 가속성능 등 구체적인 제원은 공개하지 않았다.
한편 르노가 '르노 5'와 '르노 4'에 이어 과거의 대표 모델을 지속적으로 현대적인 방식으로 재해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콘셉트가 갖는 의미는 작지 않다. 양산을 전제로 하지 않은 디자인 실험이지만 전동화 시대에도 브랜드의 과거를 단순히 복제하기보다 새로운 디자인과 주행 경험으로 연결하려는 르노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결과물로 평가된다.
김훈기 기자/hoon14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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