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폴 제이콥슨 GM 최고재무책임자(CFO)의 발언이 자동차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그는 중국 시장에서 밀려난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토요타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수익을 만회하기 위해 미국을 '피난처'로 삼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응해 GM은 고품질 제품을 유지하면서도 가능한 모든 곳에서 구조적 비용을 줄이는 '린(lean) 경영'으로 맞서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그렇다면 지구 반대편에서 세워진 경영 기조는 GM한국사업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단기적으로는 가동률을 끌어올릴 '호재'가 분명하지만, 2028년을 분기점으로 거대한 구조적 위기가 찾아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현재 한국사업장의 분위기만 놓고 보면 청신호가 켜져 있다. 본사의 '풀 가동' 요청에 따라 한국사업장의 2026년 생산 목표는 2017년 이후 최대치인 약 50만 대에 달한다. 미국 내 신차 평균 가격이 5만 달러를 훌쩍 넘긴 상황에서, GM은 지난해 시작가 3만 달러 미만의 보급형 차량을 70만 대나 판매하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 전략적 보급형 라인업의 핵심 축이 바로 한국에서 생산되어 수출되는 트랙스와 트레일블레이저 등 소형 SUV다. 흥미로운 점은 한국산 승용차에 15%의 관세(대당 약 2000달러)가 부과됨에도 불구하고, 미국 현지에 신규 공장을 짓고 생산하는 것보다 대당 약 3000달러가 저렴하다는 분석이 있다는 것이다. 신규 설비 투자 없이 기존 50만 대 생산 설비를 십분 활용하는 현재의 구조는 GM이 추구하는 '린 경영'에 완벽히 부합한다.
하지만 화려한 수출 실적의 이면에는 치명적인 리스크가 자리 잡고 있다. 한국사업장의 생산 구조는 철저하게 '미국향 소형 SUV'에 편중되어 있다. 수출 비중의 약 85%가 미국 단일 시장에 쏠려 있으며, 올해(2026년) 8월 기준 수출 물량의 81.7%가 트랙스 단일 차종에 집중됐다. 미국 내 소형 SUV 및 보급형 시장은 일본, 독일, 현대차그룹이 치열한 점유율 다툼을 벌일 가장 붐비는 격전지다. 경쟁이 격화되어 판매 인센티브가 증가하면, 15%의 관세를 안고 있는 한국산 차량의 마진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게 된다. 게다가 내수 시장 점유율이 0.9%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현재의 국내 판매망과 정비망 등 고정비는 GM 본사의 '비용 절감' 타깃이 되기 쉽다.
진정한 시험대는 2028년이 될 것이다. 2018년 산업은행과 맺었던 '사업 유지 합의' 시한이 바로 2028년에 종료된다. 설상가상으로 현재 한국사업장에는 하이브리드나 전기차 같은 전동화 모델 물량이 전혀 배정되지 않았다. GM이 2028년을 기점으로 원가를 대폭 낮춘 신형 배터리를 기반으로 미국 내 보급형 전기차를 본격적으로 내놓는다면, 한국에서 수출하는 내연기관 소형 SUV의 설 자리는 급격히 좁아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미국 우회 진입 가능성이나, 미국의 정책 변동성으로 인해 관세가 25%로 복원될 경우 한국산 차량의 원가 경쟁력은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과거 메리 바라 CEO 체제의 GM은 판매량보다는 철저히 이익을 앞세워 유럽, 베트남, 호주 등에서 가차 없이 사업을 철수한 바 있다. 물론 한국사업장은 4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수익 거점인 만큼, 당장 즉각적인 철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한국사업장이 단순히 '미국향 소형 SUV 전용 공장'으로 역할이 좁아지는 것을 넘어, 국내 사업의 대대적인 축소 압박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결국 한국사업장의 미래는 다가올 차세대 차종 배정과 친환경차 물량 확보에 달려있다. 2028년이라는 한계선이 다가오기 전, 단일 차종과 단일 시장 의존도를 극복할 새로운 돌파구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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