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한만혁 기자] 글로벌 블록체인·웹3 컨퍼런스 ‘코리아블록체인위크(KBW)’가 9월 30일부터 10월 1일까지 열린다. KBW는 2018년부터 매년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 최대 규모 블록체인 행사로, 글로벌 산업 리더와 혁신가, 투자자, 커뮤니티가 모여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실질적인 협업 기회와 네트워킹을 모색하는 자리다. 지난해 열린 KBW2025에는 340명 이상의 연사가 무대에 올랐고 2만 8000명 이상이 참가했다. 행사 기간 열린 사이드 이벤트도 400여 개에 달했다.
올해는 팩트블록(FACTBLOCK)이 주최하고 두나무 업비트가 프레젠팅 파트너로 함께한다. 팩트블록은 웹3 생태계 빌더로, 2018년 이후 해마다 KBW를 주최하며 글로벌 블록체인 기업과 한국 시장을 연결하고 있다.
박위익 팩트블록 대표는 "개발자가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기업이 현장의 문제를 꺼내고 투자자가 기회를 알아볼 때 새로운 일이 시작된다"라며 "팩트블록은 한국의 가능성과 세계의 혁신이 만나면 새로운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믿음으로 2018년 KBW를 시작했고 지난 8년 동안 시장을 만들어 왔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KBW는 정책 당국과 금융기관, 산업 리더가 대화하는 자리를 더 늘리고, 인공지능(AI) 분야와 글로벌 네트워크로 확장해 글로벌 플랫폼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서울에서 시작된 협력이 세계로 뻗어나가고 새로운 기술이 믿을 수 있는 서비스가 되도록 함께하겠다"라고 전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 확산 속 한국 디지털자산 제도화 과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한국 디지털자산 정책의 순간(Korea's Digital Asset Policy Moment)’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진행했다.
민병덕 의원은 금융 시장 변화의 핵심을 ‘달러 쓰나미’로 표현했다. 그는 “현재 결제에 활용되는 스테이블코인의 99%가 달러 기반”이라며 “글로벌 시장의 기축 통화인 달러가 디지털 세상에서도 영향력을 넓히며 전 세계 결제 인프라를 장악하는 것이 바로 달러 쓰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민병덕 의원은 달러 쓰나미를 가속화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미국 상황을 소개했다. 미국은 지난 2025년 스테이블코인 법인 지니어스법(GENIUS Act)을 제정했다. 민병덕 의원은 이를 디지털 달러의 글로벌 확산을 국가 전략으로 공식화한 조치로 해석했다. 전통 금융기관의 합류도 빨라지고 있다. JP모건은 JPM 코인을 발행했고, 블랙록은 실물자산을 토큰화하는 비들(BUIDL) 펀드를 내놨다. 비자와 스트라이프는 스테이블코인 결제 서비스를 선보였다.
민병덕 의원은 “우리가 제도를 만들지 않으면 우리 기업은 해외로 나가고, 우리 투자자는 해외 플랫폼을 쓸 수밖에 없다. 우리 경제는 달러 쓰나미 흐름에서 소외될 것”이라며 “아직 한국에 기회가 있다. 단 저절로 오지는 않는다. 제도 정비, 기업 혁신, 인재 양성을 준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제도의 불확실성 해소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은 발의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민병덕 의원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맞서는 방법은 방벽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쓰나미 위에 올라타는 것”이라며 달러 스테이블코인과 비슷한 체계를 갖추되 더 가볍고 편리하며 유용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가 불필요한 쟁점에 묶여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현재 국내에서는 발행 주체 자격, 거래소 지분 제한을 두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데, 스테이블코인의 안전은 발행 주체가 아닌 구조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발행량만큼 현금이나 국채 같은 준비자산을 1대1로 보유하고, 이를 어떻게 보증하고 검증하느냐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기업 혁신과 인재 양성에 대해서는 AI와 금융을 함께 이해하는 기업과 인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 탈중앙화 금융(DeFi) 같은 디지털 금융 인프라 분야의 한국 기업이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 성장할 수 있어야 하고, 개발 역량과 금융 지식, AI를 이해하는 융합 인재 양성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민병덕 의원은 “한국은 글로벌 최고 수준의 IT 인프라, 글로벌 시장을 이끌어 본 기업,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국민을 갖췄지만,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결단이 부족하다”라고 지적하며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 기관투자자 시장 참여를 반드시 이루겠다”라고 약속했다.
두나무 “한국과 세계 잇는 온체인 금융 인프라로 도약”
오경석 두나무 대표는 ‘거래를 넘어: 더 연결된 미래를 위한 금융 인프라 구축(Beyond Trading: Building Financial Infrastructure for a More Connected Future)’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진행하며, 한국 시장의 기회 요소를 분석하고 두나무가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소개했다.
오경석 대표는 한국이 디지털자산 분야에서 많은 이용자, 풍부한 유동성, 운영 경험 등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지만, 그 힘이 국내에만 머물러 있다고 진단했다. 블록체인 위에서 거래가 이뤄지는 온체인(On-chain) 시장에서는 자본이 국경 없이 오가지만, 한국의 자본, 기업과 세계를 연결하는 흐름이 아직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의 경쟁력 있는 시장을 세계와 연결하기 위해서는 접근성, 연결성, 수출 가능성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접근성은 해외 자본과 기업이 안심하고 들어올 수 있는 예측 가능한 진입 경로를 말한다. 연결성은 이렇게 들어온 자금이 원화와 이어지는 것이다. 한국 기업이 해외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대금을 받아도 국내에서 원화로 바꿔 쓸 수 없다면 실시간 정산의 장점을 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수출 가능성은 높은 수준의 규율 아래 쌓은 경험과 인프라를 글로벌 표준으로 만드는 것을 뜻한다. 오경석 대표는 “접근성, 연결성, 수출 가능성이 갖춰진다면 글로벌 디지털 금융 허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나무는 이미 이 방향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업비트는 개인 거래 플랫폼에서 출발해 법인과 기관으로 고객층을 넓혔고, 고객 자산을 대신 보관 및 관리하는 업비트 커스터디로 기관의 디지털 자산 운용을 지원한다. 업비트 글로벌을 통해서는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에서 현지 규제에 맞춰 거래소를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는 기업 활동에 필요한 지급, 정산 기능도 구축할 계획이다.
또한 금융 서비스 이용 방식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모바일 앱뿐 아니라 개발자를 위한 API, AI 에이전트를 위한 업비트 스킬도 선보였다. 오경석 대표는 "사람은 앱으로, 시스템은 API로, AI는 업비트 스킬로 업비트를 이용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오경석 대표는 두나무의 글로벌 생태계 확장 전략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첫 번째 축은 네이버파이낸셜과의 결합이다. 결합이 성사되면 두나무의 디지털자산 및 웹3 역량, 네이버파이낸셜의 결제 및 핀테크 역량, 네이버의 AI, IT 인프라가 더해져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체급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 오경석 대표의 설명이다.
두 번째 축은 자체 블록체인 기와체인이다. 기와체인을 통해 한국 금융을 글로벌 온체인 금융과 연결한다는 것이다. 출발점인 기와 월렛은 ‘도장’ 기능으로 고객의 자격과 인증 여부를 확인하고, ‘보자기’ 기능으로 신원 정보 같은 민감한 정보를 보호한다. 두나무는 거래, 보관, 검증, 규제 준수 기능을 공통 인프라로 제공해 은행, 증권사, 핀테크 기업이 각 기능을 직접 만들지 않아도 온체인 금융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오경석 대표는 “업비트로 축적한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한국과 세계를 잇는 온체인 금융 인프라로 성장하겠다”라며 “한국이 글로벌 금융 인프라의 표준 허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강조했다.
디지털자산과 AI 에이전트 시대, 은행·핀테크 변화 필요
KBW2026에서는 디지털자산과 AI가 바꿀 미래 금융 인프라를 전망하는 패널토론도 열렸다. 토론은 ‘은행의 미래: 핵심 금융 인프라의 업그레이드(The Future of Banking: Upgrading Core Financial Infrastructure)’라는 주제 아래 한서희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가 좌장을 맡고 정상훈 전북은행 부행장, 이우섭 하나은행 부장, 서창훈 토스 상무가 참여했다.
정상훈 부행장은 디지털자산이 투자 대상을 넘어 차세대 금융 인프라로 진화하는 만큼 제도적 신뢰가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거래가 계좌에서 온체인으로 옮겨 가도 규제와 책임의 본질은 같다”라며 “은행이 소비자 보호의 안전판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스테이블코인 논의가 발행에만 쏠린 점을 지적하며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은 실생활 활용 사례, 유통이라고 강조했다.
이우섭 부장은 실물자산의 토큰화가 금융권의 가치사슬을 바꿀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상품의 유통이 온체인으로 옮겨 가면서 기존 유통 사업은 약해지고 발행과 보관의 역할은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AI 시대 과제로는 인증과 장부를 꼽았다. 사람 대신 업무를 처리하는 AI 에이전트가 등장하면 본인이 아닌 AI를 어떻게 인증할지 기술적, 제도적 해법이 필요하고, 블록체인과 은행 원장이 함께 운영될 때 거래 확정과 오류 복구의 책임을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금융과 블록체인이 융합하는 흐름에 맞춰 보수적인 은행도 관점과 자세를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창훈 상무는 스스로 판단해 작업을 수행하는 에이전틱 AI 시대의 금융은 서비스끼리 API로 연결되는 외부 파트너십과 명령 한마디에 내부 서비스가 곧바로 작동하는 자체 생태계가 모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는 데이터를 잘 쌓아 개인에게 맞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 경쟁력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거래’ 넘어 ‘금융 인프라’로···관건은 신뢰·제도
올해 KBW2026에서는 디지털자산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디지털자산은 더 이상 사고파는 투자 대상에 머물지 않고 결제, 정산, 보관을 아우르는 금융 인프라로 논의되고 있다. 민병덕 의원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세계 결제 인프라를 장악하는 흐름을 짚었고, 두나무는 거래소를 넘어 금융 인프라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보수적인 은행권에서도 관점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할 수 있는 것이 규제 명확성이다. 민병덕 의원은 규칙이 없는 나라에서는 자본과 기업, 투자자가 해외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고, 오경석 대표는 잘 규율된 시장 운영 경험이 수출 가능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예측 가능한 제도가 먼저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여전히 계류 중이고,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구조를 둘러싼 논의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더 이상 지체할 수는 없다. 규제 공백을 하루빨리 메워야 한국이 글로벌 디지털 금융 허브로 도약할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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