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김예지 기자] “매출이 늘었다는 사실만으로 사업이 성장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고객이 다시 주문하고, 그 주문을 처리하는 효율이 높아지며, 결국 이익과 현금이 남는 구조인지 검증된 데이터로 설명해야 합니다”
외식업 식자재 유통 플랫폼 ‘오더히어로’를 운영하는 이원석 딜리버리랩 대표는 스타트업 성장의 기준으로 ‘검증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간 스타트업 업계는 총거래액(GMV)이나 누적 가입자 수 등 외형 지표에 의존해 기업 가치를 평가받아 왔다. 그러나 최근 애즈위메이크 등 일부 기업의 재무 신뢰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지표의 실체적 진실을 엄격히 검증해야 한다는 의견이 등장하고 있다. 성장의 근거가 투자 판단의 핵심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이원석 대표는 “스타트업이 제시하는 숫자를 시장이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검증 가능한 성장이란 단순히 재무자료를 검토하는 수준을 넘어 거래의 실재성, 고객의 반복 구매 여부, 사업 확장에 따른 경제성 개선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류와 결합된 플랫폼…핵심은 상권 내 주문 밀도
딜리버리랩은 복잡한 식자재 유통 체계로 인해 외식업자들이 겪어온 구매 비효율을 해소하고자 오더히어로를 선보였다. 오더히어로는 단순 중개 모델과 달리, 식자재 가격 비교 및 구매부터 검수, 통합 배송, 사후 대응(CS)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는 식자재 유통 플랫폼이다. 안정적인 수급을 뒷받침하도록 자체 도심형 소형 물류거점(MFC)을 구축해 공급사마다 나뉘어 있던 주문과 배송을 하나로 묶었다.
이원석 대표는 오더히어로의 성과를 측정할 때, 매출 규모나 가입자 수보다 고객 재구매율과 거점별 운영 효율을 우선 제시한다. 오더히어로의 핵심 경쟁력은 단순 가격 비교가 아니라 실제 구매와 안정적 수급으로 이어지는 물류 운영 역량에 있기 때문이다. 주문 시간 단축, 신속한 문제 해결, 안정적인 수급이 반복 구매를 끌어내고, 이는 곧 물류 효율화로 이어진다. 현재 오더히어로의 재구매율은 약 86%에 달한다.
특히 오더히어로의 사업 모델에서 재구매율이 중요한 이유는 물류 효율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핵심은 센터 수의 단순 확대가 아닌 ‘상권 내 주문 밀도’다. 동일 권역 내 주문이 모일수록 차량, 인력, 공간 활용성이 극대화된다. 이원석 대표는 “전국 단위의 주문 증가와 특정 상권 내 주문 밀집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단순히 거점이 확장되는 것보다 해당 거점이 일정 물량 이상에서 안정적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오더히어로의 목표는 단순한 덩치 키우기가 아니다. 이원석 대표는 “거래액만 큰 플랫폼에 그치지 않고 외식업자에게는 가장 필요한 구매 창구이자, 공급사에는 가장 효율적인 유통 경로가 되는 식자재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물리적 확장에서 벗어나, 식자재 구매부터 공급에 이르는 유통 전 과정의 비효율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의미다.
성장의 성과와 한계 투명하게…공헌이익으로 2027년 전사 BEP 목표
딜리버리랩은 실제 거래, 고객의 반복 구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성장 지표의 신뢰성을 증명한다. 이원석 대표는 “딜리버리랩은 투자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 좋은 숫자만 제시하기보다, 산정 기준과 거래 배경, 검증 가능 범위까지 밝히겠다”며, “성과뿐만 아니라 비용과 한계까지 공유해야 차기 성장 계획도 신뢰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딜리버리랩은 거점별 비용을 세분화해 ‘공헌이익’ 단위로 거점 경제성을 관리한다. 공헌이익은 매출에서 물류비·센터운영비·판매수수료 등 변동비를 차감한 수치다. 매출 증대와 함께 변동비가 동반 상승하면 외형 성장에도 내실은 악화된다. 이원석 대표는 “기업마다 공헌이익 산정 기준이 상이한 만큼, 산정 범위와 변동비 항목을 명확히 제시해야 진위성을 검증할 수 있다”며, “최근 공헌이익 손익분기점(BEP) 달성을 발표하는 스타트업이 늘어난 만큼, 산정 기준을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딜리버리랩은 내부 관리 기준에 따라 물류·판매 관련 변동비뿐 아니라 센터 운영비까지 차감해 공헌이익을 산정한다”며, “거점을 실제로 운영하는 데 필요한 비용까지 반영한 뒤, 해당 거점이 얼마의 이익을 남기는지 평가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센터 운영비를 고정적으로 감수해야 할 지출로만 보지 않고, 주문밀도와 운영 효율을 높여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할 대상으로 관리한다는 경영 철학이 담겨 있다.
딜리버리랩은 2024년 공헌이익 BEP를 달성한 데 이어, 2025년 공헌이익률 개선과 함께 연 매출 성장률 41.5%를 기록했다. 2026년에도 성장 기조를 유지하며 공헌이익률을 추가 개선할 계획이다. 다만 공헌이익 개선이 곧 전사 영업흑자를 의미하지는 않는 만큼, 거점 단위 이익을 전사 손익 개선으로 연계하는 것이 과제다. 2027년에는 전체 회계연도 기준 전사 BEP를 달성한다는 구상이다.
한편, 운영 데이터 확보와 데이터의 신뢰성 검증은 별개의 과제다. 오더히어로는 주문 데이터와 실제 출고·배송·정산 자료를 대조하고, 회계 및 금융 입출금 내역과 교차 검증해 거래 실재성을 입증한다. 취소, 반품, 미수금 등으로 발생하는 장부상 차이까지 합리적으로 해명하는 내부 통제 절차를 정립했다. 또한 그는 “개별 거점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본사 운영비와 투자 지출을 포함한 전사 손익 및 현금흐름을 종합 평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술은 ‘도입’이 아니라 ‘변화’로 말해야
딜리버리랩은 물류 운영 전반에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 왔다. 디지털 피킹 자동화 기술을 도입해 MFC 물류 생산성을 약 3.8배 높이고, 피킹 오류율은 96.3%, 배송원가율은 7.6% 줄였다.
최근에는 배송 완료 사진을 활용한 AI 품질 검수 체계를 구상하고 있다. 배송기사가 촬영한 사진을 주문정보, 매장별 지정 인수 장소 안내, 기존 정상 배송 사진과 대조해 재확인이 필요한 건을 선별하는 방식이다. 사진을 단순한 배송 완료 증빙으로 보관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과 약속한 방식대로 배송됐는지 확인하는 운영 데이터로 활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예컨대, 후문 오른쪽 선반에 상품을 놓아달라고 요청한 매장에서 평소와 다른 출입구에 적치된 것으로 보이거나, 사진 속 배송 라벨의 매장명이 주문정보와 다르게 인식되면 AI가 해당 건을 확인 대상으로 표시한다. 사진이 흐려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추가 확인을 요청하도록 설계할 수 있다. AI가 이상 징후를 먼저 선별하고, 배송기사나 운영 담당자가 최종 확인하는 구조로, 고객 문의가 접수되기 전에 배송 오류를 발견하고 조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원석 대표는 “매장마다 상품을 받는 장소와 요청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이런 정보가 특정 배송기사의 경험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사진과 주문정보를 연결해 누구나 같은 기준으로 배송 품질을 확인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고 있다”며, “AI의 역할은 배송 사진을 대신 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다시 확인해야 할 상황을 먼저 찾아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반복적인 검수 부담과 재배송을 줄이고, 담당자가 바뀌더라도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는 방향을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원석 대표는 기술 도입 자체보다 이를 사업적 성과로 입증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특정 공정의 생산성이 향상되더라도 다른 공정에서 병목이 생기거나 시스템 운영비가 증가하면 전사 수익성 개선 효과가 반감되기 때문이다. 그는 “기술의 가치는 얼마나 도입했느냐가 아니라 작업 시간을 단축해 번거로움을 줄이고, 고객의 구매 편의, 공급의 안정성, 사업 수익성을 개선했는지로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장의 선순환 구조 지향…지속 성장 증명할 것
딜리버리랩은 기존 거점의 경제성을 개선하고, 새로운 지역을 발굴해 그 경제성이 재현되는지 확인하며, 사업 영역을 전국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이원석 대표는 “진정한 성장은 단순 규모 확장이 아닌, 설계한 수익 구조를 숫자로 하나씩 입증해 나가는 과정”이라며, “이는 외형 확대를 멈추겠다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를 확충하는 과정에서 경제성이 개선되는지를 검증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딜리버리랩이 지향하는 성장 공식은 선순환 구조다. 외식업자의 구매 불편을 해소해 재주문을 늘리고, 상권 내 주문이 밀집되면 운영 효율이 향상된다. 여기서 확보한 효율을 가격과 서비스 품질로 환원하면 고객 단골화가 촉진된다. 이 선순환 구조를 객관적인 고객 및 거점별 성과 지표로 끊임없이 입증하겠다는 게 딜리버리랩의 목표다.
이원석 대표는 “스타트업의 미래를 모두 증명한 뒤 투자받을 수는 없다. 다만 이미 이룬 성과와 앞으로 검증할 가설은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며, “딜리버리랩도 현재의 성과와 남은 과제는 정확하게 설명하고, 투자 이후에는 고객의 반복 구매와 거점 경제성을 새로운 지역에서도 재현하는 것으로 다음 성장을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IT동아 김예지 기자 (yj@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