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경쟁 기준이 주행 성능에서 차량 내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와 사용자 경험으로 확대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으로 운전 부담이 줄어들면서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소비와 휴식, 건강관리까지 지원하는 생활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종합커뮤니케이션그룹 KPR(사장 김강진) 부설 KPR 인사이트연구소는 자율주행, 인카페이먼트, 초개인화, 헬스케어 등 모빌리티 관련 온라인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자동차와 소프트웨어·인공지능(AI)·센서 기술의 결합이 차량 이용 경험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과 자율주행 기술의 확산이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ADAS와 자율주행 시스템이 적용된 차량 비율은 2025년 66%에서 2035년 94%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운전에 필요한 시간과 주의가 줄어들수록 탑승자가 차 안에서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와 서비스의 중요성도 커진다. 이에 따라 자동차 제조사들은 기존의 주행 성능과 안전 기술뿐 아니라 결제, 개인 맞춤형 환경, 건강관리 등 차량 내부의 기능을 확대하고 있다.
차량에서 주문부터 결제까지…일상 소비로 확대되는 인카페이먼트
차량 내 서비스 가운데 빠르게 변화하는 분야는 결제 기능이다. 인카페이먼트(In-Car Payment)는 자동차 내부에서 상품이나 서비스를 주문하고 결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술로, 주유비와 주차비 등 차량 운행과 관련된 결제를 넘어 일상 소비 영역으로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인카페이먼트 주요 감성어 및 연관어
KPR 인사이트연구소의 빅데이터 분석 결과, 인카페이먼트 관련 연관어로는 '편의', '스마트'가 나타났으며, 감성어에서는 '고급', '쾌적' 등이 확인됐다. 차량 내 결제가 단순한 결제 수단을 넘어 이용 편의성과 차량 경험을 구성하는 요소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자동차 제조사들은 외부 서비스와 차량 시스템을 연결하는 기능을 도입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차량 화면이나 음성 명령으로 스타벅스 음료를 주문하고 결제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르노코리아는 차량에서 CU 편의점 상품을 주문한 뒤 매장 앞에서 받아 갈 수 있는 '드라이브 픽'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차량에 탑승한 상태에서 주문과 결제를 처리할 수 있어 별도의 모바일 기기를 조작하거나 매장에서 결제하는 과정을 줄일 수 있다.
관련 시장의 성장 전망도 제시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인카페이먼트 시장이 2030년대 중반 약 23조~41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운전자 넘어 가족과 반려동물까지…개인 맞춤형 차량 환경 확대
차량의 개인화 기능 역시 운전자 중심에서 동승자와 반려동물 등 생활 단위로 확대되는 추세다. 단순히 운전자의 시트 위치나 주행 환경을 저장하는 수준을 넘어 차량에 탑승한 사람과 반려동물의 상태까지 고려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제네시스는 지문 인증을 활용해 운전자별 시트, 미러,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내비게이션 설정을 자동으로 불러오는 기능을 제공한다. 운전자가 바뀔 때마다 각종 설정을 다시 조작할 필요 없이 개인에게 맞는 운전 환경을 구현할 수 있다.
볼보 EX90은 레이더 센서를 이용해 차량 내부에 남아 있는 사람이나 반려동물을 감지한다. 차량 내 센싱 기술을 활용해 탑승자의 존재를 확인하고 안전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반려동물과 함께 차량을 이용하는 소비자를 위한 기능도 등장했다.
현대자동차·기아의 '펫 모드'는 반려동물을 차량에 두고 잠시 자리를 비울 때 실내 온도를 유지하도록 지원하는 기능이다. KPR의 소비자 반응 분석에서는 해당 기능에 대한 긍정률이 93%를 기록했다.
이처럼 개인화 기술은 운전 편의성을 높이는 기능에서 가족과 반려동물의 생활 환경까지 고려하는 서비스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자동차 펫 모드 긍부정률 및 소비자반응
운전자 건강 상태 감지하고 피로 관리…헬스케어 기능도 진화
차량 내부의 센싱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운전자의 신체 상태와 감정까지 관리하는 기능도 확대되고 있다.
LG전자의 '인캐빈 센싱(In-Cabin Sensing)'은 카메라와 AI를 활용해 운전자의 시선과 표정, 심박수 등을 분석하고 졸음이나 건강 이상 징후를 감지하는 기술이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는 운전자가 정상적으로 운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되면 차량을 스스로 정차시키고 긴급 구조를 연결하는 기능을 선보였다. 운전자의 상태를 감지하는 기술을 차량 제어 및 안전 기능과 연계한 사례다.
건강 이상을 감지하는 기능뿐 아니라 탑승자의 피로와 기분을 고려한 실내 환경 조절 기술도 적용되고 있다.
제네시스의 '무드 큐레이터'와 메르세데스-벤츠의 '에너자이징 컴포트'는 조명과 음악, 향기, 시트 등을 통합적으로 조절해 탑승자의 상태에 맞는 실내 환경을 제공한다.
자동차가 이동 과정에서 탑승자의 상태를 감지하고, 이에 맞춰 실내 환경을 조절하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차량 데이터 활용 확대…개인정보 보호와 신뢰 확보도 과제
자동차의 생활 플랫폼화가 진행되면서 데이터 활용과 개인정보 보호도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차량이 이동 경로와 결제 내역뿐 아니라 운전자의 생체정보까지 처리하게 되면서 다양한 서비스 간 데이터 연계와 보호 체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소프트웨어와 AI 기반 서비스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의 수집 및 활용 범위, 데이터 보호 기준 등을 소비자에게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KPR에서 기업·기관의 전략 커뮤니케이션을 총괄하는 신명희 부문장은 "자동차가 이동 경로와 결제 내역, 생체정보까지 다루게 되면서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활용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모빌리티 산업의 새로운 경쟁 조건이 되고 있다"며 "기술 고도화와 함께 관련 제도와 기준을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알리는 소통이 병행될 때, 새로운 차량 경험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현수 기자/news@newsta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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