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서 고속열차로 약 1시간. 나폴리 중앙역에 도착해 피자로 배를 채운 뒤 스파카나폴리와 비아 데이 트리부날리를 걷는다. 오래된 성당과 공방, 젤라토 가게를 지나 항구의 베수비오산까지 만나는 나폴리 당일치기 코스다.
■로마 테르미니에서 나폴리 중앙역까지
이딸로 & 트렌이탈리아
로마에서 나폴리까지 가는 길은 걱정할 게 없다. 두 철도 회사를 합쳐 50여 회가 넘게 운행하니 본인의 일정에 맞춰 여유롭게 이동하면 된다. 소요 시간은 빠른 건 단 56분 만에 나폴리에 도착하고, 평균적으로 1시간 10~20분 사이다. 해당 노선의 표 가격은 3개월 전 예약 기준으로 대략 편도 14.9유로(약 2만5,000원)부터다.
■나폴리에 도착했다면 피자부터
150년 넘게 지켜온 단순함, 안티카 피제리아 다 미켈레
나폴리 중앙역에서 구시가지로 향하기 전, 가장 먼저 피자를 맛보고 싶다면 안티카 피제리아 다 미켈레(L’Antica Pizzeria da Michele)가 적당하다. 1870년 시작된 나폴리의 상징적인 피자집으로, 중앙역에서 걸어갈 수 있는 비아 체사레 세르살레에 자리한다. 메뉴는 마리나라(6.5유로)와 마르게리타(6.5유로)를 중심으로 단출하다. 부드럽고 얇은 도우에 토마토와 치즈, 바질을 올린 정직한 한 판이 오랜 역사를 설명한다. 대기 줄이 꽤 긴 상황이 많으므로 당일치기라면 조금 이른 시간에 방문하는 편이 좋다.
전통 위에 새로운 맛을 쌓다, 10 디에고 비탈리아노 피제리아 산타 루치아
클래식한 피자와 셰프의 독창적인 메뉴를 함께 경험하고 싶다면 10 디에고 비탈리아노 피제리아 산타 루치아점(10 Diego Vitagliano Pizzeria Santa Lucia)을 선택하자. 마리나라와 마르게리타, 튀긴 도우를 활용한 몬타나라, 칼초네 같은 전통 메뉴를 기본으로 마르게리타와 마리나라의 특징을 조합한 ‘마르게리나라’, 라구를 활용한 피자 등 현대적인 변주도 선보인다. 산타 루치아 거리 안쪽에 있어 항구 산책과 연계하면 훌륭한 코스가 된다.
■나폴리의 심장을 가로지르다
스파카나폴리 & 비아 데이 트리부날리
나폴리 중앙역에서 걸어 역사 지구로 들어서면 스파카나폴리(Spaccanapoli)와 비아 데이 트리부날리(Via dei Tribunali)가 도시를 동서로 가로지른다. 스파카나폴리는 하나의 정식 도로명이 아니라, 지도를 펼쳤을 때 도시를 반듯하게 쪼개는 것처럼 보이는 옛길을 부르는 이름이다. 산 비아조 데이 리브라이 거리 등이 이 길을 구성한다. 그 북쪽의 비아 데이 트리부날리는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의 중심도로였던 데쿠마노 마조레(Decumano Maggiore)의 흐름을 대부분 이어간다.
두 길 사이는 프레세페 공방으로 유명한 산 그레고리오 아르메노 거리(Via S. Gregorio Armeno)가 연결한다. 모든 거리는 성당과 오래된 건물, 피자집, 길거리 음식점, 공예품점이 촘촘하게 이어져 있고 성인 그림과 마라도나 벽화가 한 풍경 안에 섞인다.
목적지를 향해 빠르게 걷기보다 골목 사이로 방향을 바꾸며 나폴리의 생활을 구경하는 편이 재미있다. 다만 보행자와 스쿠터가 좁은 길을 함께 이용하므로 사진을 찍을 때도 주변을 잘 살펴야 한다.
*프레세페 공방 : 예수 탄생의 구유 장면인 '프레세페(Presepe)' 장식과 정교한 테라코타 인형을 손수 제작하는 나폴리의 전통 공방
Editor’s Pick in Spaccanapoli & Via dei Tribunali
나폴리의 믿음이 모이는 곳
나폴리 대성당
비아 데이 트리부날리를 걷다가 비아 두오모로 방향을 틀면 나폴리 대성당이 나타난다. 산타 마리아 아순타에게 봉헌된 성당이자, 나폴리의 수호성인 산 젠나로의 유물과 피를 보관한 도시 신앙의 중심이다. 성당 내부뿐 아니라 산타 레스티투타 대성당과 산 조반니 인 폰테 세례당도 함께 둘러볼 만하다. 기본 관람은 무료이며, 약 40m 높이에서 돔과 구시가지를 보는 ‘500 Cupole’ 옥상 체험(6유로)도 경험할 수 있다.
나폴리를 한 장의 그림으로
더 나폴리타너-나폴리 일루스트라타
더 나폴리타너-나폴리 일루스트라타(The Napolitaner-Napoli Illustrata)는 잡지 표지를 연상시키는 감각적인 일러스트로 나폴리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프로젝트다. 이곳에서는 작품을 인쇄한 포스터와 엽서, 티셔츠, 가방, 퍼즐 등을 구경하고, 구매할 수 있다. 피자와 빨래, 베수비오산, 마라도나처럼 익숙한 나폴리의 이미지를 재치 있게 재해석해 전형적인 관광 기념품과는 다른 선물을 찾을 때 특히 유용하다.
나폴리를 느끼며 잠시 쉬어가기
젠나리노 1963
구시가지의 소리와 인파를 구경하며 느긋하게 쉬고 싶다면 젠나리노 1963(Gennarino1963)의 야외 좌석이 제격이다. 카페와 젤라테리아를 겸하는 캐주얼한 공간으로 에스프레소와 젤라토부터 맥주, 페이스트리와 간단한 먹거리까지 폭넓게 갖췄다. 거창하게 식사하기보다 시원한 맥주나 젤라토를 주문해 거리를 구경하기 좋은 곳이다. 노천 테이블에 앉아 오가는 사람을 바라보는 시간도 나폴리 도보 여행의 일부가 된다.
1840년부터 이어진 손끝
프라텔리 카푸아노 달 1840
1840년부터 이어진 가족 공방 프라텔리 카푸아노 달 1840(Fratelli Capuano dal 1840)을 찾아보자. 나폴리의 크리스마스 전통인 프레세페, 즉 예수 탄생 장면을 구성하는 인형과 건축물, 생활 소품을 손으로 만들고 채색한다. 종교적인 인물뿐 아니라 상인과 요리사, 음악가처럼 나폴리의 일상을 닮은 작은 인형도 있어 공방 자체가 하나의 미니어처 박물관처럼 느껴진다.
고추와 도둑의 정체
나폴리 기념품
기념품점에서 쉽게 보이는 붉은 고추 모양은 사실 ‘코르니첼로(Cornicello)’다. 단단하고 구부러진 붉은 뿔 모양으로 액운을 막고 행운을 부른다고 믿는 나폴리의 부적이다. 검은 가면을 쓰고 도둑처럼 보이는 캐릭터는 풀치넬라(Pulcinella). 흰옷과 검은 반가면이 특징인 나폴리 전통 희극의 주인공으로, 고단한 현실을 재치와 웃음으로 헤쳐 나가는 서민을 상징한다. 자석과 가면, 작은 인형 형태라 부담 없는 기념품으로도 좋다.
나폴리+
항구에서 완성하는 당일치기
구시가지 산책을 마쳤다면 무니치피오역(Municipio) 방향으로 이동해 나폴리항까지 여행을 이어가면 좋겠다. 역 주변에는 누오보성과 유서 깊은 극장이 모여 있고, 항구에서는 푸른 나폴리만 너머로 베수비오산을 볼 수 있다.
또 푸니쿨라(또는 지하철)를 타고 보메로 언덕의 산텔모성(Castel Sant'Elmo)까지 올라가야 한다. 항구와 구시가지, 베수비오산이 한꺼번에 펼쳐지는 풍경은 나폴리 당일치기의 강렬한 마지막 장면이 되니 말이다.
나폴리 필수 스폿
ㆍ나폴리항 : 푸른 나폴리만과 베수비오산이 한 프레임에 들어오는 바다 전망 포인트.
ㆍ무니치피오역 : 고대 항구 유적과 현대 건축이 겹쳐진 나폴리의 ‘예술 지하철역’.
ㆍ누오보성 : 다섯 개 원형 탑과 흰 대리석 개선문으로 항구를 지켜온 나폴리의 요새.
ㆍ메르카단테 극장 : 1777~1778년에 ‘테아트로 델 폰도(Teatro del Fondo)’로 태어난 유서 깊은 국립극장.
ㆍ산텔모성 : 바다와 구시가지, 베수비오산을 360도로 굽어보는 나폴리 최고의 전망대.
글·사진 이성균 기자 sage@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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