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김동진 기자] 1986년 1세대 출시 이후 40년 동안 국내 준대형 세단 시장을 대표해 온 현대자동차 그랜저가 올해 부분변경을 거쳤다. 지난 5월 출시된 '더 뉴 그랜저'는 기존 7세대의 디자인을 다듬는 동시에 현대차 최초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플레오스 커넥트(Pleos Connect)'를 적용하는 등 상품성을 높였다.
파워트레인은 2.5리터 가솔린과 3.5리터 가솔린, 1.6리터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 3.5리터 LPG 등 네 종류다. 이 가운데 3.5리터 LPG 모델을 타고 총 86.7km를 주행했다. 높은 연료효율을 앞세운 하이브리드와 달리 LPG 모델은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의 부드러운 주행감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연료비의 장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존 비율 살리고 디테일 다듬은 외관
더 뉴 그랜저는 기존 모델의 전체적인 비율을 유지하면서 선과 면을 정교하게 다듬어 출시됐다.
전면부에서는 기존보다 15mm 길어진 프론트 오버행을 바탕으로 '샤크 노즈(Shark Nose)' 형상을 강조했다. 여기에 베젤리스 타입으로 얇고 길어진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와 슬림한 헤드램프를 조합했다. 수평으로 길게 이어진 조명이 차체를 더욱 넓어 보이게 하면서 안정적인 인상을 만든다.
측면에서는 긴 차체와 휠베이스가 만드는 그랜저 특유의 비례가 돋보인다. 방향지시등을 펜더 가니시에 넣어 전면에서 측면으로 이어지는 조명의 흐름을 만들었고, 현대차 세단 최초로 돌출형 샤크핀 안테나 대신 히든 타입 안테나를 적용했다. 지붕 위로 튀어나온 구조물을 없애면서 루프라인도 한층 깔끔해졌다.
후면 역시 과도한 변화보다는 정돈에 초점을 맞췄다. 전체적으로 기존 그랜저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세부 요소를 다듬어 부분변경 모델다운 완성도를 보여준다.
17인치 대화면과 플레오스 커넥트로 달라진 실내
실내에서는 외관보다 변화가 크게 체감된다. 대시보드 중앙에 자리 잡은 17인치 대형 디스플레이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여기에 현대차 최초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플레오스 커넥트를 적용했다. 대형 화면을 활용해 내비게이션과 미디어, 차량 기능 등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운전자 전방에는 차속과 변속단, 경로 등 주행에 필요한 정보를 표시하는 별도의 슬림 디스플레이를 배치해 주행 중 시선 이동도 줄였다.
전체적인 실내는 기존 그랜저가 강조해온 '프리미엄 라운지'의 성격을 이어간다. 화려하게 운전자를 자극하기보다 넓은 공간과 편안한 시트, 수평적인 구성을 통해 운전자뿐만 아니라 동승자가 오래 머물러도 부담 없는 분위기를 만든다.
트렁크 아래 들어간 LPG 탱크…공간 활용성 높였다
LPG 모델만의 특징은 트렁크 아래에 숨어 있다.
과거 LPG 승용차는 트렁크 내부에 커다란 원통형 연료탱크를 설치해 적재공간 상당 부분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더 뉴 그랜저 LPG는 원형의 이른바 '도넛형' LPG 탱크를 트렁크 바닥 아래 배치했다. 연료탱크 용량은 80% 충전 기준 71L다.
덕분에 트렁크를 열었을 때 커다란 연료통이 공간을 차지하지 않는다. 다만 LPG 탱크가 사라진 것은 아니어서 적재공간에는 차이가 있다. 트렁크 용량은 LPG 모델이 320L로 가솔린 모델의 480L보다 작다. 과거 LPG 세단보다 공간 활용성을 개선했지만, 부피가 큰 짐을 자주 싣는 소비자라면 고려할 부분이다.
V6 3.5 자연흡기의 여유…강렬하기보다 부드럽다
도로에 나서면 LPG 모델의 성격은 더욱 분명해진다.
더 뉴 그랜저 LPG에는 배기량 3470cc의 V6 3.5리터 자연흡기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된다. 최고출력 240마력, 최대토크 32.0kgf·m를 발휘한다. 같은 배기량의 3.5 가솔린 모델이 최고출력 300마력을 내는 것과 비교하면 절대적인 성능은 낮다.
하지만 실제 주행에서는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보다 부드럽다는 인상이 먼저 다가왔다. 터보차저를 사용하지 않는 V6 3.5리터 자연흡기 엔진은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 힘이 특정 구간에서 갑작스럽게 몰리기보다, 엔진 회전수가 높아지면서 비교적 매끄럽게 속도를 붙였다.
특히 정차 상태에서 출발해 도심 제한속도까지 가속하는 과정이 매끄럽다. 8단 자동변속기도 변속 충격을 억제하면서 차분하게 단수를 바꾼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240마력의 힘으로 충분히 속도를 끌어올리지만 운전자를 강하게 밀어붙이는 성격은 아니다.
승차감도 이러한 성격과 잘 어울린다. 현대차는 부분변경 과정에서 서스펜션에 유압제어 리바운드 스토퍼를 적용해 노면에서 전달되는 충격을 완화했다. 여기에 고속도로 주행 보조(HDA) 작동 중 가감속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차체의 상하 움직임을 전·후 감쇠력 제어로 억제하는 고속도로 바디 모션 제어(HBC)를 새롭게 적용했다. 실제 주행에서도 노면 충격을 부드럽게 걸러내는 편안한 승차감이 인상적이었다.
86.7km 달려보니 5.5km/L 기록…낮은 연비, 저렴한 LPG 가격으로 상쇄
이번 시승에서는 도심과 자동차전용도로 등을 포함해 총 86.7km를 주행했다. 주행을 마친 뒤 계기판에 표시된 평균연비는 5.5km/L였다.
더 뉴 그랜저 LPG 3.5의 공인 복합연비는 18인치 휠 기준 7.7km/L다. 이번에 기록한 5.5km/L는 공인 복합연비보다 2.2km/L 낮았다. 다만 86.7km라는 비교적 짧은 거리에서 얻은 결과이고 도심 정체와 공회전, 가속 빈도 등에 따라 연비가 달라지는 만큼, 이를 일반적인 실연비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연비 수치만 보면, LPG 모델의 경제성이 크게 와닿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 지불하는 연료비까지 계산하면 평가가 달라진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9월 30일 기준 전국 평균 LPG 가격은 리터당 1098원이다. 이번 시승에서 기록한 5.5km/L를 적용하면, 86.7km를 달리는 데 약 15.8L의 LPG를 사용한 셈이다. LPG 가격인 리터당 1098원을 적용하면, 연료비는 약 1만7300원이다. 같은 연비가 유지된다고 가정할 경우, 100km를 이동하는 데 드는 연료비는 약 2만원이다.
LPG는 휘발유보다 리터당 주행거리가 짧은 대신 연료 자체의 가격이 저렴하다는 특징이 있다. 같은 9월 30일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858원으로, LPG 가격 1098원은 휘발유의 약 59% 수준이다. 따라서 LPG 차량의 경제성을 판단할 때는 km/L로 표시되는 연비뿐 아니라 실제 이동에 얼마를 지출하는지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연간 1만5000km 탄다면 LPG 유류비 약 214만원
장기간 운행했을 때의 경제성을 비교하면, LPG 모델의 특징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파워트레인별 경제성을 같은 조건에서 비교하기 위해 18인치 휠 기준 공인 복합연비와 9월 30일 전국 평균 연료가격을 적용했다. 연간 주행거리는 1만5000km, 차량 가격은 프리미엄 트림 기준이다.
※ 연료단가는 9월 30일 전국 평균 가격. 연간 유류비는 연간 1만5000km 주행 및 18인치 휠 기준 공인 복합연비를 적용해 계산. 5년간 경제성은 차량가격과 5년간 유류비를 합산한 값.
3.5 LPG 모델의 공인 복합연비는 7.7km/L로 3.5 가솔린의 10.0km/L보다 낮다. 하지만 LPG 가격이 휘발유의 약 59%에 불과해 연간 유류비에서는 상황이 역전된다. 연간 1만5000km를 주행한다고 가정하면 LPG 모델의 유류비는 약 214만원으로, 가솔린 모델의 약 279만원보다 연간 약 65만원 적다.
차량 가격도 LPG 모델이 낮다. 프리미엄 트림 기준 LPG 3.5는 4331만원으로 3.5 가솔린(4429만원)보다 98만원 저렴하다. 차량 가격과 5년간 유류비를 합산하면, LPG 모델은 약 5400만원, 가솔린은 약 5823만원으로 차이가 약 423만원까지 벌어진다.
하이브리드와 비교하면 경제성의 구조가 다르다. 1.6 하이브리드는 복합연비가 18.4km/L에 달해 연간 유류비가 약 151만원으로 LPG보다 낮다. 반면 프리미엄 트림 가격은 4864만원으로 LPG보다 533만원 높다. 차량 가격과 5년간 유류비를 합산하면 하이브리드는 약 5621만원으로, LPG 모델이 약 221만원 낮다.
따라서 9월 30일 연료가격과 연간 1만5000km 주행, 프리미엄 트림이라는 조건을 적용하면 LPG 3.5가 세 파워트레인 가운데 5년간 총비용이 가장 낮다. 다만 향후 휘발유와 LPG 가격 변화, 실제 주행거리와 연비 등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연비보다 총비용에서 드러나는 LPG의 경쟁력
더 뉴 그랜저 LPG 3.5는 높은 연비를 앞세우는 차가 아니다. 기자가 실제 86.7km를 주행하며 확인한 평균연비도 5.5km/L에 그쳤다. 공인 복합연비 역시 7.7km/L로 하이브리드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LPG 모델의 경제성이 살아나는 이유는 낮은 연료 가격과 차량 구매가격에 있다. 9월 30일 기준 LPG 가격은 휘발유의 약 59% 수준이고, 차량 가격 역시 동급 3.5 가솔린보다 98만원 낮다. 높은 연비가 아니라 낮은 연료단가와 초기 구매비용으로 총비용을 낮추는 방식이다.
여기에 V6 3.5리터 자연흡기 엔진의 부드러운 주행감도 그랜저의 성격과 잘 어울렸다. 강한 가속 성능이나 높은 연비가 최우선이라면, 각각 3.5 가솔린과 하이브리드라는 선택지가 있다. 반면 그랜저 특유의 안락한 승차감과 V6 자연흡기 엔진의 여유를 누리면서 구매비와 유류비 부담까지 함께 고려한다면 LPG 3.5의 존재 이유는 분명하다.
이번 시승에서 기록한 5.5km/L라는 숫자만 보면 경제적인 자동차라는 인상을 받기 어렵지만, 실제 연료비와 차량 가격까지 계산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더 뉴 그랜저 LPG 3.5는 연비 경쟁 대신 낮은 연료단가와 구매가격을 앞세워 실질적인 경제성을 확보한 차량이었다. 성능이나 연비 수치보다 편안함과 향후 총비용을 중시하는 소비자라면, 더 뉴 그랜저 LPG는 충분히 검토할 만한 선택지다.
IT동아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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