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발전 덕분에 1인 혹은 소규모 개발팀의 작품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기존에는 기획, 프로그래밍, 아트, 사운드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야 게임이 개발될 수 있었지만, 요즘은 부족한 부분을 AI가 대신 채워줘서, 매력적인 아이디어가 있으면 소규모 팀에서도 완성도 높은 게임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올해 말 출시를 앞두고 있는 팬시스퀘어의 인디 게임 ‘미카엘 테스트’도 그런 게임이다. 죽기 직전에 다시 한번 기회를 얻은 주인공이 위태롭게 줄에 매달려서 명화 속 소리를 듣고 진실을 찾아내는 독특한 컨셉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이 게임은, 1인 개발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완성도로 기대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1인 개발사라고 들었습니다. 회사 소개 부탁드립니다
팬시스퀘어(FancySquare)는 ‘상상에 새로운 상상을 더하다’, 말 그대로 ‘상상 그 이상의 상상’을 담고 싶다는 의미에서 만든 인디게임 개발사입니다. 처음에는 동생과 함께 게임 개발을 시작했니다만, 당시 진행했던 프로젝트의 결과가 기대만큼 좋지 못해 동생은 다른 개발을 시작하면서 현재는 혼자 개발을 하게 됐습니다.
어릴 때부터 게임을 정말 좋아하고 많이 즐기며 자란 세대인데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동생과 함께 게임을 하며 보냈던 시간들이 제가 지금까지 게임을 만들고 있는 데에 큰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제 기억 속에서 게임과 함께했던 시간들은 대부분 기분 좋고 따뜻한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언젠가 제가 만든 게임이 누군가의 기억 속에 오래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플레이한 시간이 즐거운 기억으로 남을 수 있는, 그런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팬시스퀘어가 추구하는 방향과 목표입니다.
명화 속에 감춰진 진실을 소리를 통해 찾아낸다는 컨셉이 상당히 독특합니다. 이런 컨셉을 떠올리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을까요?
네덜란드 출신 플랑드르파의 대표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칠죄종과 최후의 네 가지' 를 본 것이 시작점이었습니다. 이 그림에는 인간의 욕망, 죄, 그리고 뒤에 숨겨진 여러 이야기가 함께 담겨 있다는 점이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그래서 명화들을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게 됐는데, 인간의 내면에 있는 본능이나 욕망, 죄와 같은 것들이 굉장히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재미있었던 점은 같은 그림을 보고 있어도 사람마다 전혀 다르게 해석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보는 사람의 경험이나 기억에 따라 그림의 어떤 장면을 평온하게 볼 수도 있고, 같은 장면에서 다른 이는 불안함이나 의심을 느끼기도 합니다. 인물의 표정 하나를 두고도 서로 다른 이야기를 상상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어느 순간 ‘그림을 해석하는 것 자체를 게임의 장치로 만들면 재미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고전 회화를 자세히 보다 보니 그림 속 사물들도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백합이나 포도, 거울, 해골, 동물 같은 오브젝트 하나에도 작품의 시대와 맥락에 따라 순결이나 죽음, 허영, 충실함 등 여러 의미가 담겨 있었습니다.
저는 플레이어 역시 그림을 처음 봤을 때 표면적으로 보이는 상황만으로 쉽게 결론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이런 작은 요소들과 인물의 행동, 상황을 조금 더 깊게 바라보도록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고민이 생겼습니다. 움직이지 않는 평면의 그림이 플레이어에게 어떤 단서를 줄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는데요. 그림은 결국 한순간을 멈춰 보여줄 뿐이니까요. 그래서 눈으로 볼 수 없는 정보를 소리로 들려주면 어떨까 생각하게되었고, 그 과정에서 바이노럴 사운드를 활용하게 됐습니다. 사람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소리가 어느 방향에서, 얼마나 떨어진 곳에서 들려오는지까지 단서로 만들면, 플레이어가 단순히 그림 앞에서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마치 그림 속 공간에 들어가 그 순간을 직접 경험하고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처음 그림을 봤을 때 내렸던 판단이 소리와 여러 단서를 하나씩 따라가면서 ‘내가 처음 본 것이 전부가 아니었구나’라고 느끼고, 단순해 보였던 죄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진실에 도달하는 순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미카엘 테스트라는 제목도 인상적입니다. 그림 속에 감춰진 칠죄종을 찾아내는 것은 게임 목적인데, 미카엘은 왜 주인공에게 이런 숙제를 내는 것일까요?
성경에서 미카엘은 악마와 맞서 싸우는 대천사로 등장합니다. 요한계시록 12장에서는 미카엘과 그의 천사들이 용, 즉 사탄과 싸우는 장면이 나오고, 사탄은 인간의 죄를 하나님 앞에서 고발하는 ‘참소자’로 묘사됩니다. 이런 미카엘과 악마의 대립 구도가 마이클 테스트의 세계관과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게임의 주인공은 자신의 잘못된 선택과 죄로 인해 지옥의 문 앞에 서게 된 영혼입니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대천사 미카엘이 그에게 한 번의 기회를 주려고 합니다. 반대로 악마는 과연 이 영혼에게 그런 기회를 줄 자격이 있는지를 의심하고, 그렇다면 직접 시험해보자는 식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래서 주인공에게 주어지는 것이 그림 속에 오래전부터 감춰져 있던 죄와 진실을 찾아내는 시험입니다. 타인의 행동 속에 감춰진 죄를 알아보고, 겉으로 보이는 모습 너머의 진실까지 바라볼 수 있는 영혼인지 확인하는 것이죠. 쉽게 말하면 플레이어의 추리력과 함께, 그림 속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 안에 감춰진 죄가 무엇인지 판단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미카엘이 왜 주인공에게 이런 기회를 주는지, 그리고 이 시험의 끝에서 무엇을 만나게 되는지는 스포일러가 될 것 같습니다. 제목인 ‘Michael Test’ 역시 말 그대로 ‘미카엘이 내는 시험’, 즉 ‘미카엘의 시험’이라는 의미에서 붙인 이름입니다.
게임 초반부터 종반부까지 계속 타고 올라가야 하는 로프 역시 주인공의 마지막 선택으로 인해 만들어진 결과를 상징하는 오브제입니다. 동시에 삶과 죽음의 경계를 표현하기 위한 장치이기도 합니다.
게임 속에 등장하는 그림들은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셨나요?
그림의 유명세는 기준으로 두지 않았습니다. 먼저 칠죄종이라는 큰 틀 안에서, 단순히 죄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전형적인 이야기보다는 플레이어의 첫인상과 실제 진실 사이에 간극이 생길 수 있도록 풍자와 반전, 예상 밖의 인간관계를 담은 40개의 사건을 먼저 구상했습니다.
그다음 그 사건을 표현하기에 적합한 퍼블릭 도메인 작품들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인물의 표정이나 시선, 손동작, 인물들 사이의 배치처럼 사건을 상상할 수 있는 요소가 충분한지, 그리고 소리를 더했을 때 그림에 보이지 않는 앞뒤 상황까지 자연스럽게 확장할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봤습니다.
그래서 잘 알려진 작품인지 아닌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처음 보는 그림이라도 제가 만들어놓은 사건과 잘 맞고, 플레이어가 그 안에서 여러 가지를 의심하고 해석할 수 있는 내용의 그림이면 됬습니다. 물론 후보군으로 먼저 두고 추려나갔습니다. 다만 40개의 사건을 모두 기존 회화만으로 맞추다 보니 아무리 찾아도 상황에 적합한 작품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있었는데요. 그런 경우에는 AI를 활용해 장면을 구성했습니다.
1인 개발이라서 AI 활용이 매우 중요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식으로 활용하셨나요?
AI는 개발 과정에서 필요한 부분에 제작 도구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사건과 정확히 맞는 그림이 없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그런 장면은 먼저 사건의 배경과 상황을 스케치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AI를 활용해 이미지를 제작하거나 기존 그림에 필요한 요소를 더해 완성했습니다.
게임 속 음성에도 AI를 활용했고, 번역 과정에서도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음성의 경우에는 현재 펀딩도 진행하고 있어서, 여건이 마련된다면 실제 성우 녹음을 통해 더 좋은 결과물로 정식버전 릴리즈하고 싶습니다.
고전 회화를 움직이는 연출에서도 AI를 가이드로 활용했습니다. 고전 그림이다 보니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활용했고, 실제 게임에 들어가는 애니메이션 프레임은 직접 하나씩 편집하고 조정해서 완성했습니다.
AI 활용에 대해 플레이어들이 여러 가지 우려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고, 실제 데모를 공개한 뒤 그와 관련한 피드백도 받고 있습니다. 저 역시 개발자이면서 동시에 오랫동안 게임을 즐겨온 플레이어라서 그런 의견들이 왜 나오는지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1인 개발이라는 현실적인 환경에서 제가 구현하고 싶은 것을 완성하기 위해 여러 도구를 활용하고 있지만, 결국 어떤 이야기를 만들고 어떤 경험을 전달할 것인지 결정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것은 개발자인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복 플레이 요소가 없는 게임이다보니, 콘텐츠 분량에 대한 고민이 많을 것 같습니다.
반복 플레이 요소가 전혀 없는 구조는 아닙니다. 그림의 판정을 틀리면 다시 도전하게 되고, 재도전할 때마다 이전과 같은 그림만 반복해서 만나는 것이 아니라 전체 그림들 가운데 다른 그림을 랜덤하게 만나게 되는 구조입니다. 그렇게 여러 사건을 통과하면서 최종 목표 지점까지 도달하면 엔딩을 볼 수 있습니다.
정식 버전에는 총 40개의 그림과 사건이 준비되어 있지만, 게임을 클리어하기 위해 40개를 모두 만나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반복해서 플레이하는 분들을 위한 별도의 목표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40개의 그림을 모두 한 번씩 만나보는 것과, 40개의 그림을 모두 정확하게 맞히는 것이 각각 도전과제로 들어갈 예정입니다. 엔딩을 보는 것과 모든 사건을 경험하는 것을 별개의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콘텐츠 분량에 대한 고민은 개발 초기에는 저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데모를 공개한 뒤 실제 플레이 데이터를 보면서 조금은 걱정을 덜게 되었습니다.
현재 데모에는 그림이 2개만 들어가 있는데요 플레이 성향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약 40분에서 1시간 정도 플레이하고 있고, 길게는 2시간 이상 플레이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플레이어가 그림을 관찰하고 소리를 다시 듣고, 추리하고, 실패한 뒤 다시 도전하는 과정 자체가 생각했던 것보다 충분한 플레이 경험을 만들어주고 있다는 것을 데모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데모 버전을 공개했는데, 데모에 대한 이용자들의 피드백이 궁금합니다.
데모를 공개하면서 가장 궁금했던 것은 재미있다고 생각한 방식이 실제 플레이어들에게도 통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다행히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그림을 소리로 추리한다는 방식이 신선하다’, ‘각 그림에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는지 계속 궁금해진다’는 반응이었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플레이어들이 단순히 정답만 찾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그림 속 인물의 관계나 대화, 사물의 변화, 소리가 들리는 위치 같은 단서들을 서로 연결하면서 사건 자체를 추리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처음에는 한 인물을 의심했다가 다른 단서를 발견하면서 판단을 바꾸거나, 실패한 뒤 다시 플레이하면서 처음에는 놓쳤던 단서를 발견하는 과정이 재미있었다는 이야기도 기억에 남습니다.
해외 스트리머분들이 자신의 커뮤니티와 함께 플레이하는 모습도 인상 깊었습니다. 데모인데도 두 시간 가까이 그림 속 사건을 두고 함께 추리하거나, 방송이 끝난 뒤에도 등장인물의 관계나 사건의 순서를 이야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개발하면서 바라던 것 중 하나가 게임이 스트리밍 중에 스트리머와 시청자들끼리 ‘그 그림에서는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를 이야기하는 것이었는데, 소리가 단서이다보니 서로 '어떤 소리다' '어디 쪽에서 들렸다' '이것이 아닐까' 하면서 스트리머와 시청자간 함께 풀어가는 과정을 실제로 보게 돼서 굉장히 보람되면서 기분이 묘했습니다. 물론 좋은 이야기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등반 속도가 느려서 답답하다는 의견이나, 오답 이후 다시 진행하는 과정이 반복적으로 느껴진다는 의견, 카메라 움직임으로 인한 멀미 같은 피드백도 있었습니다.
AI 활용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해주신 분들이 계셨고요. 이런 의견들은 데모를 공개하지 않았다면 혼자서는 쉽게 알기 어려웠던 부분들이라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데모 공개 이후 조작이나 진행 속도, 반복 구간과 편의성 등 여러 부분을 계속 수정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40개의 이야기가 전부 궁금하다는 반응이나, 데모가 끝난 뒤 바로 다음 그림을 보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볼 때 가장 힘이 났습니다. 정식 버전에서는 지금 데모에서 느끼신 궁금증을 더 많은 사건과 이야기로 이어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정식 출시 일정이 궁금합니다. 그리고 출시를 앞둔 소감도 부탁드립니다.
정식 출시는 2027년 3월 31일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개발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데모이기는 하지만 많은 분들이 게임을 플레이하고, 또 해외의 플레이어와 스트리머분들이 그림 속 사건을 두고 서로 추리하고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는 건 그저 상상만 해왔었는데요 지금 그 모습을 실제로 보고 있습니다.
정말 데모 공개 전까지는 사실 많이 외롭고 또 고독한 느낌이었거든요. 오랜 시간 그 주인공의 방 안에서 혼자 개발하고 있으면서 말이죠. 지금은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 무대, 그러니까 주인공의 방 안에 들어가서 개발하고 있는데 누군가 개발중인 저의 모습을 쳐다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살아 있는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플레이어들과 함께 완성시켜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정말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데모에서 좋은 반응을 주셨던 부분은 더 발전시키고, 불편하다고 말씀해주신 부분은 최대한 개선하면서 정식 버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플레이어들의 기억 속에 미카엘 테스트를 플레이했던 경험이 하나의 재미있는 추억으로 남을 수 있다면, 게임 개발자로서 그것만큼 기쁜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남은 기간 동안 처음 생각했던 미카엘 테스트의 모습을 끝까지 잘 완성해서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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