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이탈리아를 찾은 한국인만 105만 5,418명이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한국인 방문객 수(100만 6,700명)를 넘어선 역대 최고치다. 숫자만 늘어난 게 아니다. 여름 성수기에 이어 가을에도 떠나고, 로마·베네치아·피렌체를 지나 알프스 산악 마을과 남부 소도시까지 발길을 넓히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이탈리아 관광청(ENIT)은 9월 22일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워크숍 이탈리아 2026(Workshop Italia 2026)'을 열고 이 같은 시장 흐름과 함께 현지 관광업체 10곳을 소개했다.
● 한국인의 이탈리아 여행이 달라졌다
이탈리아 국립통계청(ISTAT) 자료에 따르면, 2025년 한국인 방문객은 105만 5,418명이다. 94만 3,900명이던 전년 대비 11.82% 늘었다. 반면 총 소비 규모는 3억 400만 유로로, 6.3% 감소했다.
여행 시기도 바뀌고 있다. 7~8월에 몰리던 수요가 9~11월 가을 시즌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월별로는 여전히 7월이 가장 붐볐고, 9월과 11월이 8월보다 앞섰다. 11월과 12월에도 수요가 꾸준히 이어졌다.
방문 목적은 일반 휴양·문화 관광이 전체의 78%를 차지했다. 신혼여행객은 전체의 4.1%에 불과하지만, 한국인 관광 수입의 6%(1,800만 유로)를 차지하는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꼽혔다.
● 로마·피렌체 다음은 알프스, '볼차노'의 약진
2025년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은 주(州)는 로마가 있는 라치오(27만 4,906명, 전체의 26%)였다. 이어 2~4위는 차례로 베네치아가 있는 베네토(22만 8,486명), 피렌체가 있는 토스카나(19만 5,547명), 밀라노가 있는 롬바르디아(17만 447명)다. 5위는 볼차노 자치현(4만 269명)이다. 돌로미티 산군을 품은 알프스 산악 지역으로, 나폴리·아말피 해안이 있는 캄파니아(3만 3,364명)보다 많은 한국인이 찾았다.
알프스 지역의 인기는 2026년 2월 열린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을 거치며 더 높아졌다. 관광청에 따르면 대회 직전과 개최 기간에는 밀라노, 코르티나담페초, 돌로미티 검색량이 정점을 찍었다. 대회가 끝난 뒤에는 '알프스 봄 하이킹' 같은 계절과 관련된 여행 키워드로 관심이 옮겨갔다. 올림픽을 계기로 알프스와 북부 이탈리아 교통 인프라에 약 30억 유로가 투입됐고, 철도와 도로가 새로 놓이면서 산악 지역 접근성도 좋아졌다.
● 올여름 이탈리아는 호수와 남부로
이탈리아 관광청은 2026년 여름 시장도 소개했다. 이탈리아는 유럽 여름 여행지 중 온라인 여행사(OTA) 객실 점유율 51.2%로 스페인(42.8%)과 프랑스(32.9%)를 앞서며 1위에 올랐다. 평균 숙박료는 153유로로, 스페인(170유로)과 그리스(195유로)보다 낮았다.
또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해안가에서 호수로 여행을 가는 경향이 짙어졌다는 것이다. 웰니스 여행 수요가 해안을 넘어 호수 지역으로 번지면서, 호수 지역 객실 점유율이 54%로 가장 높았다. 호수·온천 지역의 성장률은 전국 평균 성장률(4.5% 미만)의 약 2배에 달했다. 관광객 증가율 상위 지역은 칼라브리아(+10.54%), 움브리아(+9.70%), 피에몬테(+9.22%), 사르데냐(+8.24%), 풀리아(+7.43%) 순이다. 외국인 관광객만 보면 칼라브리아(+23.19%), 풀리아(+14.63%), 아브루초(+14.04%) 등 남부가 크게 늘었다. 숙소는 공유 숙박 등 비호텔형 숙소(+7.46%)가 일반 호텔(+2.27%)보다 빠르게 성장했다.
● 서울에서 만난 이탈리아, 눈여겨볼 업체 3
이날 워크숍 이탈리아 2026에는 오페라 극장, 호텔, 여행사, 철도회사 등 10곳이 참가했다. 그중 특히 최근 눈여겨볼 만한 업체 3곳을 소개한다.
아레나 디 베로나 Arena di Verona
2023년 ‘이탈리아 오페라 가창’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올랐다. 지은 지 약 2,000년 된 로마 시대 원형경기장에서 매년 여름마다 오페라 페스티벌이 열려, 살아 있는 문화유산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레 피아노레 Le Pianore
올해 워크숍에 처음 참가한 아그리투리스모(Agriturismo, 농가 민박)다. 비호텔형 숙소 수요가 커지는 흐름에 맞춰 새롭게 주목할 만하다.
마조레 호수 Lake Maggiore
이탈리아 북부 호수 지역의 관광 컨소시엄이자 인바운드 여행사다. 올여름 객실 점유율 1위를 기록한 호수 여행 흐름과 맞닿아 주목하기 좋다.
● 이탈리아가 작은 마을에 500억 원을 쓴 결과
이탈리아 정부가 요즘 관광객 유입을 위해 공들이는 곳은 인구 5,000명도 안 되는 작은 마을이다. 관광 특화 소도시에 관광 소도시 기금(Fondo per i piccoli comuni a vocazione turistica) 3,400만 유로를 여러 해에 걸쳐 쏟아부은 결과, 소도시를 찾는 여행자는 2022~2024년 사이 230만 명이 늘었다. '워크숍 이탈리아 2026'에서 이탈리아 관광청이 소개한 소도시 관광 성공 사례를 정리했다.
누구나 오르는 알프스, 발디키 Val di Chy
알프스 산악 소도시들이 힘을 합쳐 교통약자를 위한 친환경 전기 미니버스(Pulmini elettrici)와 미니카를 들였다. 가족과 장애인 여행자를 위한 축제 '모든 감각의 관광(Turismo in tutti i sensi)'도 연다. 불을 끈 채 미각과 후각에 집중해 식사하는 '어둠 속의 만찬(Cene al buio)'이 대표 프로그램이다.
포도밭 사이를 달리다, 발트리베르사 Valtriversa
피에몬테주 몬페라토 지역의 18개 소도시를 자전거길로 이어 '발트리베르사 아웃도어(Valtriversa Outdoor)'라는 브랜드로 선보였다. 총 130km 트레일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몬페라토의 포도밭 구릉지와 오래된 마을 사이를 그래블 자전거 라이딩과 트레킹을 즐기며 지날 수 있다.
축제 하나로 사람을 모은, 첼리코 Celico
실라 국립공원(Parco Nazionale della Sila)으로 가는 관문인 남부 칼라브리아주의 작은 마을 첼리코는 뮤지션을 불러 모은 축제 덕분에 다시 태어났다. 축제의 이름은 ‘에피메로 페스티벌(Festival dell'Effimero)’, 매년 8월 중순에 열린다. 이탈리아 유명 아티스트들의 대형 라이브 콘서트가 전면 무료로 개방되어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2025년 축제 때는 1만 2,500명이 몰렸다.
남현솔 기자 solsol@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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