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연어 앞에 붙은 낯선 알파벳
광어회를 먹었다. 새우도 먹고 로브스터도 먹었다. 연어도 먹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여느 5성급 호텔의 근사한 점심과 크게 다를 게 없다. 그런데 이날 식탁 위 메뉴판에는 유독 낯선 알파벳들이 눈에 띄었다. ASC 광어, ASC 새우, MSC 랍스터, ASC 연어…. 지난 9월 30일, 콘래드 서울 아트리오에서 열린 ‘오늘의 한 끼, 내일을 위한 선택’ 행사에서 만난 코스 요리들이다. ASC와 MSC가 도대체 뭐길래.
쉽게 말해 ASC는 환경과 사회적 책임을 다해 양식한 수산물에, MSC는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포획한 자연산 수산물에 부여되는 국제 인증이다. 직관적으로 풀어내자면 ASC는 ‘어떻게 길렀나’, MSC는 ‘어떻게 잡았나’를 따지는 셈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ASC 인증 광어 크루도로 시작해 케이지 프리 계란, ASC 새우와 MSC 로브스터를 넣은 페투치네, ASC 연어, 그리고 비건 밤 토르타까지 총 5코스가 이어졌다. 흔히 ‘지속가능한 미식’이라고 하면 비건이나 채식부터 떠올리기 쉽지만, 이날 식탁에는 생선도, 계란도, 로브스터도 당당히 자리를 지켰다. ‘무엇을 먹지 않을 것인가’보다는 ‘무엇을, 어디에서, 어떻게 생산된 것으로 선택할 것인가’에 더 가까운 이야기였다.
한 끼를 바꾸는 콘래드의 선택
콘래드 서울은 지난 2021년 국내 호텔 및 푸드 서비스 업계 최초로 MSC CoC(유통 이력 추적) 인증을 취득한 데 이어, 올해는 국내 호텔 최초로 ASC 인증 광어를 도입했다. 최근 80~90% 수준의 높은 객실 점유율을 유지하며 매일 수많은 투숙객의 식사를 책임지는 만큼, 호텔이 선택하는 식재료 하나하나의 무게감도 결코 가볍지 않다. 호텔 측에 따르면 현재 식음료 매장에서 사용하는 전체 해산물 중 약 50%가 이 같은 ASC·MSC 인증 수산물이다. 훈제 연어, 전복, 새우, 광어부터 로브스터 테일, 대게까지 라인업도 제법 화려하다. 게다가 요리에 쓰이는 계란 역시 모두 케이지 프리(Cage-free)다.
지속가능성을 챙겼다고 해서 미식의 즐거움을 양보한 것도 아니다. 상큼한 시트러스 향이 도는 광어 크루도부터 진한 비스큐 버터 소스의 로브스터 파스타, 사과나무 훈연향을 머금은 연어구이까지. 접시가 비워질 때마다 참가자들의 탄성이 이어졌다. 지속가능성이라는 가치가 맛과 타협해야 한다는 고루한 편견을 보기 좋게 뒤집어버린 한 끼였다.
이러한 고집은 접시에서 끝나지 않는다. 와인 잔에도 똑같은 이야기가 숨어 있다. 콘래드 서울이 보유한 50종 이상의 와인 중 무려 약 19종이 지속가능성을 고려해 생산된 와인이다. 37층의 ‘37 그릴 앤 바(37 Grill & Bar)’ 등에서 선보이는 와인 라인업은 2025년 글로벌 와인 가이드 ‘스타 와인 리스트’의 ‘Sustainable Wine List of the Year Asia’ 부문에서 한국 레스토랑 중 유일하게 실버 스타를 수상하는 성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포도 재배와 양조는 물론 패키징과 운송, 레스토랑의 친환경 실천까지 종합적으로 평가받은 결과다.
콘래드 서울 조지 사데 식음료부 디렉터는 “지속가능한 미식이 거창하거나 어려울 필요는 없다”며 “어떤 식재료를 선택하고, 이것이 어디에서 어떻게 생산됐는지를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작은 관심에서 시작된다”고 전했다. 이날 먹은 연어 한 점도 결국 그런 선택의 결과였다. 맛있는 한 끼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지구를 조금 덜 해치는 방법. 생각보다 답은 가까운 식탁 위에 있었다.
글·사진 곽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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