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김동진 기자] 전기차와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처럼 크고 무거운 차량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이를 수용하는 기계식주차장의 노후화는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기계식주차장 10기 가운데 4기 이상은 설치된 지 20년을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노후 기계식주차장은 정밀안전검사 부적합 시설에서도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2022년부터 올해 7월까지 정밀안전검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기계식주차장 5115기 가운데 84.6%가 설치된 지 20년 이상 된 시설이었다.
검사 이후 관리에도 공백이 드러났다. 정밀안전검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뒤 재검사나 신규검사를 받지 않아 부적합 상태로 남아 있는 시설 656기 가운데 지자체의 운행중지 명령이 확인된 시설은 152기였다. 나머지 504기에 대해서는 실제 운행 여부나 자체 운행중단, 보수·폐쇄 여부 등이 파악되지 않아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기계식주차장 43.7%가 20년 이상…4년 새 1355기 증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일영 의원이 한국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전국 기계식주차장 3만6234기 가운데 설치된 지 20년 이상 된 시설은 1만5832기로 전체의 43.7%를 차지했다.
전체 기계식주차장 수는 감소하는 반면, 노후시설은 늘고 있다. 2022년 3만7060기였던 전체 기계식주차장은 올해 7월 기준, 3만6234기로 826기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20년 이상 된 시설은 1만4477기에서 1만5832기로 1355기 증가했다.
10년 이상 된 시설까지 범위를 넓히면 비중은 더 커진다. 올해 7월 기준 설치 후 10년 이상~20년 미만인 시설은 7957기, 20년 이상은 1만5832기다. 이를 합하면 2만3789기로 전체 기계식주차장의 약 65.7%가 설치 후 10년 이상 지난 시설이다.
노후시설은 정밀안전검사 부적합 시설에서도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2022년부터 올해 7월까지 부적합 판정을 받은 기계식주차장은 총 5115기다. 이 가운데 20년 이상 된 시설은 4326기로 84.6%를 차지했다.
연도별로는 2022년 부적합 시설 1635기 가운데 20년 이상 시설이 1443기였고, 2023년에는 1306기 중 1093기였다. 2024년에는 975기 중 804기, 지난해에는 818기 중 677기, 올해 7월까지는 381기 중 309기가 20년 이상 된 시설이었다.
올해 검사에서는 자동차를 이동시키는 운반기에서 221건의 부적합 사례가 확인됐다. 출입문 182건, 안전가동확인장치 155건 등 안전과 직결되는 장치에서도 부적합 사례가 나왔다.
전기차·대형 SUV 등 무거운 차량…기계식주차장 이용 전 제원 확인해야
시설 노후화와 별개로 차량의 크기와 무게도 기계식주차장을 이용할 때 확인해야 할 요소다. 특히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하는 전기차는 동급 내연기관차보다 공차중량이 무거운 경우가 많다.
현행 주차장법 시행규칙은 주차할 수 있는 자동차의 크기와 무게에 따라 중형과 대형 기계식주차장을 구분한다.
중형 기계식주차장은 길이 5.2m 이하, 너비 2m 이하, 높이 1.85m 이하, 무게 2350kg 이하인 자동차를 주차할 수 있는 시설이다. 대형 기계식주차장은 길이 5.75m 이하, 너비 2.15m 이하, 높이 1.85m 이하, 무게 2650kg 이하인 자동차를 주차할 수 있는 시설이다.
다만 운전자는 이 같은 법령상 기준만 보고 자신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실제 이용 가능 여부는 개별 기계식주차장치가 허용하는 차량 제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계식주차장을 이용하기 전 현장에 표시된 허용 차량의 길이와 너비, 높이, 중량 등을 확인해야 한다. 차량 무게가 허용 범위에 들어가더라도 길이나 너비, 높이가 해당 시설의 허용 범위를 넘으면, 이용해서는 안 된다.
검사 부적합 656기…504기는 후속조치 현황 파악 못 해
시설 노후화와 함께 문제로 지적되는 부분은 안전검사 이후의 관리체계다.
올해 7월 말 기준 정밀안전검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뒤 재검사나 신규검사를 받지 않아 최종 검사 결과가 부적합으로 남아 있는 기계식주차장은 전국 656기다. 해당 수치는 2018년 5월부터 올해 7월까지 부적합 판정을 받은 시설 가운데 이후 재검사 또는 신규검사를 받지 않은 시설을 집계한 결과다.
현행 주차장법에 따르면 안전검사 또는 정밀안전검사에 불합격한 기계식주차장치가 운행을 중지하지 않는 경우, 시장·군수·구청장은 운행중지를 명해야 한다. 다시 운행하려면, 운행중지 사유가 해소됐음을 확인받아야 한다.
하지만 부적합 상태로 남아 있는 656기 가운데 지자체의 운행중지 명령이 확인된 시설은 152기에 그쳤다. 나머지 504기의 운행 중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일영 의원실에 따르면, 국토부도 이들 시설이 실제로 운행 중인지, 자체적으로 운행을 중단했는지, 보수 또는 폐쇄됐는지 여부를 전국 단위로 파악한 자료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사를 통해 부적합 시설을 찾아내더라도 이후 실제 운행중지부터 보수·재검사, 운행 재개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전국 단위에서 일괄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노후시설 부적합 집중…'중대한 사고'도 34건
기계식주차장에서 인명피해나 차량 추락 등으로 이어지는 사고도 발생하고 있다. 사망사고와 장기 치료가 필요한 상해사고, 자동차 추락·전복 등을 포함하는 주차장법상 '중대한 사고'는 2022년부터 올해 7월까지 총 34건 발생했다.
연도별로는 2022년 12건, 2023년 12건, 2024년 3건, 지난해 5건, 올해 7월까지 2건이다.
지난해 인천에서는 기계식주차장에서 차량을 받치던 구조물이 내려앉아 승용차가 추락했고, 올해 서울 대치동에서는 차량을 실은 리프트가 갑자기 지하로 내려가 운전자가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정일영 의원은 “기계식주차장은 국민이 일상에서 가까이 이용하는 시설인 만큼, 사고가 난 뒤 대응하기보다 위험요인을 사전에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10기 중 4기 이상이 이미 20년을 넘었고, 최근 부적합 판정의 80% 이상이 노후시설에서 발생한 만큼 안전관리를 더욱 촘촘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적합 판정을 받은 시설이 실제로 운행을 멈췄는지조차 정부가 파악하지 못한다면, 검사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국정감사에서 기계식주차장 노후화와 안전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부적합 판정부터 운행중지, 보수·재검사, 운행 재개까지 전 과정을 통합 관리해 사고 위험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노후 기계식주차장에 대한 관리체계에 공백이 생기는 사이 안전사고 위험은 커지고 있다. 차량은 계속 무거워지는데 이를 수용할 주차장의 수용 능력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2026년 3월 31일부터 기계식주차장 설치기준상 허용 차량 무게는 중형이 1850㎏에서 2350㎏으로, 대형은 2200㎏에서 2650㎏으로 상향됐다. 다만 기존 시설과 시행 전 건축허가를 신청한 시설 등 경과조치 대상에는 종전 기준이 적용된다. 법령 개정만으로 기존 기계식주차장의 허용중량까지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따라서 전기차나 대형 SUV처럼 상대적으로 무거운 차량이 기존 기계식주차장을 이용할 때는 해당 시설의 허용중량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노후 기계식주차장 가운데 상당수는 종전 기준에 따라 설치됐기 때문이다.
정경일 법무법인 엘앤엘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는 “과거의 차량 규격과 중량 기준에 따라 설치된 기계식주차장에 허용중량을 초과하는 고중량 차량을 입고하면, 장치에 과도한 하중이 가해져 파손이나 추락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특히 노후시설은 유지·보수 상태와 시설별 허용중량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운전자가 중량 제한을 무시하고 고중량 차량을 입고해 사고를 일으켰다면, 다른 차량의 파손과 시설물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질 수 있다. 다만 주차장 운영자에게도 규격과 중량 기준에 맞는 차량만 주차하도록 관리할 법적 의무가 있다. 제한 안내 여부, 입고를 허용하거나 장치를 조작한 경위, 시설 결함과 정비 상태, 중량 초과가 사고에 미친 영향 등을 종합해 책임을 판단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추락이나 그로 인한 화재는 주변 차량과 건물 이용자에게까지 피해를 줄 수 있으므로, 안전을 운전자 개인의 주의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기계식 주차장 운영자는 허용중량과 규격을 명확히 안내하고 초과 차량의 입고를 막는 한편, 법정 점검과 보수를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T동아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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