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박귀임 기자] 위·대장내시경 AI 기업 아이넥스코퍼레이션(이하 아이넥스)이 최근 유럽 CE 인증 심사를 통과했다. 준비를 시작한 지 약 1년 만이다. 싱가포르 주요 병원 도입에 이어 유럽 문까지 열면서 해외 사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
이 성과를 이끈 이항재 아이넥스 대표는 의료 분야 경험이 전혀 없는 회계·경영 출신이다. 이항재 대표를 만나 성장 배경과 해외 사업 전략, 그리고 목표를 들어봤다.
위·대장내시경 AI 한 우물만 집중
아이넥스는 내시경 영상을 AI로 분석해 의료진의 병변 발견과 진단을 돕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기업이다. 위·대장내시경에만 집중하고 있다. 2024년 중소벤처기업부 아기유니콘에 선정된 아이넥스는 2025년 창업도약패키지를 통해 사업화와 해외 진출 역량을 키웠다. 이항재 대표는 '선택과 집중'을 강조했다. 의료 AI 1세대 기업들이 여러 진료과로 파이프라인을 넓혔다가 하나로 좁혀가는 것과 달리, 2세대로 꼽히는 아이넥스는 처음부터 한 분야에만 집중했다는 설명이다.
아이넥스의 제품 '에나드(ENAD)'는 CAD-G, CAD-Gx, CADe, CADx 4종이다. CAD-G와 CADe는 각각 위·대장내시경 중 병변을 실시간으로 검출한다. CAD-Gx와 CADx는 병변 유형 정보를 제공해 의료진의 진단을 돕는다. 에나드는 하나의 플랫폼에서 검출과 진단을 모두 지원하는 올인원 구조로, 위·대장내시경을 함께 하는 검진기관은 통합 구성을 선택할 수 있다.
제품마다 허가 등급은 다르다. 2023년 허가받은 검출 AI는 2등급, 2025년 허가받은 진단 보조 AI는 3등급이다. 아이넥스 측에 따르면 같은 제품의 성능 차이가 아니라 기능과 사용 목적의 차이다. 검출 AI는 병변을 검출하고 이상 부위를 표시하는 데 그치지만 진단 보조 AI는 병변의 유형과 특성까지 알려주기 때문에 의료진의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는 것이다. 3등급인 에나드 CADx는 2025년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된 바 있다.
제품 설계의 원칙은 '기존 검사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것'이다. 이항재 대표는 "의사는 수십 년간 해온 워크플로에 절차가 추가되는 것을 가장 꺼린다"며 "에나드는 별도 조작 없이 기존 방식에 AI만 얹히도록 자동화했다"고 밝혔다. 주요 내시경 장비와의 호환성과 실시간성도 같은 맥락이다.
제도적 성과도 있다. 에나드 CADx는 2025년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를 통과해 내시경 AI 최초로 수가 적용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2026년 1월부터 혁신의료기술에 따른 한시적 비급여 청구가 가능해졌고,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라 지난 9월 1일부터 '인공지능 분석 및 활용료(비급여)' 항목에 등재됐다. 다만 건강보험 급여 등재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 아이넥스는 "급여 적용은 축적된 근거를 바탕으로 후속 평가와 심사를 거쳐 결정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공공 조달에서는 에나드가 2024년, 에나드 CADx가 2026년 조달청 혁신제품으로 각각 지정됐다. 인천보훈병원, 서울시 서남병원, 국군수도병원, 국군서울지구병원 등에 시범구매로 공급하며 보훈·시립·군 병원 레퍼런스를 쌓았다.
임상으로 성능 입증···신뢰도 높여
이항재 대표는 삼일회계법인, 영원무역, 에이블씨엔씨를 거쳐 2021년 아이넥스에 합류했다. 이후 공동대표를 거쳐 2024년부터 단독대표를 맡고 있다. 시장 분석과 기업 가치 평가, 글로벌 사업, 경영 전반을 경험했지만 의료 현장은 처음이었다. 그럼에도 아이넥스를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전문성이 하나로 연결될 수 있는 곳으로 판단했다. 이항재 대표는 "기술의 가능성을 사업의 관점에서 평가하고, 조직의 역량을 모아 제품과 성과로 연결하며, 글로벌 시장으로 사업을 넓혀가는 과정에 기여할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다만 의료 분야는 처음인 만큼 이항재 대표가 확신을 얻은 곳은 병원 현장이었다. 아이넥스 합류 후 의사와 교수들을 직접 만나 무엇이 필요한지, 제품에 기대하는 수준이 어디인지 계속 물었다. 이후 내린 결론은 단순했다. 이항재 대표는 "의료진의 기대치를 넘어서는 성능이 아니면 현장에서 선택받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그 높은 기대치를 넘는 성능을 만들고, 이를 임상으로 입증하는 것이 사업의 전제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아이넥스는 2026년 9월 기준 국제학술지 논문 9편과 학술대회 발표 등 총 22건의 연구 성과를 냈다. 연구는 네이처 포트폴리오 계열의 디지털 헬스 전문 학술지 '엔피제이 디지털 메디슨(npj Digital Medicine)', 대한소화기학회 공식 영문 학술지 '거트 앤드 라이버(Gut and Liver)' 등에 실렸다. 모델 성능 평가부터 실제 진료 환경의 전향적 연구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근거를 쌓았다.
핵심은 이대목동병원과 고려대 안암병원의 전향적 다기관 무작위 대조시험이다. 환자 998명을 대상으로 한 이 연구에서 선종발견율(ADR)은 대조군 36.1%, AI 보조군 52.3%로 16.2% 포인트 높았다. 100명으로 환산하면 AI를 사용한 쪽에서 선종이 발견된 환자가 약 16명 더 많았다는 뜻이다. 용종발견율(PDR)도 54.5%에서 72.2%로 올랐고, 육안으로 놓치기 쉬운 1~5mm 미세 용종 발견율은 28.3%에서 35.4%로 높아졌다.
선종은 대장암의 대표적인 전암성 병변이다. 아이넥스는 ADR이 1% 오를 때마다 대장암 위험이 3% 줄어든다는 기존 연구가 있다고 소개했다. 다만 이 연구가 대장암 발생률이나 사망률 감소를 직접 측정한 것은 아니다. 아이넥스 측도 "예방 효과를 단정하기보다 핵심 품질지표인 ADR을 유의하게 높였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항재 대표는 임상으로 경쟁 제품과 차별화도 꾀한다. 그는 "다른 회사들은 임상 역량이나 자금이 부족해 타사 임상 결과를 레퍼런스로 쓰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비교해서 입증하려 했다. 싱가포르 의사들도 '이렇게 비교해서 입증하자는 경우는 처음'이라고 했다"며 "의료진의 높은 기대치를 넘어서는 성능을 임상으로 증명해야 선택받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해외에서도 싱가포르 국립대학교병원(NUH)을 비롯한 의료기관과 임상 협력을 진행 중이다. 환자 특성과 검사 환경이 달라도 성능이 일관되게 유지되는지 확인하는 것이 목적이다.
사용자 관점으로 개선, 유럽 시장 진출 본격화
임상이 신뢰의 토대라면 이를 알리는 일은 이항재 대표가 직접 맡았다. 초기에는 국내 동네 병의원을 직접 돌았다. 이때 들은 현장 목소리는 제품 개선으로 이어졌다. 이항재 대표는 개발자 관점보다 사용자 관점을 가장 중시한다고 했다. 교수들과 쌓은 신뢰도 임상 협력과 해외 병원 소개로 이어졌다.
해외 진출도 이항재 대표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현지 대리점 없이 이항재 대표가 병원을 직접 돌며 발표하고, 장비 설치와 참관부터 의사 네트워킹까지 맡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이항재 대표는 "대표가 직접 가야 진정성이 전달된다고 판단했다. 또 진행 속도도 빠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항재 대표가 해외 진출에 집중한 이유는 분명했다.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들이 이미 내시경 AI의 가치를 알리고 시장 가격을 형성해놨다. 새로 시장을 만들 필요 없이 성능과 사용 편의성으로 들어가면 된다고 판단한 것. 아이넥스의 단독대표가 된 후 가장 먼저 사명을 바꾼 것도 글로벌 브랜딩을 염두에 둔 조치였다.
발품의 성과는 해외에서 나타났다. 싱가포르는 해외 사업의 거점이다. 이항재 대표에 따르면 현지 주요 병원 약 15곳 중 12곳과 도입이 확정됐고, 6곳은 계약을 마치고 이미 가동 중이다. 싱가포르 국립대학교병원은 전 세계 내시경 AI를 모두 시험해 본 뒤 아이넥스 제품을 최종 선택했다고 한다. 이항재 대표는 "싱가포르 병원 상당수는 이전에 경쟁사 내시경 AI를 쓰던 곳이었다. 기존 제품을 정리하고 우리 제품으로 바꾸거나 장비 구독 수를 늘려가는 병원이 있다"고 전했다.
아이넥스는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7개국에서 인허가를 받았다. 싱가포르 보건과학청(HSA)은 세계보건기구(WHO) 규제 성숙도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ML4로 평가되는 기관이다. 그 연장선에서 유럽 CE 인증 심사까지 통과했다. CE는 제품이 유럽연합(EU)의 안전·보건·성능 기준을 충족했음을 제조사가 입증하고 제품에 부착하는 표시다. 유럽 시장에서 제품을 유통하려면 사실상 필수다. 의료기기는 이 중에서도 가장 엄격한 분야로 꼽힌다.
유럽 시장 준비는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됐다. 2025년 하반기 유럽 소화기학회(UEG Week)에서 제품을 처음 선보였고, 2026년 상반기 이탈리아 학회에도 참가했다. 이항재 대표는 "유럽 병원들과 이미 관계를 맺어 놔서 인허가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오는 00월 스페인에서 열리는 학회에서는 인허가를 받은 만큼 본격적으로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지속 가능한 성장 추진
아이넥스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국내 도입 의료기관은 현재 약 200곳이다. 해외 인허가 국가 역시 2023년 0개국에서 2026년 7개국으로 증가했다. 임직원도 올해 9월 기준 약 30명으로, 2024년 10명 남짓에서 2년 만에 3배가량 늘었다.
성장 속도의 비결에 대해 이항재 대표는 의사결정 구조를 꼽았다. 제품 방향은 이항재 대표가 속도감 있게 정하고, 이견도 듣지만 그에 따른 결정 역시 빠르다. 인원 역시 최소화한다. 직원이 많아지면 분업화가 필요할 수밖에 없는데 그에 따라 집중도가 흐려지고 속도도 느려진다는 이유에서다. 이항재 대표는 "회사 안에서는 부서 간 공동 프로젝트 방식으로 임상, 인허가, 영업을 연결한다. 채용에서는 능력보다 성장하려는 노력을 본다"고 말했다.
다음 목표는 유럽 시장 확대다. 이항재 대표는 "유럽 시장이 워낙 커서 먼저 하고, 잘 되면 중동 등으로 넓힐 수 있다. 미국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2027년 해외 진출 자금으로 추가 투자를 받을 계획이다. 지금까지 유치한 투자는 약 200억 원 안팎이며, 투자자는 대부분 국내 벤처캐피털이다. 상장은 2028~2029년을 목표로 한다.
이항재 대표는 "전 세계에서 가장 좋은 솔루션을 만들어 파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밝혔다. 이어 "주변에 위암과 대장암에 걸리는 이가 너무 많다. 위암과 대장암은 정기적인 내시경 검사를 통한 조기 발견과 예방 효과가 큰 암종이다. 의사가 놓치는 병변을 줄이는 데 우리 기술이 쓰였으면 한다"며 "의료진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기술이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살피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IT동아 박귀임 기자(luckyim@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