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도쿄 롯폰기에서.
■무소유, 국립신미술관
国立新美術館
그 어떤 소장품도 지니지 않은 미술관이다. 소장하지 않기로 함으로써, 오히려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일본의 국립미술관. 2007년 개관한 이곳은 일본의 국립미술관 5곳 중 유일하게 자체 소장품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상설전이 없다는 의미는 어느 날 문을 열고 이곳에 들어가도 지난달과 같은 전시를 볼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회화, 조각뿐 아니라 디자인, 건축, 패션, 만화 등 폭넓은 분야를 다룬다. 일종의 전시 플랫폼에 가까운 성격의 미술관이라 몇 번이고 방문해도 질리지 않는다.
이곳에서 건축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전시다. 일본의 건축가, ‘구로카와 기쇼’가 설계한 건물은 남쪽 전체를 물결처럼 휘어진 유리 커튼월로 감싸고 있으며, 중앙에는 거대한 원뿔형 입구가 자리한다. 1층 로비에서는 유리벽 너머의 나무와 녹지가 그대로 시야에 들어오도록 설계되어 있어, 건물 안에서도 주변의 자연을 느낄 수 있다. 국립신미술관은 2007년 1월에 개관했는데, 같은 해 10월 그는 세상을 떠났다. 물결치는 유리 외벽과 뒤집힌 원뿔은, 어떤 의미로는 한 건축가의 마지막 문장인 셈이다. 과거 이 자리는 도쿄대 생산기술연구소가 자리했던 부지다. 그 흔적 위에 ‘숲속의 미술관’을 세운 것이다. 부지 안에는 50여 종의 식물이 심어졌고, 최상층까지 이어지는 유리 외벽 너머로 숲이 그대로 들여다보인다. 약 1만4,000m2에 달하는 전시 공간은 일본 최대 규모 가운데 하나이며, 12개의 전시 갤러리를 비롯해 미술도서관과 카페, 레스토랑, 뮤지엄 숍 등을 갖추고 있다. 굳이 전시를 보지 않더라도 이곳은 방문할 만하다.
3층의 아트 라이브러리는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현대 미술과 디자인, 건축 관련 자료와 일본 근현대 미술 관련 자료 등을 폭넓게 다룬다. 같은 층 레스토랑은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의 배경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전시와 건축, 서점과 카페를 하나의 공간에서 이어서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술관에 간다’라는 행위 자체를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곳.
■디자인에 대한 고찰,
21_21 디자인 사이트
21_21 DESIGN SIGHT
디자인은 무엇인가. 21_21 디자인 사이트는 이 질문을 곱씹기 위한 공간이다. 2007년 일본의 패션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Issey Miyake)가 창립하고 건축가 안도 다다오(Ando Tadao)가 설계했다. 21_21이라는 특이한 이름은 완벽한 시력을 뜻하는 20/20이라는 숫자에서 유래했다. 디자인을 향해 완벽한 시력보다 더 밝은 시야를 갖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21_21 디자인 사이트는 롯폰기에 위치한 도쿄 미드타운의 ‘미드타운 가든’에 자리하는 디자인 전시 공간이다.
일반적인 디자인 박물관처럼 유명 디자이너의 작품을 상설 전시하는 공간이 아니라,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치는 사물과 현상을 디자인의 관점으로 다시 바라보게 하는 기획 전시를 중심으로 운영한다. 그러다 보니 전시 주제가 상당히 흥미롭다. 전시 주제는 제품 디자인에 머물지 않고 건축, 환경, 사회, 음식으로 번져 나가며, 디자이너가 직접 전시를 기획하는 일도 드물지 않다. 2025년에는 라면을 주제로 역사와 현재, 그릇, 포장마차 디자인 등을 폭넓게 전시했고, 2026년 3월부터는 수프(Soup)를 소재로 음식, 의복, 주거를 연결해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공원에서 건물을 바라보면 편의점인가 싶을 정도로 그 규모가 단출하다. 면적의 약 80%가 지하에 묻혀 있기 때문이다. 지상에는 낮고 긴 지붕 하나만 정원 위로 드러나 있을 뿐이다. 그 지붕은 거대한 철판 한 장을 통째로 구부려 만든 것으로, 이세이 미야케의 ‘한 장의 천’에서 착안했다. 플리츠 플리즈, 옴므플리세 등을 만든 그의 철학, 그러니까 한 장의 천에서 출발해 옷과 신체의 관계를 새롭게 탐구하는 작업 철학을 안도 다다오의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내부 창에는 일본에서 가장 큰 규모의 복층 유리가 쓰였다. 안도 다다오 특유의 노출 콘크리트와 무채색 벽면이 채광과 대비를 이뤄 공간의 입체감을 만든다. 전시는 주로 일상적인 소재를 낯선 시선으로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춘다. 현대미술보다 디자인에 관심이 적은 사람도 접근하기 쉽다. 이곳에서 디자인은 완성된 물건의 이름이 아니라, 평소 보지 않던 방향으로 다시금 들여다보는 습관에 가깝다.
■うまい! 六本木!
맛있다, 롯폰기
멘야무사시 고쇼
麺屋武蔵 虎嘯
롯폰기에서 츠케멘을 찾는다면 이 집. 면 반죽에 후추가 들어가 있어 칼칼하듯 상쾌한 맛이 매력. 멘야무사시 고쇼는 도쿄의 유명 라멘 체인인 멘야무사시 계열의 롯폰기점이다. 대표 메뉴는 츠케멘, 돼지뼈와 어패류를 우린 진한 스프에 굵고 탄력 있는 면을 찍어 먹는 방식. 두툼한 차슈가 포인트. 16~18석 카운터 중심이라 혼밥도 부담 없는 곳.
시노부 스시
Shinobu
1968년부터 이어 온 한적한 주택가의 동네 스시집. 카운터 10석에 테이블 하나, 총 14석의 작은 매장. 매일 시장에서 직접 사입한 생선으로 승부하는 스시집. 계절에 따라 네타가 바뀌는 것도 매력이다. 처음이라면 참치, 성게, 연어알 등이 한번에 나오는 ‘스페셜 니기리 코스’를 추천. 관광객보다 동네 사람들이 붐비는 곳.
야키토리 사다주로 롯폰기
焼鳥 佐田十郎 六本木
닭을 일정 기간 숙성해 감칠맛을 끌어낸 숙성 닭을 사용하는 야키토리 전문점. 롯폰기역에서 도보 4분, 건물 반지하에 카운터와 테이블, 4인 개인실을 갖춘 차분한 공간. 8~10개 꼬치로 구성된 코스는 그날 상태가 가장 좋은 부위로 채워진다. 코스에는 일품요리와 식사, 디저트까지 이어진다. 일본 위스키와 소주, 사케를 곁들여 천천히 저녁을 보내기 좋은 곳.
미카와다이 미유키
三河台みゆき
롯폰기 뒷골목 작은 건물 3층에 자리하는 아담한 이자카야. 대표 메뉴는 어묵과 계란말이. 대부분 간소한 술안주뿐인데, 위스키와 일본주 등 주류 구성이 무척 탄탄하다. 혼자서도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는 식당. 추천 메뉴로는 시라스(しらす, 멸치 치어)가 들어간 계란말이, 붉은 생강과 함께 튀긴 닭튀김, 거기에 손이 시려 울 정도로 차가운 하이볼 한 잔.
■도쿄의 지붕, 리츠칼튼 도쿄
The Ritz-Carlton, Tokyo
도시의 야망은 대개 하늘로 향한다. 뉴욕과 홍콩, 상하이와 서울. 각 도시의 마천루는 자신만만하고도 노골적으로 야망을 드러낸다. 반면 도쿄는 다르다. 끝도 없는 평원, 그 위로 저층 건물이 융단처럼 펼쳐져 있을 뿐. 53층, 리츠칼튼 도쿄 라운지에서 시내를 바라보니 새삼 또렷하게 보인다. 도쿄에는 호텔이 차고 넘친다. 매해 새로운 브랜드 호텔이 도심에 쏟아지니, 어느 순간부터는 신규 호텔의 숫자를 세는 일 자체가 무의미해졌을 정도다. 그 홍수 속에서도 여전히 이름이 바래지 않는 곳이 있다면, 리츠칼튼 도쿄가 그중 하나일 것이다.
리츠칼튼 도쿄는 2000년대 이후 새롭게 쓰이고 있는 도쿄 도시 개발사의 한 장면이다. 정확히는 이 호텔이 자리한 롯폰기 미드타운 일대가 그렇다. 도쿄는 오랫동안 저층 건물이 촘촘히 이어지는 구조의 도시를 고수해 왔지만, 2000년대 들어 도시 재편을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가 잇따르면서 새로운 분기점을 맞이한다. 높은 용적률을 활용해 오피스와 주거를 확보하는 동시에 녹지와 문화·공공시설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는 방식. 2003년 오픈한 ‘롯폰기 힐스’가 그 시작점이고, 2023년 베일을 벗은 ‘아자부다이 힐스’도 그 흐름의 결과물이다. 도쿄 미드타운은 2007년, 롯폰기의 초창기 개발 프로젝트 중 한 곳이다. 53층 높이의 미드타운 타워를 축으로 여러 건물과 녹지가 얽혀 하나의 거대한 단지를 이뤘다. 이 미드타운 타워의 45층부터 53층에, 총 245개의 객실을 갖춘 리츠칼튼 도쿄가 들어선 것이다.
이곳에서 머물면 홀로 솟아오른 기분이 들곤 한다. 도쿄에 몇 안 되는 고층 건물이 군데군데에서 어깨를 견주어 오지만, 쭉 뻗은 창공과 대지 앞에서는 그 존재감이 미미하다. 52m2부터 시작하는 객실은 통창을 갖추고 있어 방향에 따라 황궁 정원, 도쿄만, 신주쿠 등 각기 다른 도쿄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맑은 날에는 후지산까지도 전망할 수 있다. 호텔의 공용공간은 조망 위주로 설계돼 입지적 우위를 단 한순간도 낭비하지 않았다. 설령 수없이 도쿄에 다녀온 사람이라도, 이곳에서만큼은 이 도심의 낯선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셈이다. 일본식 미학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는 서비스도 새삼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일본의 환대 정신을 이야기할 때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 일본의 접객 문화)’를 자연스럽게 떠올리지만, 리츠칼튼 도쿄의 서비스는 이를 극진함이나 과잉된 친절만으로 풀어내지 않는다. 배려와 호텔이라는 공간이 요구하는 적절한 여백 사이에서, 꽤 정확한 균형점을 찾아낸 곳이다.
미드타운이라는 호텔의 입지는 실로 다양한 이점을 제공한다. 미드타운은 조성 당시부터 예술과 디자인을 프로젝트의 핵심으로 내세웠다. 미드타운 내 자리한 ‘산토리 미술관’과 호텔 앞 공원에 자리하는 ‘21_21 디자인 사이트’는 이 기조를 대표하는 시설들이다. 호텔에서 도보권 내에 모리미술관과 국립신미술관도 자리한다. 미드타운을 두르고 있는 공공녹지 공간인 미드타운 가든, 인접해 있는 히노키초 공원의 푸르름도 함께 누릴 수 있다. 간단한 쇼핑도 미드타운 내 자리하는 갤러리아에서 해결할 수 있다. 음식점과 카페는 물론 마트나 생활용품, 패션 브랜드와 일본의 공예 브랜드 등 상당수 매장이 입점해 있는 대형 쇼핑몰이다. 관광에 대한 특별한 갈구가 없고, 단지 낯선 환경으로 떠나 느긋한 시간을 즐기고 싶은 여행자에게 리츠칼튼 도쿄만 한 곳이 없는 이유다.
히노키자카
Hinokizaka
‘편백나무 언덕(ひのきざか, 히노키자카)’이라는 이름처럼 일본의 전통적인 미감을 담아낸 리츠칼튼 도쿄의 재패니스 레스토랑. 초밥과 가이세키, 철판구이 등 다채로운 일본 요리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특히 45층에 위치한 스시 카운터에 앉으면 시야를 가리는 것 없이 도쿄의 스카이라인이 펼쳐져, 음식과 전망을 동시에 즐기기에 좋다.
타워스
Towers
리츠칼튼 도쿄의 프렌치 비스트로노미 레스토랑. 세계 각지에서 엄선한 식재료를 프랑스 전통 조리법으로 다루되, 지나치게 격식을 차리기보다는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방식으로 풀어낸다. 저녁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 해가 진 뒤 도쿄의 불빛을 바라보며 즐기는 식사는 낮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만든다.
글·사진 강화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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