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X SBA 공동기획] SBA 미래혁신본부는 CES, 비바텍(VivaTech) 등 글로벌 전시 플랫폼과 연계해 서울 유망 스타트업의 우수한 전시성과 창출과 후속 스케일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IT동아는 SBA와 함께 세계 무대에서 혁신성을 인정받은 유망 스타트업들을 소개합니다.
[IT동아 한만혁 기자] 지오윈드(GeoWind)는 정이십면체 구조의 수직축 풍력발전기를 개발하는 클린테크 기업이다. 지오윈드의 풍력발전기는 삼각형 뼈대를 이어 붙이는 건축 방식인 ‘지오데식 돔(Geodesic Dome)’으로 정이십면체 프레임을 만들고, 그 안에 생긴 면을 날개로 활용한다. 덕분에 바람이 어느 방향에서 불어도 작동하고, 약한 바람에도 안정적으로 돌아가며 소음도 적다. 디자인 요소도 갖추고 있어 조형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지오윈드의 풍력발전기는 기술력과 디자인을 동시에 인정받아 CES 2026 혁신상, iF 디자인 어워드 2026을 잇달아 수상했다. 수상 이후 75개국 이상에서 600건이 넘는 문의를 받았다. 오는 12월부터는 미국 SETI 연구소(SETI Institute)에서 지오윈드 발전기를 활용한 예술 작품을 전시한다.
지오윈드는 현재 풍력발전기 시제품을 건물 옥상에 설치해 실외 회전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한국에너지공단과 실증을 거쳐 정식 출시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발전기마다 기상 정보를 측정해 도시 단위의 기후 데이터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하이퍼로컬 AI 기후 데이터 그리드’로 사업을 확장하고자 한다.
전영준 지오윈드 대표를 만나 지오윈드와 수직축 풍력발전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전영준 대표는 인천대학교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캐나다에서 에너지 검사관(Certified Energy Inspector)과 가스 기술자(Gas Technician G2) 자격 취득 후 현장에서 에너지 설비를 다뤘다. 이후 아이솔캐나다(Isol Canada)를 창업해 에너지 및 설비 분야 실무 경험을 쌓았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풍력발전을 연구하다 2024년 3월 지오윈드를 설립했다.
풍력발전 아이디어 실현 위해 창업
지오윈드를 창업한 계기는?
캐나다에서 생활하다 지난 2019년 어머니 건강 문제로 한국에 들어왔다. 이후 지인들의 일을 돕다가 메타버스 관련 업체와 인연이 닿아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출장을 가게 됐다. 당시 사막 지역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는데, 미국이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그 모습을 보면서 이전에 구상했던 풍력발전기 날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 아이디어를 다시 살려 연구를 시작했고, 물리학 지식과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수직축 풍력발전기를 개발했다. 처음에는 집에서 연구하다가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자 지오윈드를 설립했다.
풍력발전기 날개 아이디어란 무엇인가?
풍력은 태양광과 함께 재생에너지의 양대 축이지만, 정작 도시에서는 거의 쓰이지 못한다. 기존 풍력발전기는 대부분 프로펠러 형태의 수평축 방식이라 바람 방향에 민감하다. 그래서 공기 흐름이 불규칙하고 풍향이 수시로 바뀌는 도시에서는 효율이 급격히 떨어진다. 크기가 크고 소음이 심하며, 설치 인허가도 까다롭다. 결국 풍력발전기는 넓은 벌판이나 바다에만 세우는 설비가 됐다.
이에 물리학과 에너지 및 설비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바람이 어느 방향에서 불어도 작동하고, 조용하고, 도시 건물 옥상이나 골목에 세울 수 있는 발전기에 대해 고민했고, 정이십면체 구조 안에 생긴 면을 날개로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아이디어의 출발점은 지오데식 돔이다. 지오데식 돔은 미국의 건축가이자 발명가인 버크민스터 풀러가 대중화한 것으로, 삼각형 뼈대를 그물처럼 이어 붙여 공 모양에 가까운 구조물을 만드는 건축 방식이다. 삼각형이 외부의 힘을 고르게 분산시키기 때문에 적은 재료로도 가볍고 튼튼한 구조물을 만들 수 있다.
처음에는 지오데식 돔 방식으로 정이십면체 프레임을 만들었다. 내부에 트러스(부재를 삼각형으로 엮은 뼈대 구조)를 하나 더 넣으면 구조가 더 튼튼해질 것으로 생각해 그려 봤는데, 그 안에 면이 하나 보였다. 그 면을 막아 바람이 부는 곳에 달아 놨더니 회전하기 시작했다. 이것을 보면서 바람개비 날개로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지금 지오윈드의 시작이다. 참고로 이 아이디어로 미국 버크민스터 풀러 연구소(Buckminster Fuller Institute)에서 강의도 했다.
지오윈드는 어떤 기업인가?
지오윈드는 정이십면체 기하학을 바탕으로 도시형, 분산형 재생에너지 솔루션을 개발하는 클린테크 기업이다. 지오데식 돔 방식의 정이십면체 구조를 적용한 수직축 풍력발전기를 개발하고 있다. 사명은 기하학을 뜻하는 ‘Geometry’, 지구를 뜻하는 ‘Geo’, 바람을 뜻하는 ‘Wind’를 결합해 지었다. 기하학으로 바람을 다룬다는 의미를 담은 이름이다.
지오데식 돔·정이십면체 기반 수직축 풍력발전기
수직축 풍력발전기란 무엇인가?
풍력발전기는 회전축이 바람 방향과 이루는 각도에 따라 수평축과 수직축으로 나뉜다. 회전축이 바람이 부는 방향과 나란히 놓여 있으면 수평축, 바람이 부는 방향과 직각을 이루면 수직축이다.
수직축 풍력발전기는 수평축 풍력발전기와 달리 바람 방향에 상관없이 작동한다. 덕분에 풍향이 계속 바뀌는 도시 환경에 적합하다. 회전 속도가 느린 대신 날개를 돌리는 힘, 즉 토크(Torque)가 커서 약한 바람에도 안정적으로 돌아간다.
발전량은 조건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600W 출력의 발전기를 초속 5m 풍속에서 하루 10시간 가동한다고 가정하면 하루 약 6kWh의 전기를 생산한다. 가정에 많이 설치하는 3kW급 태양광 발전기가 평균 일조 시간 3시간을 기준으로 하루 약 9kWh를 생산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지오윈드 풍력발전기의 특징은?
다양한 크기로 만들 수 있다. 정이십면체 모서리 길이라는 변수 하나로 발전기의 모든 치수가 정해진다. 모서리 길이를 정하면 황금비(약 1:1.618)에 따라 나머지 치수가 자동으로 결정된다. 크기를 키우든 줄이든 같은 비례가 유지되기 때문에 설계가 단순하고, 어떤 규모로든 일관되게 확장할 수 있다.
최소한의 재료로 높은 효율을 내기 때문에 도심형으로도 제작이 가능하다. 기존 풍력발전기의 경우 대형 제품은 소음 때문에 도심에 설치할 수 없다. 소형 제품은 조용하지만 효율이 낮다. 그렇다고 날개 크기를 키우면 구조물이 무거워져 제작이 어려워진다. 지오윈드의 풍력발전기는 정이십면체 프레임이 뼈대를 단단하게 고정하기 때문에 요트 돛처럼 얇은 판재나 막으로도 날개를 만들 수 있다. 가벼우면서도 날개를 크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덕분에 도심형 풍력발전기로 사용하기에 적합하다.
현재 풍력발전기 개발 단계는?
제품 라인업은 책상에 올려놓는 데스크형이자 기술검증(PoC)용인 GW3.5부터 GW600, GW1200, GW1800, 대형 모델 GW3600, 도시 규모의 GW-Ω 등으로 구성된다. 모델명의 숫자는 정이십면체 한 변의 길이를 뜻한다. 정이십면체는 모든 변의 길이가 같은데, 한 변의 길이가 1200mm면 GW1200이 되는 식이다.
현재 PoC용 GW3.5부터 GW1800까지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 중 GW1800은 올해 상용화를 목표로 실외 테스트와 발전 시스템 개발을 진행 중이다. 공기주입식 모델인 GW1800 에어(Air)는 공기를 넣어 빠르게 설치할 수 있는 것이 특징으로, 재난 지역이나 오지, 임시 현장처럼 신속하게 설치해야 하는 곳을 겨냥한 제품이다. 현재 공기주입식 구조 개발을 마치고 샘플을 제작하고 있다.
조형물, 교육용 기자재로도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발전기 표면을 캔버스로 활용하는 예술가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주 관련 기업, 단체와 작품 활동을 해 온 미국 작가 리첼 엘리스(Richelle Ellis)가 지오윈드에 협업 전시를 제안해 왔고, 오는 12월부터 6개월 동안 미국 SETI 연구소에서 GW1200을 활용한 작품을 선보인다. 또한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태성고등학교에 과학 교육용 기자재로도 제공할 예정이다.
기술의 신뢰도를 뒷받침할 근거도 쌓고 있다. 국내 특허를 등록했고, 특허협력조약(PCT)에 따른 국제출원을 통해 미국, 중국, 캐나다, 유럽, 일본, 베트남, 인도 등 7개 국가 및 지역에 특허 출원을 진행하고 있다. 정이십면체 기하학의 수학적 기반을 담은 논문은 학술 논문 공개 플랫폼인 아카이브(arXiv)와 제노도(Zenodo)에 공개했다.
CES 2026 혁신상·iF 디자인 어워드 2026 수상, 75개국 이상에서 문의
풍력발전기로 CES 2026 혁신상, iF 디자인 어워드 2026을 수상했다. 수상 배경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원리 자체가 지닌 아름다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오윈드 풍력발전기는 억지로 예쁘게 만든 것이 아니라 정이십면체와 황금비라는 수학적 질서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결과다. 기능과 형태가 하나의 원리에서 나왔기 때문에 기술성을 평가하는 CES와 디자인을 평가하는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동시에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도시 재생에너지라는 실제 문제를 정면으로 푼다는 점, 즉 보기 좋은 실험이 아니라 실제로 세울 수 있는 발전기라는 점도 좋은 평가를 받는데 주효했다고 본다.
수상 이후 글로벌 인지도가 크게 높아졌다. 특히 iF 디자인 어워드에서는 지오윈드 제품이 iF 디자인 어워드 공식 광고 캠페인 비주얼에 등장하기도 했다. 덕분에 별도 마케팅 없이도 75개국 이상에서 600건이 넘는 문의가 들어왔다. 이를 기반으로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 여러 국가에서 유통, 파트너십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서울경제진흥원(SBA)의 지원을 받고 있다. 어떤 지원이 있었나?
CES 2026 당시 서울관 부스와 통역, 바이어 매칭 등을 제공받았으며, 마케팅 콘텐츠 제작, 멘토링 등의 지원을 받았다. 이후에는 CES 혁신상 수상 기업으로서 SBA ‘혁신상 커뮤니티’를 통해 글로벌 홍보, 마케팅 분야의 도움을 받고 있다. 미디어 노출 기회를 얻은 것도 큰 힘이 됐다. 이러한 지원의 가장 큰 장점은 검증된 무대에 설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이다. 기술은 있어도 신뢰와 인지도가 부족한 초기 기업에 SBA의 지원은 글로벌 시장, 투자자, 바이어와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향후 계획과 목표는?
단기적으로는 GW1800과 GW1800 에어를 완성하는 것이 목표다. 한국에너지공단과 실증을 추진하고, 실증 후 정식 출시를 통해 시장 진입에 나설 계획이다. 제품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소재와 조립 방법도 개선하고 있다. 소재는 햇빛과 외부 노출에 오래 견디는 금속 소재를 연구하고 있으며, 조립 방법은 견고하게 조립할 수 있도록 표준화해 정밀 가공이 가능하게 만들 계획이다. CES 2027 무대도 준비하고 있다. GW1800과 GW1800 에어, AI 기후 데이터 그리드로 이어지는 라인업을 시장에 선보이고자 한다.
장기적으로는 발전기에 하이퍼로컬 AI 기후 데이터 그리드를 결합할 계획이다. 하이퍼로컬은 동네 단위처럼 아주 좁은 지역을 뜻한다. 발전기 각각이 풍속, 온도, 습도, 대기질을 측정하는 거점이 돼 도시 단위의 촘촘한 기후 데이터 네트워크를 이루는 개념이다. AI가 발전기들의 발전량을 모니터링하면서 실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바람의 변화를 분석하고, 위험 신호가 감지되면 사람들에게 경고를 보내는 방식이다.
지오윈드의 최종 목표는 하나의 제품을 넘어 도시가 스스로 에너지를 만드는 방식의 표준이 되는 것이다. 태양광 발전기가 지붕 위로 올라간 것처럼, 지오윈드의 풍력발전기도 도시의 옥상과 골목, 건물 사이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돌아가는 풍경을 만들고 싶다.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