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살파지만 유일하게 즐기는 뼈 치킨이 있다면 교촌치킨의 허니콤보다. 처음 입에 넣은 순간이 아직 생생하다. 반짝이는 윤기와 달짝지근한 소스가 먼저 다가왔고, 얇은 튀김이 바삭하게 부서지더니 찰진 살이 혀에 감겼다. 그 뒤로 치킨을 시킬 때면 늘 1순위였다. 그러나 이 브랜드에 대해 아는 건 없었다. 맛있고 깨끗하면 그만이었으니까. 그러다 우리 사이가 한 뼘 가까워진 계기가 생겼다. 바로 구미 여행에서다.
치킨이 메인이 되는 여행
'구미 K-치킨벨트'는 한식진흥원과 노랑풍선, 구미시가 함께 준비한 미식 투어로, 지역 대표 음식을 관광 자원으로 엮는 'K-미식벨트' 사업의 하나다. 1991년 구미 송정동에 문을 열어 35년째 같은 자리를 지키는 '교촌통닭', 즉 지금의 교촌치킨 1호점을 거점 삼아 당일 여행 코스를 짰다.
교촌치킨 1호점에서만 누리는 경험
프랜차이즈는 어느 지점에서나 같은 맛을 내는 게 목표다. 그러니 1호점이라고 다를까 싶었는데, 여기는 달랐다. 구미에서 생산한 양파를 꽃처럼 잘라 통째로 튀긴 양파 튀김과 구미 플래터, 그리고 떡볶이와 볶음밥을 한 상에서 맛볼 수 있는 곳은 이곳뿐이다.
구미 플래터에는 소스 세 가지와 붓이 함께 나온다. 양념을 직접 발라 먹을 수 있다. 교촌은 조각마다 소스를 따로 바르는 방식을 고집하는 곳이다. 붓을 3cm쯤 담갔다가 3번 덜어내고, 한 면에 3번씩 바른다. 이른바 '333 규칙'이다. 튀김옷은 최대한 얇게, 양념은 고르게 입혀 고기 맛을 살리려는 것이다. '닭이 작다', '배달이 느리다'는 말에 대한 교촌의 답도 여기에 있다.
소스를 더 먹고 싶어 3번이 아닌 1번만 덜어내고 치킨에 발라 봤다. 금세 눅눅하고 끈적해졌고, 영 먹던 맛이 아니었다. 볼에 양념과 치킨을 넣고 버무리는 방식이었다면 지금의 교촌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아, 팁 하나. 맛있다고 구미 플래터를 비우지는 말자. 일단 2인당 플래터 1개라 양이 많아 다 먹기 쉽진 않지만, 치킨 3조각은 나눠 주는 작은 박스에 챙겨 두는 게 좋다. 이따 쓸 데가 있다.
거리와 공방으로 이어지는 치킨 이야기
1호점을 나서면 바로 '교촌1991로'가 이어진다. 교촌치킨 창업 이야기를 담은 조형물과 벽화가 이어지는 문화 거리로, 스탬프 투어를 하며 걸을 수 있다. 창업주 권원강 회장은 치킨이 주방부터 식탁까지 따뜻하고 정갈하게 닿기를 바라며 오토바이 대신 승용차로 배달했다고 한다. 당시 이동수단이 되었던 경차 모형이 거리 입구에 서 있다. 거리에서는 숨은 구미 마스코트인 '낭만토미'를 찾아 스탬프를 다 모으면 가이드가 교촌 팝콘을 준다.
다음은 '치맥' 대신 '치막'을 즐길 차례다. 발효 공방에서 구미 쌀과 물로 빚은 선산 막걸리를 맛보고, 전문가와 막걸리 하이볼을 만들어 아까 챙긴 치킨과 페어링할 수 있다.
교촌치킨의 치킨무 레시피를 따라 치킨무도 직접 담근다. 투어에서 받은 지역사랑상품권으로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구미산 무를 사 온 뒤, 교촌 조리사의 레시피대로 무와 설탕, 식초만 넣어 담그면 된다. 다 만든 치킨무는 포장해서 가져갈 수 있다. 로컬푸드 직매장에는 무 말고도 신선한 현지 농산물이 가득하다.
마무리는 소화 시키며 금오산 산책
치킨으로 배가 꽉 찬 하루 끝, 구미의 명산으로 불리는 '금오산'으로 향한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 산세를 내려다보고, 저수지를 따라 놓인 금오산 올레길 수변 데크를 걷는다.
낙동강과 도심이 한눈에 들어오는 갈뫼루 산책도 투어 일정에 들어 있다. 치킨과 구미의 명소를 모두 경험하는 하루다. 만약 치킨을 제외한 구미 여행이 너무 짧게 느껴진다면 1박2일 상품도 선택지로 고려해 볼 수 있다. 1일 일정은 당일 투어와 동일하고 2일차에는 지산샛강생태공원, 새마을중앙시장, 신라불교초전지 등을 돌아볼 수 있다.
글·사진 남현솔 기자 solsol@traveltime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