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당으로 읽는 로컬 브랜드 경험의 진화
지난 8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국민이 직접 뽑은 ‘대한민국 명소 발굴 100×100’ 결과를 공개했다. 국민 4만145명이 참여해 전국의 명소를 선택했다. 여러 주제의 표를 합산한 최다 득표 명소는 성산일출봉이었지만, 하나의 주제에서 가장 많은 표를 받은 곳은 대전의 성심당이었다. 문체부는 지역에만 있는 빵집이 그 자체로 여행의 목적지가 되는 변화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빵집 하나가 여행을 떠날 이유가 된 것이다.
이 장면을 다시 생각해볼 만하다. 사람들은 성심당에서 빵을 산다. 하지만 빵을 사기 위해 대전으로 이동하고, 줄을 서고, 사진을 남기고, 가져온 빵을 가족과 나누며 다시 그 경험을 이야기한다.
성심당은 빵집인가, 관광지인가, 아니면 도시 브랜드인가.
성심당은 1956년 대전역 앞 작은 찐빵집에서 출발했다. 올해 창업 70주년을 맞아 기념전시 ‘오래된 진심’을 열었다. 성심당은 공식 홈페이지 첫 문장에서 스스로를 이렇게 정의한다.
“성심당은 대전의 문화입니다.”
빵을 사는 사람이 도시를 방문하는 사람으로
성장 규모도 눈에 띈다. 성심당 운영사 로쏘의 매출은 2020년 488억 원에서 2025년 2,629억 원으로 5년 사이 약 5.4배 늘었다. 2025년 영업이익은 643억 원, 영업이익률은 24.4%였다.
그러나 성심당을 흥미롭게 만드는 것은 매출만이 아니다.
대전 중구는 성심당 방문 규모를 연간 1천만 명 수준으로 설명한다. 본점 주변에는 하루 2만~3만 명이 몰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성심당 자체의 공식 고객 집계라기보다 대전 중구가 유동인구 분석 과정에서 제시한 규모라는 점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숫자보다 고객의 역할 변화다.
빵을 사는 구매자가 대전으로 이동하는 방문자가 된다.
방문자는 사진과 후기를 남기는 기록자가 된다.
그 기록은 다시 다른 사람을 움직이는 방문 이유가 된다.
제품 경험이 도시 경험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이 현상은 단순한 마케팅적 해석만도 아니다. 양선희 대전대 교수는 2026년 『한국언론정보학보』에 발표한 연구에서 2019년부터 2025년까지 ‘노잼도시’와 ‘대전’을 다룬 중앙·지역 일간지 기사 357건을 분석했다. 연구는 성심당이 일상적 소비와 경험을 통해 도시의 상징을 생산하는 중심적 매개로 작동하며, 지역성 형성이 정책 중심에서 경험과 체류 중심으로 이동하는 경향을 확인했다.
성심당의 제품에서도 지역은 계속 등장한다. 대전부르스만주, 대전부르스전병, 대전부르스약과, 보문산메아리처럼 제품의 이름 자체가 도시와 장소를 품고 있다.
선물 상자 안에서 이동하는 것은 빵만이 아니다.
‘대전에서 가져온 것’이라는 경험의 출처도 함께 이동한다.
고객이 브랜드를 도시 경험으로 만드는 과정
[표 1] 고객이 브랜드를 도시 경험으로 만드는 과정
| 고객 행동 | 경험의 변화 | 만들어지는 관계 |
|---|---|---|
| 빵을 사러 대전으로 간다 | 구매 → 방문 | 브랜드가 목적지가 된다 |
| 사진과 후기를 공유한다 | 방문 → 콘텐츠 | 고객이 브랜드를 설명한다 |
| 공유를 본 사람이 다시 찾아간다 | 콘텐츠 → 방문 | 경험이 다음 경험을 만든다 |
주: 성심당 사례와 BARAM Framework의 Audience–Relationship–Momentum 관점을 바탕으로 필자가 재구성했다.
BARAM 관점에서 오디언스(Audience)는 소비자에서 도시 경험의 생산자로 확장된다. 관계(Relationship)는 제품 거래에서 장소에 대한 기억과 애착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모멘텀(Momentum)은 구매가 공유를 만들고, 공유가 다시 방문을 만드는 순환에서 생긴다.
구매 → 공유 → 방문 → 다시 공유.
브랜드의 성장은 매장 밖에서도 계속된다.
그렇다면 AI는 무엇을 하는가
성심당 튀김소보로 생산공정 및 포장공정 자동화 현장. 사진: 인터텍 / 출처: 로봇신문
성심당의 생산 현장에는 이미 자동화 기술이 들어와 있다. 인터텍은 성심당에 튀김소보로 생산공정 및 포장공정 자동화를 구축했다. 여기에 2026년 산업통상부가 추진하는 AI·로봇 실증이 더해지면서 생산 효율뿐 아니라 품질 판정까지 기술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산업통상부가 공개한 프로젝트는 튀김소보로 제조 과정의 반죽 투입, 뒤집기, 불량 판정, 완제품 포장 등에 AI와 로봇을 적용하고 생산성을 20%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매장 밖에서도 AI가 등장한다. 대전 중구는 성심당 본점 앞에서 라이다(LiDAR) 센서와 AI를 활용해 사람들의 동선과 혼잡도를 분석하는 기술을 시연했다. 축적된 데이터를 고객 대기시간 단축과 원도심 상권 활성화 전략에 활용할 계획이다.
AI는 생산을 최적화할 수 있다. 사람들이 언제, 어디로 움직이는지 읽을 수도 있다. 고객이 남긴 수많은 반응에서 패턴을 발견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분석할 데이터가 생기려면 먼저 사람들이 움직여야 한다.
왜 대전까지 가는지, 왜 줄을 서고, 왜 빵을 들고 돌아와 다시 다른 사람에게 그 경험을 이야기하는지는 70년 동안 쌓인 제품과 장소, 사람과 기억에서 시작한다.
AI는 그 경험을 읽고 더 잘 운영하도록 도울 수 있다.
하지만 브랜드를 도시의 기억으로 만드는 것은 고객이 실제로 겪고, 말하고, 다시 찾아가는 경험이다.
성심당은 빵을 판다.
고객은 대전을 경험한다.
AI 시대에 오래 남는 브랜드는 자신을 가장 많이 설명하는 브랜드가 아닐지도 모른다.
고객이 반복해서 설명하고 싶어지는 브랜드다.
참고자료
[1] 문화체육관광부. 「국민 4만 명이 만든 대한민국 여행지도…‘100×100’ 명소 공개」. 2026.08.19.
[2] 성심당 공식 홈페이지. 성심당 소개, 연혁 및 제품 자료.
[3] 한국경제. 「‘성심당’ 빵 얼마나 많이 팔리길래…‘파바+뚜레’ 제쳤다」. 2026.04.10.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자료 인용.
[4] 연합뉴스. 「‘연간 1천만명 방문’ 성심당 대기줄 언제 빠질까…AI 분석 예정」. 2025.12.11.
[5] 양선희. 「‘노잼도시’ 담론이 촉발한 지역성 형성의 다원화에 관한 탐색적 연구: 대전 성심당 사례를 중심으로」. 『한국언론정보학보』, 137, 191-222, 2026.
DOI: 10.46407/kjci.2026.06.137.191
[6] 산업통상부. 「성심당으로 간 M.AX 얼라이언스, 튀김소보로도 이제 AI가 만든다」. 2026.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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